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아 2012. 2. 2. 21:57

 

 

순천자(順天自)와 역천자(逆天者)

 

"하버지, 논에 가보자 ~~"

유아원에 다니다 주말에 집에 온 손주 녀석이 봄나들이를 요청하는 바람에 모처럼 들에 나섰습니다.고리를 풀어준 아롱이(개)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을 향하는 서현이는 신바람이나서 어쩔줄을 모릅니다.

 

가을걷이 후 비워둔 밭 이랑과 언덕베기엔 냉이,씀바귀,민들레 등등 이름모를 봄의 전령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앙증맞은 꽃들을 다투듯 피어내고 꿀벌들은 부지런히 방문하여 양쪽 발에 연노랑 꽃가루를 가득 뭉치고 있었습니다.

"하버지,우리 벌이 꽃먹을라고 왔네!~"

유난히 친자연적인 서현이의 수다가 시작됩니다. 그리고는 지난 가을에 순례했던 길을 따라 배수로를 살피며 "하버지,우렁이,개굴 엄마테 가고 없다~" 우렁이도 개구리도 보이지 않으니 실망하는 눈칩니다. 그러다 배수관 천정에 붙어있는 우렁이 알을 보고는 "우와~ 우렁이 알 많다! 안추까?" 풀을 먹어서 제초하는 우렁이는 높은 곳으로 기어 올라가  빠알간 알을 낳는데 미처 온도가 낮아 부화되지 않고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렇게 댕그랗게 매달려 있는 우렁이 알이 춥게 보였나 봅니다.

드디어 마지막 순례지 용수로 웅덩이에 다달았습니다. "하버지,고기가 집에 가고 없다!~"

지난 가을엔 많은 붕어 새끼와 송사리가 하버지가 깨물어 벼이삭 낟알을 부리나케 받아먹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하며 신나하던 종착역이었는데 몹쓸 인간들이 잡아갔는지 서너마리의 송사리만이 없는듯 숨어버렸습니다.

 

유난히 춥고, 눈도 줄기차게 내리던 엄동설한을 거뜬히 이겨내고 마늘,양파는 통통하게 몸을 불리고 자운영은 잎을 키우고 개나리,진달래,매화는 꽃샘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며 순천자(順天自)의 길을 어김없이 가는데 우리 사람들은  역천(逆天)의 길을 가고 있으니 씁쓸합니다.

 

도룡뇽이 못 살면 사람도 못 살게 된다고 목숨 건 단삭으로 맞서며 절규하던 지율스님의 생명사랑도 외면한체 천성산은 뚤리고,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을 온 몸으로 기는 문규현신부,수경스님의  오체투지를 모르쇠하고 새만금은 막혔습니다.

날벼락을 맞은 갯가의 생명들은 시멘트 너머의 고향을 그리다가 시로사로 죽어갈 것입니다.

 

매일 두번씩은 강에서 마나야 직성이 풀리는 바다와 육지는 막히고 둑은 높아져 생이별 당하고,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달하는 1,877만평의 농지가 사라지고, 피와 살같은 농지를 잃은 2만4천여명의

농민들을 실업자군에 합류시키는 4대강사업은 몇몇 토건업자를 살리기 위해 강행되고 있습니다.

 

숨막히는 수도권의 과밀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꾀하자고 여야 합의하에 추진되던 세종시는 몇사람의 이익을 국가의 백년대계로 포장하여 뒤짚고 있습니다. 큰 집에 불려가 쪼인트 까인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독도망언도 묻어버리고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무상교육에 무상급식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괴함 논리를 전개하며 학생도 좋고 농민도 좋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미래의 동량에 대한 인색한 발상이 아닐런지요.

 

군사보호 구역까지 관관(실수였지만) 하려다 일어난 불상사를 핑게로 자구책으로 만든 핵을 핑게로 어렵게 시작한 남북화해의 물꼬를 틀어막고 개성공단을 고사 시키며 금강산관광도 막아버리는 민족사적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상,같은 역사,같은 말과 글을 쓰는 동포를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중국과 러시아에 돌아서게 하는 것은 하늘을 거스리는 역천이 아닐까요?

 

제발 신부들을 설득하라고,봉은사를 직영하고 명진스님을 내치라고 ,누구누구를 좌파라고 지목하는 역천자(逆天者)가 되지 마시고 화급히 들에 나가 춘설 속에서도 싹을 내미는 순천(順天)의 자연(自然)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꽃샘추위가 싫으시다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명심보감이라도 펴들고 "順天者는 存하고 逆天者는 亡" 이라는 천명편을 일독 하심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