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동물

디딤돌 2021. 4. 9. 15:20

 

인도네시아 시골에서 있던 일이다. 모기가 귀찮아 집안에 DDT를 뿌렸다. DDT를 권유한 과학자는 사람에 해롭지 않고 해충만 죽인다고 했다. 정말 신기하게 모기가 사라졌다. 가렵지 않아 긁을 일이 없어진 사람들은 기뻤다. 모기에 물려서 생기는 말라리아도 사라졌다. DDT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얼마 지나니 DDT를 뿌린 집마다 지붕이 무너졌다. 모기보다 큰 나방은 바로 죽지 않았다. 둔해졌어도 알을 낳았고 태어난 애벌레들은 지붕의 목재를 파먹었다. 나방과 애벌레는 평소 도마뱀들이 잡아먹었다. 도마뱀이 살기에 지붕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사람들은 몰랐다.

 

DDT에 중독된 나방과 애벌레를 먹자, 도마뱀도 동작이 느렸고, 고양이를 잽싸게 피하지 못했다. 무너져가는 지붕에서 고양이는 도마뱀을 포식했는데, 이런! 마을에 쥐가 들끓기 시작했다. DDT에 중독된 고양이가 죽어가면서 생긴 일인데, 문제는 다음에 벌어졌다. 말라리아보다 훨씬 무서운 페스트가 번지며 사람들이 죽어가는 게 아닌가!

 

살충제를 뿌리면 고추에 해충이 달라붙지 않는다. 달라붙어도 비실거리다 나중에 죽는다. 고추 사이를 돌아다니며 곤충을 먹는 닭들이 신이 나는가 싶더니 이내 비실거린다. 어떤 녀석은 꾸벅꾸벅 졸다 죽는다. 아까워서 삶아서 먹은 농부가 몸져눕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생겼다. 집에서 먹을 만큼 고추를 심고, 남는 걸 이웃과 나누던 시절에 없던 일이었다. 고추로 돈을 벌어들이는 농업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생겼다.

 

사진: 과일 나무에 들러붙은 주홍날개꽃매미들. 

 

식구가 먹는 농작물 대부분을 재배하며 자급자족하던 시절, 이웃과 나눠도 남으면 5일장에 내다 팔았다. 푼돈이 생기지만 요긴했다. 필요한 농자재나 옷가지를 살 수 있었다. 한두 해 모아서 아이들 시집장가 밑천에 보탰는데, 세상이 바뀌었다. 전에 없었던 물건을 장만해야 손가락질받지 않는 세상이 되자 살림살이가 커졌다. 농촌도 도시처럼 돈이 더 필요해졌다.

 

시골 청년들이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일손이 모자란 농촌은 심는 농작물의 종류를 줄여야 했다. 장에 내놓던 농작물의 가격이 형편없게 낮아진 이후의 일이다. 농부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돈벌이가 되는 한두 가지 농작물을 잔뜩 심었다. 그러자 해충이 늘어난다. 해충만 죽인다던 농약이 농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다. DDT를 뿌리자 지붕이 무너지고 페스트가 번진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된 인도네시아 시골처럼.

 

사이짓기할 때 같이 먹자고 덤비는 곤충이 있었지만, 그 곤충을 노리는 생물도 많았다. 닭뿐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어떤가? 햇빛 없는 양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닭은 곤충을 모른다. 호르몬과 농약이 섞인 옥수수 사료만 축낼 뿐인데, 농작물 먹는 곤충은 해충이 되어 DDT보다 강력해진 농약세례를 받는다. 우리는 내내 괜찮을까? (갯벌과물떼새, 2021년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