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천

디딤돌 2009. 12. 19. 01:07

 

저어새들 날아간 송도 11공구 갯벌은 썰렁하다. 작년 가을 겨울철새들이 떼로 죽은 뒤라 그런지 오리도 그리 많지 않다. 악취가 진동하고 공사 중장비들이 밤낮 없이 질주하는 남동산업단지 유수지의 작은 인공섬에 둥지를 친 저어새는 한줄기 희망 같았는데, 덕분에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의 철새와 습지단체들이 굳이 찾아와 보존을 요구하는 성지가 되었는데, 둥지에서 다음세대를 잘 키워낸 저어새가 따뜻한 나라의 습지로 날아간 뒤 송도 11공구 갯벌은 다시 불안해진 거다. 그래도 내년에 다시 찾겠지. 거기가 고향이므로. 한데, 송도 11공구 갯벌은 저어새가 돌아올 수 있을 만큼 보전될 수 있을까.

 

인천의 오랜 역사이자 문화였던 갯벌은 다 매립돼 시방 송도 11공구에 유일하게 남았다. 갯벌을 보려면 강화나 장봉도 일대로 가야 하는데, 거기도 안전하지 않다. 조력발전으로 휩쓸려 사라지거나 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게 훼손될 위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은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는 데 그치게 해보자고 마음을 졸였는데, 온실가스를 자연스레 제거해주는 갯벌을 파괴하며 친환경에너지라 칭하니 어처구니없다. 2도 오르면 해수면이 어느 정도 상승하겠지만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파고가 높아져 송도신도시나 인천공항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 사실을 아는 최고 정책 담당자는 갯벌은 개발이 아니라 보존대상이란 걸 이해하려나. 내년을 기대해본다.

 

초고층빌딩이 늘어나는 만큼 녹지가 잠식되는 인천의 대기가 다른 지역보다 더 뜨거운 건 상식일 텐데, 대기질도 그리 좋을 리 없다. 인천에 특히 많은 화물자동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인천의 앞바다를 거의 두르며 굴뚝을 솟아올린 화력발전소마다 온배수를 토해내지 않은가. 게다가 남동발전(주)은 영흥도에 발전설비를 당장 2기 추가하겠다고 나섰고 중부발전도 뒤질세라 보령시의 발전설비를 서구 경서동으로 옮기겠단다. 일단 발끈했다지만, 숱한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에 목말라하는 인천시의 처지에서 실제로 막아낼 수 있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이면 어떻게든 결론이 날 텐데, 인천의 하늘과 바다의 운명이 걱정이다.

 

결국 경인운하는 ‘아라뱃길’이라는 야릇한 이름을 달고 올해 착공되었다. 내년에도 공사는 계속될 테지만 일자리는 정부의 장담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살리기’로 위장된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일 텐데, 경인운하를 이동할 선박에 장차 무엇을 실을 수 있을까. 해양생태계를 바닥에서 훑을 바닷모래? 수도권 생활쓰레기? 물론 호화유람선은 아닐 것이다. 도무지 볼 게 없지 않은가. 그럼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검단 장수 간 민자도로’는 어떤가. 착공된다면 장차 책임소재를 따져야 할 사태가 발생할 게 뻔하다. 녹지의 가치를 인식하는 일단의 시의원이 해당 예산을 막아 올해는 위기를 면했지만 내년은 어떨지. 마지막 남은 S자 녹지마저 허무는 범죄행위로 후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을 설마 자행하지 않겠지. 지방선거가 내년인데.

 

인천의 진산, 계양산은 여전히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백두대간에서 한남정맥으로 이어져 황해를 굽어보던 계양산이 인구 280만을 바라보는 대도시의 마지막 위안으로 남았건만 껌과 초콜릿을 팔아 큰돈을 번 대기업 롯데가 시민 대다수의 요구에 눈을 감은 태도를 아직 버리지 못한다. 합법적 절차를 내세우는 모양이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곧 ‘사회적 기업’, 다시 말해 이윤을 능동적으로 사회에 돌려주는 기업을 주목할 거라고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핵폐기장으로 버림받기 직전에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킨 굴업도에 CJ 산하 C&I는 ‘오션파크’라는 리조트를 조성하려고 한다. 한데 C&I는 롯데와 달리 현재 주민과 환경단체와 미리 논의하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진지하게 지켜볼 일이다.

 

내년은 2010년 호랑이띠의 해, 경인년이다. 고단하게 물러난 기축년 소꼴이 되지 않길 호랑이에게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호일보, 20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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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천

디딤돌 2008. 4. 18. 00:57
 

1995년 10월 어느 날, 가톨릭회관에 모인 덕적주민들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생업을 포기하고 나선지 거반 1년,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치고 가진 돈이 다 떨어질 즈음, 이제 마지막 집회라 다짐하며 섬을 나섰던 주민들은 정부에서 보낸 팩스를 보고 기쁨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활성단층 때문에 핵폐기장을 공식 취소한다.”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시민의 승리였다. 굴업도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던 일. 남은 생애를 걸고 고향을 지키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굴업도는 버림받고 말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 39세 된 한 사업자는 굴업도에 누드해수욕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내보였다. 외국인은 나이 제한 없지만 내국인은 40세가 넘어야 입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업자는 굴업도의 해변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걸 염두에 두었겠으나 계획에 앞서 그 사업자는 주민과 논의하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대부분의 마을과 달리 퇴폐영업을 일삼는 다방이 한 군데도 없는 곳이 덕적도인데, 누드해수욕장을 주민들이 반길 리 없지 않은가.

 

엎드려 일하는 형상이라 굴업도라고 말하지만 세상에 알려지기 전에 땅콩을 심어 실제로 엎드려 일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연이은 위기에서 벗어난 굴업도는 타고난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많지 않아도 끊이지 않는 관광객을 묵묵히 맞는다. 깨끗하고 완만하면서 고즈넉한 해변이 적당히 땀 흘려 오르면 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과 잘 어우러지는 굴업도는 불타는 석양과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이 찬란하기 그지없다. 한번이라도 들른 이는 다시 찾게 되는 매력적인 외딴섬이 되었다. ‘서해안의 진주’라면서 지키려했던 덕적주민과 인천시민들이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큰마을해수욕장과 목건너해수욕장, 코끼리바위와 큰바위얼굴, 연평산과 토끼산의 파식지형, 해안사구와 연결되는 산등성의 억새군락에 사슴과 흑염소가 자유를 만끽하는 굴업도는 희귀 동식물까지 안고 있다. 환경부에서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한 검은머리물떼새와 흰목물떼새가 해안을 수놓고 산기슭 바위틈에 구렁이가 아직 명맥을 유지하며 천연기념물인 매와 황새와 흑두루미가 안식처를 찾는다. 그뿐이 아니다. 다채로운 들꽃이 군락을 이뤄 식물학자의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오고가는 철새들이 들려 조류학자가 눈여기게 된다. 52만 평에 불과하지만 10여 명의 주민이 정기항로나 낚싯대를 타고 찾아오는 관광객을 맞으며 빼어난 경관과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

 

그 굴업도가 현재 위기에 몰려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 CJ에서 골프장을 비롯하여 호텔과 콘도미니엄, 그리고 스파라고 칭하는 특별한 목욕시설과 테니스장들을 두루 조성해 하루 평균 2천명 이상이 운집하게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CJ측은 사업계획서에서 주민소득을 높이겠다고 주장하지만 굴업도의 주민들은 그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루 최대 5천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소비할 에너지와 물을 어떻게 조달할지, 그를 위해 굴업도는 얼마나 훼손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굴업도를 지킨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업계획 자체를 알지 못한다.

 

굴업도가 가진 정신적 상처는 아직 깊다. 최근 잇따르는 대기업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시민사회에 생긴 상처도 결코 작지 않다. 250여 억 원으로 굴업도 대부분의 땅을 구입한 CJ는 총 2700억 원 가깝게 투자해 개발하겠다는데, 그 정도면 안정돼 가는 굴업도를 보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사이 국제 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윤리를 무역의 전제조건으로 여기는 추세다. 인천시의 자랑과 자부심으로 자리잡아가는 굴업도를 단지 놀이를 위해 대기업에 앞장서 훼손해야 옳을까.

 

CJ에게 권하고 싶은 게 있다. 보전해야 할 생태계와 경관을 후손에게 영원히 물려주는 이른바 ‘자연신탁 운동’이다. CJ는 충분한 의지와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다. 굴업도를 인천시민들은 희망으로 지켜볼 것이다. 인천을 근거로 성장한 CJ가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숙할 수 있기를. (인천일보, 2008년 4월 일)

CJ가 저런 기특한 일을 한다면, 오늘 당장 빕스에서 저녁 한끼 사먹겠습니다. ^^
http://cafe.daum.net/gulupdo 굴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CJ의 골프장계획으로부터 굴업도를 지키고 싶은 사람들, 굴업도에서의 여행추억을 나누고픈 사람들...이 모인 카페입니다. 초대하고 싶네요~~ 멋진 글입니다... 퍼가고 싶은데, 퍼가기보다...가입해주셔서 직접 남겨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 초대합니다...^^
달빛효과님 반갑습니다. 이럽게 뵙는군요. 저는 이미 그 카페에 가입했고, 위 글도 올렸답니다. 그리고 가끔 달빛효과님의 블로그에도 들거가 봅니다. 같은 마음을 확인하고 기쁜 마음을 공유했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