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생명공학

디딤돌 2022. 3. 3. 17:50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면 과학기술이 정책 주도권을 차지하려나? 여야를 막론하고 과학기술 진흥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후보도 있는데, 도대체 우리 과학기술은 다른 나라보다 얼마나 뒤처지는 걸까? 과학 분야에 제공하는 정부 연구비의 규모가 작지 않아 다른 나라 과학자의 부러움을 받는다던데, 설마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약속은 아니겠지? 자율성이 문제가 있는 걸까? 연구비 크기와 관계없이, 과학자에게 과학 정책의 자율성을 열어놓는 국가는 없는데.

 

우리나라 과학 분야에 노벨상 수상자는 없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유럽에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성보다 독창성의 차이일지 모르는데, 정작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강조한다. 창의적인 건물을 높게 세우려면 기초가 단단해야 하듯, 유용한 과학기술은 기초과학 기반이 충실해야 시의적절하게 창안된다. 대선후보들은 어떤 과학을 염두에 둔 걸까? 경제성장을 앞세우니 기후위기를 극복할 과학은 아닐 텐데, 독창적 과학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기초과학의 투자일까?

 

1990년대 기억이다. 벤처기업 열망이 싹트던 대학에서 지렁이의 피부에서 면역 증진 물질을 추출했다고 믿은 대학원생이 있었다. 특허 출원하면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세미나에 참석한 분류학 전공 대학원생의 질문에 답변이 궁했다. 어떤 종인가? 시장에서 지렁이를 구한 그는 몰랐다. 대학원생의 세미나에서 벌어진 논란에 그쳐 다행이었지, 특허 출원했다면 망신당할 뻔했다. 실패했을 게 틀림없지만, 특허받았다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 그렇듯, 이윤추구에 사로잡힌 분위기에서 자율성을 잃은 과학자는 균형 잡힌 연구를 외면하기 쉽다.

 

성과에 집착할수록,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조건을 통제하는 실험실에서 연구는 명료할 수 있지만, 결과를 적용할 환경은 변수가 복잡하다. 변수들을 꼼꼼하게 상정하며 연구하면 시간이 끝이 없고, 비용은 걷잡을 수 없다.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성공이 부와 명성을 보장하는 과학자 사회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경쟁에 승리할 성과를 기대하고 연구비를 제공한 자본이나 권력은 과학자를 독촉할 것이다.

 

연구비 크기와 권력 의도에 자율성을 맡기는 과학자는 예상 못한 부작용을 사소하다고 무시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부작용을 호소한다면? 예외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피해자는 연구 내용을 모른다. 문제가 드러나면 경쟁에서 이기려는 자본과 권력은 보호막이 되어줄 것이다.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책임질 과학자도 자본도 권력도 세상에 없을 것이다. 책임질 자리에 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 과학기술과 피해의 인과관계를 어렵사리 밝힌들 무슨 소용인가?

 

연구비 제공자가 원하는 결과를 적시에 내놓지 못하는 과학자는 무능하다는 낙인이 찍힌다. 자율성을 고집한다면 연구비가 줄어들 것이다. 무능한 교수나 과학자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설 자리를 잃는다. 주문에 응한 결과가 침소봉대되고 주류 언론의 주목받은 선동적 연구가 과학사회를 지배한다. 이른바 청부과학이다. 기업과 권력에 아첨하는 과학자는 청부과학을 주도한다.

 

199412,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바뀌기 3개월 전, 당시 정부는 인구 9명에 불과한 옹진군 덕적면 서포3리의 작은 섬, 굴업도를 핵폐기장 적지라고 느닷없이 발표했다. 경관이 빼어난 52만 평 굴업도는 단단한 하나의 응회암이므로 전국 핵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랬을까? 환경단체와 민간 지질학자가 즉각 찾아가 살펴보니 응회암은 맞지만, 지진 흔적으로 바위가 사통오달로 갈라져 있었다. 핵폐기장 발표 이후 경찰을 앞세운 정부 고위층이 잠시 찾았을 뿐, 한 차례의 정밀 조사가 없었다고 주민들은 항변했다. 그런데도 핵폐기장 적지라고 과학기술처는 시종일관 장담했다.

 

사진) 핵발전소 건설과 핵무기 실험이 본격화되던 1960년대, 미국은 현장에서 검출되는 방사능 위험을 왜곡하며 시민에게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봄에 노출되어도 안전하다고 선전하는 모습. (사진은 인터넷에서)

 

현장 조사를 마친 환경단체는 공청회와 토론회를 거듭 개최하며 정부 관계자에게 합리적 근거의 제시를 요구했건만 소용없었다. 한두 차례의 헬기 조사 결과를 제외하고 타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결코 제공하지 못했다. 환경단체에 집요한 요구에 지쳤을까? 토론회장에 나타난 당시 과학기술처 차관은 엉겁결에 실수했다. 요즘 같으면 여성단체에서 성 인지 감수성에 문제 삼았을 발언, “과학기술은 정치의 시녀라고 탄식한 거였다. 정치가 결정했으니 과학은 근거를 만들어야 했다는 실토였다.

 

과학이 시대를 선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우리는 2005년 황우석 전 교수의 사기행각으로 분명히 파악한 바 있다. 그와 비슷한 사례는 최근 미국에도 이어졌다. 손가락 피 몇 방울로 20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휴대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소문을 낸 젊은이의 사례였다. 그는 자신의 기업 가치를 10조 넘게 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영웅을 찾고 싶은 사회에 사기극으로 영합한 과학기술은 양심적인 내부고발로 신기루처럼 사라졌지만, 성찰 없는 과학은 언제든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이후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과학적 성찰이 없으면 합리적 사회를 기대할 수 없고, 사회적 성찰이 없는 과학은 위험하다.” 설파했다. 이른바 위험사회론이다

 

수소가 탄소중립을 주도할 수 있을까? 수소자동차를 앞세우는 기업, 그 기업의 감언이설에 허우적거리는 권력 이외에 어떤 과학이 주장하던가? 위기로 치달아가는 기후변화에 긴장하는 과학자가 주장한 적 있는가? 소형원자로가 대안이라고? 핵을 연구하는 자 이외에 누가 그리 선동하던가? 어떤 대선 후보는 쏟아질 핵폐기물은 파이로프로세싱이 곧 해결해준다고 장담했지만, 합리적 근거는 제시할 수 없었다. 안전성이 없다는 비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기술인 탓이다. 소형원자로를 도입한 뒤 발생할 위험은 누구 몫인가! 핵발전은 물론이고 핵융합 역시 막대한 연구비에 충혈된 청부과학에 가깝다. 합리적 근거 없이 안전성을 뒤로 미룬다. 사회적 성찰이 없으니 위험사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50년 탄소중립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세계와 우리나라는 어떤 과학기술에 몰두해야 할까? 거대한 과학기술일수록 화석연료를 막대하게 요구한다. 청부과학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그러자면 과학만이 고려 대상일 수 없다. 사회적인 요인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대량생산을 견인하는 경쟁적 소비풍조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삶이다. 디자인보다 효율성에 우선하는 물건을 소박하게 선택하던 사회는 오랜 과거가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은 17기 핵발전소 중 9기를 즉각 폐쇄했고 2022년까지 모두 퇴출하기로 했다. 3기 남은 핵발전소를 올해 안에 전부 폐기하는 것을 다시 확인한 독일은 정책 결정 과정이 분명하고 아름다웠다. 핵발전 이해당사자를 배제한 상황에서 인문과 사회, 법과 윤리 전문가, 무엇보다 미래세대의 행복을 염려하는 여성이 절대다수 참여한 위원회는 투명하게 공개된 충분한 논의로 핵발전소의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유럽 최대 산업국가인 독일은 핵발전 포기로 전력이 부족해졌을까? 오히려 건강해졌다. 햇볕과 바람이 우리보다 강하지 않아도 재생 가능한 전력을 확보했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시민 동의를 바탕으로 전력의 효율화와 절약을 생활화할 수 있었다.

 

정권을 뒤흔든 우리의 주택 정책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가? 주택 관련 자본과 전문가 이외에 집이 필요한 시민의 의견은 충실하게 반영했을까? 고속도로와 비행장이 넘쳐도 계속 추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악당 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관련 에너지 정책에 여성과 인문사회 전문가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기후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바통을 이을 정권은 우리 과학기술을 어떻게 진흥하려는가? 기후위기를 부추긴 과학기술을 반성하며 대안 과학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까? 과학기술을 경제성장의 지원군으로 여기며 사회적 성찰을 생략한다면 파국은 피할 수 없는데. (작은책, 20223월호)

 

 
 
 

자원·에너지

디딤돌 2021. 1. 9. 18:28

 

1952년 겨울, 안개가 자욱한 날, 영국 런던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재앙을 맞아야 했다. 공장과 가정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이 배출하는 배기가스로 하늘이 언제나 뿌옇고 코와 눈이 매캐했어도 대안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지하에 풍부한 석탄은 산업혁명을 이끌어 부강한 국가로 이끈 연료가 아닌가. 시커먼 연기로 숲이 타들어 갔지만, 감내해왔다. 하지만 짙은 연기와 안개가 런던을 스모그로 뒤덮자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너 주 만에 호흡 곤란으로 4천 명이 넘는 시민이 쓰러졌다. 이후 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만 난류 덕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아도 겨울이 으스스한 영국에서 석탄만이 난방을 책임진 건 아니었다. 석탄을 모르던 시절, 옷을 두툼하게 입고 모닥불로 견디지 않았나. 다행히 석유와 가스가 석탄을 몰아냈고 영국에 1952년 같은 스모그는 재발하지 않았다. 이제 깨끗한 전기와 가스가 런던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대도시를 맑고 밝게 만든다.

 

눈앞의 스모그가 사라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잘살게 되었나? 2001년 오존층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과학자 파울 크루첸은 지층 연구자 모임에서 인류세(Anthropocene)를 제안했다. 지구의 온도가 안정된 만 천 년 전부터 홀로세(Holocene)라고 칭했지만, 탐욕스런 인류가 지층을 망쳐놓았다는 주장이었다. 언제부터 인류세가 명확해진 걸까? 많은 과학자는 1945년을 콕 짚는다. 그해 핵폭탄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서 터졌다. 하지만 이전부터 핵폭탄 실험이 감행되고 이후에도 계속되었으며 1979, 1984, 그리고 2011년 핵발전소가 폭발했다.

 

무기를 보습()으로!” 2차대전이 끝난 뒤 연합군 총사령관 출신의 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평화를 앞세우며 핵발전소를 추진했다. 이후 우라늄은 사라졌을까? 우리야 알기 어렵지만 상당한 우라늄은 여전히 핵무기에 장착되었거나 장착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핵무기에 할당된 양보다 훨씬 많은 우라늄은 450기 가까운 세계의 핵발전소에 들어가 막대한 전기를 생산했지만, 핵무기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핵무기의 새로운 연료 플루토늄이 우라늄을 대체했는데, 플루토늄은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우라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대량으로 추출한다. 2차대전 무기가 3차대전 무기로 무섭게 바뀐 셈이다.

 

대략 4억 년 전 바닷속에 살던 동식물이 드디어 육지로 올라왔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고 현재 200만 종 이상의 생물이 육지와 바다에 퍼져 살지만, 사람이 경작을 시작한 홀로세 이후 터전을 빼앗기며 곤란을 겪는다. 가축을 길들인 사람이 쇠를 손에 쥔 이후에도 견딜만했는데, 석유와 석탄을 태우면서 자연은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자연에 없는 석유 화합물을 퍼뜨리면서 생태계는 순환을 잃었고, 오로지 사람만을 위한 화석연료 과소비로 대기는 견디기 어렵게 뜨거워졌다. 이제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파멸적 에너지, 핵을 함부로 다루면서 인류세를 맞이했다. 4억 년 전 대기권에 초미세먼지와 방사능이 요즘처럼 많았다면 생물은 육지로 오르지 못했을지 모른다.

 

20113,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후쿠시마 해변의 핵발전소 4기를 처참하게 파괴했다. 자연재해를 완충하던 리아스식 해안을 매립하고 세운 발전소 중 설계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한 4기가 잇따라 무너졌는데, 사용 중이거나 사용 직후의 핵연료들이 상상하기 두렵게 녹아내렸다. 이후 10년이 지나가는 지금도 제어장치 잃은 발전소에서 막대한 방사능을 치명적으로 방출한다. 방호복 없이 다가가는 생명은 즉시 절명할 정도다.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는 수 미터의 지르코늅 합금관에 채워졌고, 그 대롱 수백 개를 다발로 뭉쳐서 핵반응로에 넣었을 텐데, 그 뭉치는 적어도 3개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진과 해일 충격으로 전기가 끊긴 후쿠시마 핵발전소 3기의 반응로에 냉각수 공급마저 멈추자 수천 도로 치솟던 핵연료들은 합금관을 녹이며 들러붙었고 두꺼운 핵반응로 강철을 뚫었을 텐데, 거기에서 그쳤을 리 없다. 그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을 녹이고 암반 아래 지하수를 끓일 뻔했다. 막지 못했다면 인류는 동아시아부터 겪어본 적 없는 핵폭발로 재앙을 맞았을지 모른다.

 

핵연료는 한계 무게를 넘으면 폭발한다. 다급한 동경전력은 위험을 무릅쓰고 물을 퍼부었고, 천만다행으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덩어리져 있는지 모르는 핵연료 덩어리는 지금도 폭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핵연료를 식히고 어디론가 배출되는 오염수다. 상당한 양은 초기 바다로 나갔고 지금은 대부분 회수해 정화한다고 관계자는 주장한다. 온갖 방사성 물질이 녹은 오염수를 여러 차례 정화해서 이제 삼중수소만 남은 상태로 저장탱크에 120만 톤 넘게 담아놓은 상태라고 일본 정부는 주장한다. 그 탱크를 발전소 터에 보관해왔는데, 탱크가 넘친다. 오염수는 추가되는데 더 놓을 데가 없다.

 

일본 신임 총리는 100만 톤이 넘게 보관하던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 버리겠다고 한다. 대다수 일본의 어민은 필사적이고 시민 대부분과 주변국 시민들도 반대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강행하겠다는 자세다. 진정 대안이 없을까? 태평양에 버리면 수많은 어패류의 몸에 치명상을 입히며 축적될 테고, 그 어패류는 사람 몸에 들어가 방사능을 쏟아낼 것이다. 반감기가 13년인 삼중수소는 백여 년 이상 태평양의 생태계를 오염시킬 텐데, 대안이 없다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겠지만 위기의 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지하에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 안전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사진: 2011년 3월 대지진 이후 연거푸 폭발한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주변 부지의 모습. 원자로를 식힌 오염수를 대책 없이 담아놓은 탱크들이 넘치자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서 버리려고 한다. 아무리 희성해도 방사능 총량은 변하지 않고, 그 영향은 먹이사슬을 타며 농축돼 인류에 돌아온다. 핵발전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원초적 재앙이다. 그 재앙은 후쿠시마에서 멈출 리 없다. 25기를 가동하는 우리나라도 재앙의 올가미에 묶여 있다. 후손의 안전을 생각하는 최선의 대안은 당장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일이다.

 

영구히? 그렇다. 사람이 존재할 때까지, 시설이 부식되면 더 큰 시설을 지어 옮기길 반복하며 영구히 관리해야 한다. 인간이 멸종된 이후는? 뭉쳐 분열하는 핵연료는 결국 폭발하고 후쿠시마는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방사능으로 초토화되겠지. 그 일원의 모든 생물은 치명상을 입어 연거푸 멸종하거나 돌연변이 되겠지. 그렇듯, 인간의 섣부른 과학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 사실을 과학자는 진작 알았어도 핵발전소를 지었다. 자본의 이익과 국가의 패권 때문이었다. 후손이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면 천벌 받을 짓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태평양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오염되었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참치 같은 대형어류를 먹지 말라 권유한다. 겨울철 제주도에서 잡는 방어의 상당수는 오염 정도가 심각한 후쿠시마 앞바다를 긴 시간 경유했을 것이다. 입맛 당기더라도 외면하는 게 현명하다. 원양어선이 잡은 명태, 대구, 고등어는 피하라고 전문가는 권고한다. 한데 오염수 120만 톤을 태평양에 추가한다고? 한번 버리면 계속 버리는 행위를 세계 어떤 정부도 막기 어려울 텐데?

 

전 세계 어느 원전 주변 지역에서도 삼중수소를 원인으로 하는 건강 피해 보고가 없었다!”라고 일본 관료가 주장했다는데, 조사하지 않았겠지. 삼중수소가 지하수에 많이 검출되는 울진핵발전소 주변 주민 사이에 갑상선을 비롯한 암 환자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30여 년 전 구소련 해군이 핵잠수함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홋카이도 근처 해역에 버리려 할 때 일본은 뭘 했던가? 당시 소련이 국제 기준보다 낮다고 주장했어도 소련 대사관 앞에서 강력히 항의했고 오염수 투기를 막지 않았나. 이번에는 다른가?

 

과학기술 수준이 높다고 자랑하는 부자나라 일본에서 돈 핑계로 태평양에 독극물을 풀겠다고? 일본과 우리는 물론이고 모든 세상의 다음세대가 누려야 할 생태계를 통으로 위협하려 드는데, 용납할 수 있는가? 그런 일본 정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규탄성명은 부족한데, 고장 잣은 핵발전소가 한둘 아닌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핵발전소를 50기 가깝게 가동하는 중국에 환경단체가 감시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중국에서 단 한 기의 핵발전소가 후쿠시마처럼 폭발하면 황해는 끝장난다. 아니 세계, 아니 세상이 끝장난다. 인류세가 마감될 것이다.

 

핵발전소는 대안을 거부한다. 대안은 한시바삐 없애는 일이다. 350ppm 이하로 낮추자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느새 415ppm을 넘었다. 450ppm이면 파국을 면할 수 없다. 후손을 위협하는 핵이든, 생태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석연료든, 전기와 에너지 과소비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대안을 황급히 모색해야 한다. 석탄 모를 때 영국 땅에 사람이 살았다. 전기 모르던 우리 조상도 행복한 삶을 누려왔다. 진실을 직시하는 과학자는 인류세의 파국을 예견한다.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유기농산물을 나누는 어린 생명과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누릴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울림두레, 2020년 겨울호)

 

 
 
 

자원·에너지

디딤돌 2015. 1. 28. 19:41


방어회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 제주도 모슬포 인근 바다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방어를 드물지 않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괜스레 다급하다. 2011년 이후 방어회를 찾는 친구를 보면 말려야 했다. 수도권에서 활어회를 찾는다면 과장된 몸짓을 마다하지 말아야 했다. 이맘때를 하염없이 기다렸더라도 하는 수 없는 이유를 새삼 되새기려 한다.


1980년대 초, 동인천역 주변의 한 주점은 삼치구이를 넉넉히 내놓았다. 그 무렵 삼치구이는 가격도 저렴해 용돈이 궁한 대학생들이 즐겨 찾았는데, 요즘 그 골목은 제법 알려진 삼치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흔쾌하지 않다. 가격 부담이 없고 맛도 여전하지만 너무 어린 삼치를 내놓는 까닭이다. 석판이 좁을 만큼 넓적했던 구이는 요즘 필통 펼친 정도로 줄었다. 알을 낳기 전의 어린 삼치가 분명하다. 경쟁적으로 어린 삼치를 싹쓸이하는 어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동인천 삼치거리는 오늘도 북적인다.


고흥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삼치는 여간해서 수도권까지 살려오기 어렵다. 대개 냉동 상태로 가져와, 주점은 구이로 손님상에 내놓는다. 부드러운 삼치회를 원한다면 고흥의 어촌을 찾아가길 어부들은 권한다. 고흥에 가도 활어회는 어렵다는데, 삼치보다 통통한 방어도 사정이 비슷하다.


몸이 1미터 가까이 자라는 방어를 낚시로 잡아 뱃전에 올려놓으면 몇 번 펄떡이다 이내 조용해지고 마니, 얼음물에 담가놓던가 냉동해야 수도권 식당에서 선어회로 내놓을 수 있다. 강력한 지진과 쓰나미 뒤 후쿠시마 바닷가의 핵발전소 4기가 연달아 폭발하기 전부터 양판점에 낮은 가격으로 선보였던 방어회가 그랬다.


요사이 수도권의 횟집의 커다란 어항은 보란 듯 방어를 전시한다. 길이가 50센티미터 정도? 어리다. 아직 한 번도 알을 낳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좁은 어항을 맴도는 어린 방어는 무척 답답하겠지만 죽지 못한다. 물에 충분히 섞은 항생제가 죽지 못하게 방해할 텐데, 커다란 방어는 항생제를 넣어도 살려올 수 없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 수도권 횟집 어항의 방어는 피하고 싶지만 다른 이유로 방어회를 마다한다. 항생제 걱정도 있지만 그건 다른 활어도 비슷한 실정이다. 눈 질끈 감고 넘어갈 수 있지만 방사성 물질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 몸으로 들어가 알파선을 내뿜는 플루토늄이라면 특히. 알파선은 종이도 뚫지 못한다지만 몸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게 몸 구석구석에 알파선을 내놓으며 몸속 유전자 배열을 붕괴할 것이다.


지옥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플루토늄은 원래 자연에 없었다. 핵발전소의 핵분열 과정에서 형성되는 강력한 방사성 물질이다. 핵연료의 93%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안정되어 핵분열에 동참하지 않지만 핵연료의 7%에 불과한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맞으면 핵분열하며 막대한 열과 중성자를 내놓는다. 그 중성자 하나를 받은 우라늄238이 플루토늄239가 되는데, 플루토늄의 원자핵은 무척 불안정하다.


알파입자의 방사선을 내놓는 플루토늄239는 반감기가 무려 24000년 이상이다. 문제는 그 방사선의 독성이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지옥의 여신인 이유다. 소련이 붕괴되었을 때, 핵물질의 도난을 우려한 전문가들은 플루토늄 1그램이면 60만 명을 폐암으로 사망하게 만들 정도라고 경고했다. 반감기의 10배 기간이 지나야 안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플루토늄 근처에 적어도 25만 년 동안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자그마치 25만 년이다.


사용을 마친 핵연료에 대략 1%의 플루토늄이 포함되는데, 핵무기를 염두에 두는 세력은 그 플루토늄을 분리 정제하고 싶어 한다. 500킬로그램 정도의 순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북한은 핵무기 폭발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 핵확산금지를 천명한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를 커다란 수조에 보관하며 안전을 감시하지만 일본은 정제해왔다. 대략 50만 톤을 보유한다는 일본은 플루토늄을 일부의 핵연료로 활용하는데, 후쿠시마 3호기가 그랬다.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플루토늄을 폭발시켰다. 후쿠시마 3호기도 폭발했다. 19458월의 나가사키와 20113월의 후쿠시마도 상당한 플루토늄을 배출했을 것이다. 나가사키는 폭탄이므로 화력이 순간 막대하더라도 천지사방으로 배출된 방사선은 즉각 줄어들었다. 후쿠시마는 다르다.


지진과 쓰나미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자 냉각수 공급이 중단된 원자로 안의 핵연료들은 수천도로 상승해 들어붙으며 20센티미터 두께의 강철을 뚫었다. 이어 1미터 가까운 철근콘크리트를 뚫고 땅 속으로 내려가며 지하수맥을 거듭 오염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이 지하수를 타고 후쿠시마 앞바다로 스며든다. 20113월 이후 적어도 하루 300톤 이상의 지하수가 폭발한 핵발전소를 지나 바다로 나간다.


플루토늄은 무척 무겁다. 바다에 가라앉을 텐데, 바닥에 많은 어패류가 알을 낳으며 산다. 커다란 어류의 주요 먹이인 까나리와 오징어도 그 중 하나인데, 방어는 회유하며 덩치를 키운다. 덩치만큼 먹는 양도 상당할 텐데, 제주도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오호츠크 일원의 태평양으로 회유하는 방어의 많은 개체들이 후쿠시마 앞바다를 경유하며 바닥의 어패류를 허겁지겁 먹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덩달아 플루토늄까지.


1979년 미국 드리마일이나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경험에서 우리는 몸을 투과하는 방사선보다 몸 안에서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방사선이 훨씬 위험하다는 걸 배웠다. 피해가 후손으로 이어지는 원인은 대개 먹어서 몸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에 있었다. 그러므로 친구들이여. 이맘때 방어회의 입맛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행동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맛난 회감이야 많지 않은가. (뜻밖의소식, 20152월호)

무서운 일이네요. 정부가 힘쓰지 않는다면 시민단체가 앞장 서서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