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9. 14. 15:15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 빙하는 이미 녹는 중이다. 20년 전보다 7배 이상 빠르게 녹는다고 걱정한다. 물론 지구를 데우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한반도 면적의 8배가 조금 넘는 179의 빙하는 평균 두께가 1.5이고 가장 두꺼운 곳은 3에 이르는데, 현재 맹렬하게 녹는다. 모두 녹으면 지구 해수면은 6m에서 7m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한다. 피해를 제대로 대비하려면 가혹한 추산이 낫다. 7m 상승한다면? 해안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은 안전한 장소로 터전을 옮겨야 할 텐데, 어디가 좋을까?

 

아이슬란드의 젊은 소설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그린란드가 녹는 현실이 불안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부모와 친지가 자신을 애지중지했던 기억을 간직하는 마그나손은 시간과 물에 대하여에서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녹으며 호수가 넘치는데 사람들은 왜 불안해하지 않는지 무척 궁금하다. 히말라야를 찾아 상황을 살피고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접견한 그는 기후위기 원인에 대한 성하의 고뇌에 위안받지만, 세상은 거기까지였다.

 

85%가 빙하로 뒤덮인 거대한 섬을 사람들은 왜 그린란드라 붙였을까? 아이슬란드는 활화산 덕분에 풍부한 물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도 경작할 땅이 거의 없다. 그린란드는 얼음덩어리 땅이다. 노르웨이에서 유배된 초기 항해사가 정착민을 끌어들이려고 그린란드라는 풍문을 퍼뜨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적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린란드는 머지않아 녹색의 땅으로 변할 것인가?

 

문명의 붕괴에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외부 지원이 끊기자 파국을 만난 그린란드 유럽인의 비극을 조명했다. 물개 가죽을 기워입으며 사냥하는 이누이트나 순록을 눈밭에서 사육하는 라플란드인과 달리 유럽식 건물에서 빵과 스테이크를 요리하던 바이킹 후예들은 기온 급강하로 좁은 경작지마저 눈에 덮이자 굶주리고 말았다. 교회에서 최후를 맞은 13세기 청년 이후 그린란드는 현재 5만이 넘는 주민이 덴마크 지원으로 살아간다.

 

지난 814일 그린란드는 관측 이래 처음 비가 내렸다. 나흘 동안 70억 톤의 폭우가 쏟아져 410억 톤의 빙하가 녹았다는데, 지난 10년 동안 온난화 징후를 관측한 과학자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그린란드 빙하 위를 호수처럼 녹이며 쏟아지는 빗물은 바다로 휩쓸리기 전에 크레바스로 폭포처럼 쏟아진 뒤 빙하와 땅 사이를 흐를 것이다. 갈라진 거대한 빙하는 빗물이 녹인 땅을 깎으며 흐르다 바다로 빠져들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10가깝게 덮었던 빙하가 유럽대륙을 편평하게 깎으며 바닷물을 차올렸던 것처럼.

 

사진: 빠른 속도로 녹는 그린란드 빙하. 출처는 인터넷.

 

산업화 이전 280ppm 정도였던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서서히 올라갔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 1차 지구정상회담이 열린 1990년대 초에 350ppm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350ppm을 넘기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된다고 추정하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6차 보고서를 펴낸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이산화탄소가 농축되면 이번 세기 안에 그린란드 빙하는 모두 녹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속도가 예상을 초월한다.

 

해수면 상승은 욕조에 온수 채우듯 얌전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효과는 거대한 빙하가 솟은 극지방일수록 크고, 녹는 빙하는 뚝뚝 끊어져 바다로 빠질 때마다 해안을 쓰나미처럼 휩쓸며 수면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린란드 남동쪽으로 1200떨어진 아이슬란드는 그런 재해를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절반 정도의 국토에서 관광과 어업으로 유럽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아이슬란드 33만 인구는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200723, 영국 언론 인디펜던스IPCC 4차 보고서를 근거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기온이 현재보다 2.4상승하면 미국 네브래스카 고원이 사막화되어 농업이나 목축업이 붕괴하고,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며 호주 산호초가 소멸한 이후 세계 생물의 3분의 1이 절멸한다고 예견했다. 3.4상승한다면 아마존 열대우림에 괴멸적 화재가 발생해 사막화되고, 얼음 소멸로 북극곰을 비롯한 북극권 동물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4.4상승하면 용해된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막대하게 방출해 세계 기온이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하고 유럽 저지대와 상하이 수몰로 대규모의 인구 이동이 불가피하다고 예견한 인디펜던스5.4오르면 남극을 비롯해 지구에서 모든 얼음이 없어져 해수면이 70m 상승하면서 세계 식량 공급이 단절된다고 바라보았다. 6.4까지 오르면? 해양에 퇴적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불덩어리로 방출하며 거의 모든 생명이 소멸할 거로 예상했다.

 

4차 보고서 업적으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IPCC는 수십만 편의 연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정교하게 갱신한다. 얼마 전 6차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이상 상승한 평균 기운이 2030년이면 1.5도 상승할 거로 추산했다. 12년 앞당긴 것이다. 2.0도 이상 오르면 관성으로 이어질 상승효과를 먹을 수 없고, 6도 이상 오를 수 있기에 2050년 이전 세계는 대기에 내보내는 이산화탄소만큼 흡수하는 이른바 탄소중립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건만, 온난화 속도는 조금도 억제되지 않는다.

 

마그나손의 아이가 자라는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3만이지만, 그린란드처럼 맹렬하게 녹는 히말라야 인근은 10억 이상 인구가 연명한다. 지난 2월 녹은 빙하가 건설 중인 댐을 덮쳤고 200명 가까운 주민과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기후 전문가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 우려한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주변 경작지는 사막으로 버림받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십억이 넘는 인구가 아이를 끌어안고 이주할 땅을 찾아 세계를 떠돌 텐데, 주변국은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까?

 

2100년 해수면이 지금보다 7m가 아니라 1.1m 상승하고, 그때 세계 인구의 30%24억 명이 터전을 잃을 것인가? IPCC와 달리 예상한 유엔 인간 정주계획’(UN-HABITAT)은 아비규환을 걱정했을까? 에너지와 물과 식량을 자급하며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 자족도시를 구상한다. 그를 위해 우선 300명이 거주할 시범도시를 부산에 건설하자 제안했다고 지난 85일 언론이 밝혔다. 시범인 만큼 비용은 유엔에서 부담한다는데, 환영 의사를 밝힌 부산시는 야무진 꿈을 꾼다. 해상도시 기술 선점에 이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상상하는 모양이다.

 

IPCC는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는 예상 시기를 앞당기는데,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려는 부산시는 해수면 상승을 돈벌이 기회로 여긴다. 탄소중립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강조한 우리 통상자원부와 맥을 같이 하는가 보다. 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선진국이 된 우리는 다시 꿈꾼다.” 하고 연설한 대통령은 친환경차, 수소경제, 태양광, 해상풍력으로 실현 가능한 2030년 감축목표를 국제적으로 약속하고 그린뉴딜녹색기술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도국가포부를 펼쳤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겠다고 천명했지만, 예전에 없던 무지막지한 산불과 폭우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겪은 국제사회는 돈벌이나 일자리보다 생존을 걱정한다. 해마다 헐거워지는 북극권 제트기류는 유럽, 인도, 북미에 혹독한 기상이변을 안기고 그칠 리 없다. 올해 시베리아는 터키와 그리스와 미국을 태운 산불의 3배 넘는 재앙을 만났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티베트 감싸는 제트기류가 무너진 2018년 여름, 우리나라는 형벌 같은 폭염에 시달렸는데,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가 녹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서워질까?

 

영구동토가 녹으면 어떤 감염병이 어떻게 창궐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거 앞둔 우리 정치권의 안일함과 달리, 기후위기는 돈벌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 신기루 같은 기대는 한순간 파멸적 재앙에 휩싸일 텐데, 운 좋게 재앙을 모면한 현실에 방심은 금물이다. IPCC 6차 보고서는 절박한 행동을 요구한다. 미래세대의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바싹 긴장해야 한다. (가톨릭일꾼, 2021년 가을호)

 

 
 
 

공동체·인간

디딤돌 2021. 3. 31. 07:01

 

요양원과 요양병원 종사자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집단면역이 형성될까? 접종 방법과 효능, 그리고 면역 유지 기간이 제각각인 백신들로 전 국민의 70% 이상에 면역이 형성되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상 올해 안에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한다. 백신을 불신하는 일부를 제외하고, 90% 이상의 국민이 접종해야 70%의 집단면역을 기대할 수 있다는데, 바이러스가 순순히 물러날지.

 

내부 유전자가 RNA인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보다 100만 배 정도 빠르게 변화한다는데, 코로나바이러스도 RNA. 영국과 브라질,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기존 백신의 효능을 의심스럽게 만든 변이체가 출현하자 우리 정부는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감염되지 않았다는 증명을 요구했는데, 우리뿐 아니겠지.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달라질까? 백신 접종 증명을 요구하려나? 그를 기대하며 항공기를 예약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해외 소식이 들린다.

 

지금까지 없던 일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가 인류애를 발휘해 가난한 나라에 최신 백신을 원가 이하로 적량 적시에 공급한다면, 코로나19에 대한 온갖 음모론은 힘을 잃을지 모른다. 이 자리에서 음모론은 잊기로 하자. 의료 역량에 여유가 있는 국가들이 일제히 접종한 후, 여유 없는 국가를 전폭 지원해 차례로 집중적 접종한다면, 지구촌의 집단면역도 가능할까? 몽상일지 모르는데, 그때 지구촌 모든 공항의 출입이 자유로워질까? 현재 문 닫았거나 찻집으로 바꾼 여행사무소는 다시 바빠지고 국제공항은 북적이게 될까?

 

보궐선거 시국을 맞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가덕도 신공항이 순항하려나? 순조롭다면 2029년 완공될 것으로 점치는 정부는 2관문일 가덕도 국제공항으로 부산과 경상권이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거로 소문을 낸다. 예비타당성을 조사도 없이 수도권과 경쟁하며 세계적 물류 거점이 된단다. 부산시장에 출마하려는 후보들도 정당 구별 없이 합창했는데, 정작 가덕도 주민 상당수는 시큰둥하다. 가덕도 표는 중요하지 않겠지.

 

2006년부터 정부와 영남권은 균형발전을 앞세우면서 신공항을 거론해왔다. 2025년이면 김해공항이 포화한다는데 호남권은 조용하다. 목포와 무안의 공항 덕분에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일까? 2002년 돛대산의 민항기 사고를 거론한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1993년 목포공항의 민항기 사고는 언급하지 않았다. 목포의 사고는 기장의 실수였고 김해공항 사고는 지형의 한계였을까? 장관 교체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제기한 문제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제시한 사항은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경험 많은 항공기 기장은 가덕도가 안전하다는 데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림: 가덕도 신공항의 조감도. 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에 무엇이 사람과 동승할까?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서산시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공항 없는 충남을 대표해 누군가는 찍소리라도 내야 할 거 같다며 살신성인을 자처한 그는 관광과 레저 인구의 급증으로 충남 서해안이 경제 중심지로 부상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내세우면서 가덕도 신공항의 0.68% 비용이면 건설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치력이 부족한 충청남도라 무시했다는 투였는데, 당시 정치력이 막강해 공항이 생긴 무안과 양양은 이 순간 균형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고 있을까?

 

가덕도처럼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새만금의 공항에 120억 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이 반영되었다. 그 공항은 전북 발전의 초석이 될까? 1억 평이 넘는 매립지는 현재 허허벌판이다. 무엇으로 채워야 찾는 사람이 늘어날까? 거듭 바뀌는 청사진은 인천의 송도신도시보다 훨씬 휘황찬란하지만, 신기루 같은 희망사항이다. 요사이 거론되는 계획은 핵발전소 서너 배 규모의 태양광발전소와 스마트 농업이 전부다. 찾는 이가 늘어날 리 없는데, 더 생각해보자. 주변에 막대한 매립토가 없는 새만금 간척지는 해수면보다 낮을 거로 예상한다. 해수면 상승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0189월 태풍 제비가 휩쓸자 일본 간사이공항은 25년 만에 폐쇄되었다. 육지에서 5km 떨어진 바다의 연약지반을 깊게 매립해 만든 공항은 지반 침하를 대비했다지만, 예상보다 빠른 침하가 그치지 않더니 태풍에 속수무책이 되고 말았다. 해수면보다 15m 높게 시공했지만, 6년 만에 11m 이상 가라앉았고,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했어도 수면에서 2m를 남길 따름이었다. 태풍이 휘몰아치자 폭우와 넘치는 바닷물에 50cm 이상 잠겼는데, 가덕도가 김해보다 태풍에 강할 거라 믿을 근거는 없다.

 

수온이 오를수록 위력이 강해지는 태풍은 다가오는 횟수까지 늘었다. 그뿐인가. 바닷물의 부피가 커져 해수면이 오르는데, 힘겹게 복구한 간사이공항은 언제까지 마음 놓을 수 있겠나? 간사이공항만이 아니다. 바닷가에 지은 중국 상하이의 푸둥공항과 싱가포르의 창이공항도 사정은 비슷한데, 코로나19 이후 이용객이 대폭 줄어든 인천공항도 예외일 수 없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코로나19를 제압해도 소용없다.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바닷가 공항은 규모와 관계없이 기능을 잃을 것이다.

 

지난 2월 인도 북부 산악지대의 200여 주민이 산사태로 희생되었다. 폭우로 붕괴한 히말라야 빙하가 강을 휩쓸어 발생했는데, 전문가는 지구온난화를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빙하가 녹으면 인더스강은 바싹 마를 것이다. 인도는 어떻게 될까? 인도만이 아니다. 히말라야 빙하에 생존을 맡기는 지역은 상당히 넓다. 히말라야를 방문한 아이슬란드 소설가는 자신의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에서 빙하를 녹이는 기후위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이웃 그린란드의 빙하가 맹렬하게 녹지 않던가.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지면 해수면은 7m 상승한다. 크레바스가 갈라지며 녹는 속도는 예상을 초월한다. 금세기 이내에 흔적마저 잃을지 모르는데, 남극 빙하도 예상을 앞당길 태세다. 지난달 27일 서울 면적의 2배에 달하는 빙하에 금이 생겼다. 머지않아 떨어져 나갈 모양이다. 해수면은 그만큼 더 상승할 것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태평하다. 고래 먹이인 크릴새우를 탕진하기 혈안일 따름이다. 북극 얼음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빙하가 줄어든 만큼 햇빛 흡수량이 늘어나는 북극해는 더욱 따뜻해졌다. 냉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자 미국과 유럽, 그리고 우리나라가 차례를 바꾸며 혹한에 시달리는데, 기회인가? 북극항로가 열렸다며 반기는 사람들은 원유시추 장소를 탐색한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의지를 정부에 주문한 대통령은 2030년 이전의 완공을 요구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와 생태계의 멸종을 염려하는 유럽은 내연기관을 가진 자동차와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2030년까지 멈추려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선포한 우리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비행장을 서두르라고 다그친다. 비행기는 어떤 내연기관보다 온실가스를 강력하게 내뿜는데, 온실가스 배출 세계 10위 권인 한국에서, 해수면은 언제까지 안녕할까?

 

막대한 철근콘크리트가 필요한 공항은 토목건설 자본에 눈물겨운 이익을 안기겠지만, 기후위기는 그만큼 증폭된다. 콘크리트는 무게의 90%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파국을 만날 생태계는 감염병은 완충하지 못한다. 비행기와 고속도로를 타고 퍼지는 코로나19로 그칠 리 없다. 지금도 녹는 영구동토의 포유류 사체에서 깨어날 인수공통질병 병원균은 더욱 빠르게 창궐할 게 틀림없다.

 

공항은 다음세대를 위협한다. “2050 탄소중립의 적이 되지 않으려면텅 빈 공항에 고추를 말리자고 한 의원이 제안했더니 여당의 한 의원은 걱정을 말라고 응수했다. 2035년이면 전기와 수소 항공기가 취항할 거로 상상했는데, 교활하거나 멍청했다. 연료가 바뀌면 탄소중립이 보장되는가? 온실가스 배출이 필수인 경제성장으로 지역 균형이 이루어지는가? 시대착오적 발상이거늘, 탄소중립이라니. 어설픈 속임수를 넘어, 다음세대에 대한 위협이었다.

 

코로나19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류에게 반성을 요구한다. 생존을 조금이라도 연장하려면 파국적인 탐욕을 당장 버리라고 촉구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경제성장은 가당치 않다. 있는 공항과 고속도로를 없애거나 대규모로 줄여 느리게 사는 균형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대안이다. (작은책, 2021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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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인간

디딤돌 2009. 7. 15. 12:24

 

세상의 모든 위기는 근본에서 원인을 찾아야 극복 가능한 대안을 확실하게 마련할 수 있다. 먹을거리 위기도 예외가 아니다. 투기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한, 남아돌아 버려지는 세계의 농산물도 굶주리는 지역에 나눠질 수 없다. 투기를 막으려면 농작물로 큰돈을 벌 수 없어야 하고, 그러자면 궁극적으로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는 농작물을 이웃과 나눠야 한다. 말은 참 쉽지만 현실에서 실천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마당에 농사지을 인구도 태부족하고, 무엇보다 주도권을 굶주리는 자들이 행사할 수 없다.

 

완벽한 극복은 당장 어렵더라도 노력에 따라 위험 요인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원인을 제공한 국제사회가 굶주리는 당사자와 함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먹을거리 자급을 위한 기술과 자본을 굶주리는 지역에 제공하고 수출용 환금작물을 재배하는 다국적기업 소유의 기름진 농토를 주민에게 돌려주면서 국가 채무를 획기적으로 탕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노예무역과 자원 약탈에 얽힌 반성과 합당한 배상을 생각한다면 서구의 자본은 의당 그래야 할 지 모른다. 그를 위한 국제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텐데, 아직 움직임이 미약하니 안타깝다.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자급한다면 굶주리는 인구의 증가도 꽤 줄어들 것이다. 제 아이가 잘 자랄 거라는 확신이 생기면 더 낳기를 중단할 테니까 그렇다.

 

출산율이 형편없이 낮은 우리는 농촌 인구가 급격이 줄어들고 농토가 각종 개발로 거듭 잠식되고 있다. 농산물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공산품이 벌어들이는 외화로 아직은 필요한 먹을거리를 충분히 수입할 수 있고, 그 결과 비만과 성인병이 전에 없이 늘어났지만 그런 호사가 지속될 수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치와 무역의 이해관계가 언제까지 우리에게 호의적일지 알 수 없지만 지구온난화로 수입할 수 있는 먹을거리마저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역시 대책은 자급자족일 수밖에 없다.

 

자급자족을 위해 경작지를 보전하고 나아가 골프장을 장차 농토로 활용할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농사지을 사람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화학비료나 농약, 관개농업과 기계화는 농업에서 얻는 에너지에 비해 들어가는 에너지가 오히려 많아 역행하므로 예전처럼 가족 중심의 자급자족 체제를 회복해야 한다. 생태계를 교란하는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위기에 대처한다거나 그런 농산물을 수출하겠다는 일부의 발상은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다. 농촌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필요한데 그러자면 농촌이 도시보다 정신과 육체적 삶의 질이 풍요롭고 행복해야 한다.

 

대량으로 생산해 대량으로 수송하는 수입 농산물과 그 농산물에 온갖 첨가물을 넣어 가공한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이때,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을 농산물을 스스로 재배해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에 주로 사는 소비자들은 그럴만한 땅도 시간도 경험도, 관심과 경각심마저 없다. 텃밭은 어떨까. 우리보다 먼저 고민한 국가들은 근교에 시민을 위한 땅뙈기를 마련해 저렴하게 임대해주는데, 텃밭에서 스스로 재배한 채소를 그때그때 먹는다면 식비의 절감은 물론 식구의 건강도 꽤 챙길 수 있다. 그도 저도 어렵다면 잘 아는 농민이 재배한 농산물을 받으면 좋다. 얼굴은 아는 사이에 허투루 생산한 농산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 없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활협동조합과 같은 유통공간이 동네마다 열려 활발하게 움직인다.

 

되도록 제 철 과일과 채소를 선택하는 게 좋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는 에너지가 없으니 지구온난화에 역행하지 않는다. 제 고장의 농작물에 우선하자. 아무래도 환경조건에 잘 맞을 테니 살충제와 제초제보다 천적이 유효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무엇보다 익숙했던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가 아니겠는가. 가공식품을 피하려면 농산물로 직접 조리하면 된다.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슬로푸드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가족과 더욱 친밀해지는 건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훨씬 적게 나올 것이다.

 

내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인기가 늘어날수록 떠나는 농민보다 들어가는 농민이 늘어날 것이다. 귀농 인파가 그 가능성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귀농 희망자를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요긴하며 나중에 귀농하려는 이를 위한 교육의 기회를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은 땅 뿐 아니라 먹는 이의 건강을 보전하니 애국자일 뿐 아니라 환경 파수꾼이고 국토의 안보를 책임지는 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농산물을 앉아서 받아먹는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고맙고 미안해할 의무가 있고 다시 활기차질 농촌은 살맛과 함께 자부심도 배양될 것이므로 자급자족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그를 위해 농민들은 기업에서 판매하는 씨앗보다 환경변화에 강한 전통 씨앗을 다양하게 확산시킬 책임이 있다.

 

돈벌이에 유난히 신통한 과학기술보다 자급자족의 가치를 되살릴 과학기술이 동원되어야겠지만 우선 골프장이나 주택단지로 허물어지는 경작지를 절대 보존해야 하고, 육지의 어떤 경작지보다 많은 영양분을 제공해온 갯벌을 되살려야 한다. 탄산칼슘 껍질을 가진 조개들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한 갯벌은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일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를 효율적으로 예방하는 ‘바다 숲’이기도 하다. 식물성플랑크톤의 막대한 탄소동화작용은 바다 생태계의 원천이기도 하다.

 

먹이사슬의 단계를 거치지 않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채식 위주의 식사법을 회복하는 것이 지구는 물론 먹는 이의 건강을 도모할 것이다. 밀집시킨 가축에 곡물 사료만 먹이며 공장처럼 대량 사육해 얻는 고기를 되도록 마다하고, 자연에서 구한 여물 위주로 사육한 가축이나 강이나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조금만 먹는 육식이 바람직하다. 어금니가 송곳니보다 적은 것처럼. 채식도 조리과정이 단순할수록 영양분 파괴가 낮으니 좋을 몸에 좋다. 내 나라 땅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규모의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인구는 이미 넘친다. 우선 우리 전통과 입맛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해 신뢰를 바탕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지역을 모색할 필요는 있겠다.

 

밥 한 공기를 나눠먹던 두 아이가 한 공기 씩 먹겠다고 할 때 정신이 퍼뜩 들었다는 가장이 있었다. 세계의 곡간에 먹을거리가 넉넉한 것 같아도 사정이 생기면 금방 사라질 수 있다. 곡간에 아직 여유가 있을 때 생산성 있는 농토를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확보하고 변화될 환경에 이겨낼 수 있는 품종의 씨앗을 다양하게 심어야 21세기에 닥칠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배양될 것이다. 결국 자연스러움이다. 가장 기초적인 식욕을 먼저 안전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먹을거리를 나누던 시절의 풍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일까. 도저히 실현가능한 상상일까. 그렇다면 코앞까지 다가온 지구온난화를 바라보면서 어떤 한가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까. 먹을거리의 위기는 지구온난화보다 먼저 올 텐데.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난 요즘 다시 주목받는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경제논리보다 우정과 환대로 나누는 것이 전통이었다는 점을 귀띔하지만 사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늘 그랬다. (사이언스올, 2009년 7월 4째 주)

수입밀의 가격이 올라서 우리밀의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합니다. 위정자들이 조금만 노력을 한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겠지요. 강바닥을 긁어내서 그나마 농업용수까지 부족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