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 리본 = 길 안내 외 산꾼으로서의 자부심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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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등산 KNOW-HOW

2009. 6. 29.

 

등산을 하다 보면 산행코스 좌우의 나뭇가지에서 형형색색의 리본이

나부끼고 있는 것을 어김없이 보게 된다.

 

모두 이 길이 산행로임을 알리는 표시다.

 

동시에 리본은 그것을 내걸은 단체나 사람들의 자기 홍보, 산행 이유 등을

알리는 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이들 리본에 대해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필자는 본격적으로 이 리본에 관해

연구하기로 하고 근래에 전국에 있는 산을 오르면서 리본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즉 전국 8개 도에서 12개의 명산을 선정해 그 산의 대표적 등산로에 내걸린 리본을

수집한 것이다.

 

그렇게 총 891장의 리본을 수집해서 이들 리본의 색상, 소재, 게시자 그리고

리본에 적힌 글 등을 분석했다.<표1 참조>.

 


 
▲ 산길에서 보이는 리본들. 노란색이 압도적으로 많다.

리본의 색깔은 노란색이 절반 정도 차지

 

수거한 총 891장의 리본을 색깔별로 분석해 보니

노란색이 전체의 약 45.5%로 제일 많았다.

 

다음은 빨강색(20. 7%)이고 이어서 흰색(9.7%), 주황색(9.3%) 순이었다.

기타 색도 13.4%를 차지하고 있다.<표2 참조>

 

이와 같이 리본의 색깔에 노란색이 많은 이유는 노란색이 갖는 독특한 기능에

연유한다고 사료된다.

등산 전문가에 의하면 노란색이 사시사철 가장 눈에 잘 띈다고 한다.

또한 색채학(色彩學)에서 노란색은 명시(明示)·주의(注意)를 나타낸다고 한다.

 

따라서 리본이 갖는 첫 번째 기능이 길 안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리본에 노란색이 많은 것은 심리적으로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다.

 

 

 


리본의 소재는 헝겊이 대부분

 

리본의 소재를 보면 헝겊이 대부분이어서 전체의 약 65.4%를 차지하고 다음은 비닐(29.5%)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리본도 간혹 눈에 띈다(4.1%). <표2 참조>

 

이와 같이 대부분의 리본이 헝겊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헝겊이 부드러워서 내걸기 쉬워서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몇 년 지나면 부패하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을 배려하는 리본 게시자의 센스 있는 생각이 헝겊 리본이

많은 이유일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리본의 게시자는 경기도 산행객이 제일 많아

 

이번에 수거한 총 891장의 리본 중 게시자의 출신을 밝힌 것은

546장으로 전체의 62.3%이다.

 

이들 546장의 리본을 출신지별로 분석해본 결과 <표3>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기도가 64장으로 제일 많고 다음이 경남(62장), 대구(51장), 부산(50장) 순이다.

가장 적은 지역은 울산(13장)과 전북(17장)이다.

 

한편 산을 중심으로 리본 게시자의 출신지를 보면 경기도 산행객이

전국 12개 명산 중에서 11개 산에 리본을 달아 가장 널리 리본을 게시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10개의 산인 경남, 9개 산인 서울과 대구이다.

한편 가장 적은 것은 울산과 전북으로서 5개 산에 리본을 게시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아마도 경기도에는 1100만 명이라고 하는

거대 인구가 살고 있는 데다 이들이 중남부지방으로 접근하는 것이

서울 산행객보다 용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면 울산은 적은 인구와 지역적으로 치우친 입지에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리본 글에 나타난 산행의 첫 번째 이유는 ‘산행 그 자체에 의미’

 

총 891장의 리본 중 산행 이유 내지 동기를 엿볼 수 있는 문구가 적힌 리본은 173장이다. 리본의 글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전체의 약 절반이 산행의 의미를 산행 자체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산행객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는 이유를 저 천공 높이 솟아 있는 산을 제 힘으로 오르내리는 것에 가장 큰 보람과 긍지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 이유는 앞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산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이 땅의 산꾼 중 다수는 ‘몇 산을 넘었느냐’ ‘몇 봉우리를 넘었느냐’ 하는 데에 산꾼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산에 가는 그 다음 이유는 ‘자연으로의 회귀’ 이며 이어서 ‘어떤 일에 대한 기념’ ‘건강 증진’ ‘기원과 마음의 다짐’ ‘산을 닮고자 함’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순례’ ‘단합’ ‘홍보’ 순으로 나타났다. <표4 참조>

 

 

 이러한 산행 동기를 나타내는 리본 글의 예를 보면 ‘영산기맥 종주·백두대간 완주·9정맥 완주·한강기맥 완주’(산행 그 자체에 의미·방장산), ‘萬峰을 향하여 탐방 중’(산을 수집·여항산), ‘자연의 품속으로’(자연 회귀·수도산), ‘회갑기념 백두대간 종주’(기념·봉황산), ‘암 극복 200개 산 등정’(건강·수도산), ‘앞날에 건강과 행복을… 天地神이시여!’(기원·깃대봉), ‘일도 산행도 열심히 산처럼 밝은 이’(산을 닮음·수도산), ‘이천市 市界 답사’(순례·원적산), ‘다이모스엠시트 단합산행’(단합·가야산), 그리고  ‘목포 하당 보석 찜질방 사우나’(홍보·승달산)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재미있는 문구로는 ‘오르고 있어도 또 오고픈 산행 길 오르고 또 오르메 또 산이로다’(가리왕산), ‘山! 갈 곳은 많고 갈 길은 멀고 쉼 없이 가보자’(수도산), ‘천산대학 필수과목: 500고지 이상 산을 1000개 넘어야 졸업’(여항산),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구름처럼 청산에 살으리랏다’(수도산), ‘산은 나의 스승이요 주치의다’(여항산), ‘살 좀 빠지게 해 주세요’(고래산), ‘괴산의 명산 미래의 땅 살기 좋은 괴산’(깃대봉)  등이 있다.

 


리본 게시와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 리본을 매다는 등산객들. 이번에 리본을 수거하면서 보니 소재가 비닐과 플라스틱인 리본이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와 같이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 리본은 나무를 괴롭히고 토양을 오염시킨다.

 

리본을 다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철사나 굵은 플라스틱 끈으로 나무에 칭칭 감아 매었다. 그래서 나뭇가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토양 역시 오염되고 있다. 실제로 승달산의 어떤 나뭇가지는 철사 줄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필자는 이 철사를 푸느라 산행시간이 매우 지체됐다.

 

그리고 리본 수도 문제다. 어떤 곳에는 매우 많은 리본이 걸려 있어서 마치 무당들이 제를 지내는 곳 같다.

 

이제 리본을 내거는 사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리본의 소재는 2∼3년이면 자연적으로 부패해 없어져 버릴 헝겊 등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리본을 나무에 다는 방식도 나뭇가지가 성장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헐겁게 해야 한다.

또한 한 곳에 지나치게 많은 수의 리본이 걸리지 않도록

리본에 대한 욕심을 줄여야 한다.

 

리본 제작업자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돈만 벌면 된다고 하는 상업적 탐욕으로 주문자가 해달라는 대로

제작해서는 안 된다.

주문자를 설득해 환경에 위해가 없는 리본을 제작해야 한다.

리본을 내거는 산행객과 리본 제작업자의 바른 양식이 요구된다.

 

등산로에 리본 게시는 필요하다. 이 리본이 길 안내 표지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산행객이 쓴 글을 보면 리본 덕분에 길을 찾았다는 얘기가 많다. 필자도 수년 전 겨울에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친구와 같이 명지산에 올랐다가 리본 덕택에 길을 찾아 무사히 하산한 경험이 있다. 만약 그때 리본이 없었다면 조난당했을 것이다.

 

문제는 환경과 미(美)이다. 아무리 리본이 기능면에서 필요하더라도 환경에 해를 주는 것이라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환경에 위해를 주지 않고 리본을 내걸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을 생각지 못한다면 진정한 산악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적인 문제다. 산에 왜 가는가?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이 아름다운 산에 보기 흉한 천 조각이 나풀거리면 그야말로 산행 기분을 잡치게 된다. 따라서 보아서 가히 나쁘지 않는 방식으로 리본을 제작하고 내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산행로에 리본을 내걸되

기능과 환경 그리고 미(美) 이 3박자가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 글 송기헌 청운대학교 호텔경영·컨벤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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