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일본고류검술

촛불하나 2008. 8. 3. 23:33

1. 거합이란 무엇인가

 

거합(居合)은 일본에서는 '이아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명칭들로는 거상(居相,발음은 '이아이'로 동일), 발합(抜き合い,누키아이), 발검(抜剣,밧켄), 발도술(抜刀術,밧토우쥬츠) 등이 있습니다.

 

거합의 居는 사전적인 의미로 '머물러 있다, 앉아있다'라는 의미이지만 당류(当流)에서 말하는 광의로서의 居의 의미는 '평상시의 상태', 즉 앉으나 서나 움직이거나 멈추거나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의미합니다. 合의 의미는 '부딪혀 맞서다, 대치하다'라는 의미로 결국 '거합'의 의미는 우리 생활속의 모든 상황들에서 맞서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승리를 제압하는것을 그 오의(奥意)로 삼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검술유파, 검도에서는 칼을 뽑아 자세를 취한 상태(ex 중단, 상단, 하단, 팔상 등)에서 상대와 대적을 하지만, 거합에서는 칼을 아직 뽑지 않은 상태에서부터 시작을 하게 됩니다. 이는 앞에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이 생활속에서 의도하지 않은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적에게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2. ‘유파’란 무엇인가

 

학문에 학파가 있듯이 거합도에도 유파가 있습니다. 과거 어느 뛰어난 선생이 제자들을 가르치고, 그 가르침을 배운 제자들의 무리를 아우르는 울타리입니다. 그 중 다른 뜻이 있거나 깨달음이 있는 제자들 중에 따로 나가서 유파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제자도 들어오지 않고 명맥이 끊기게 됩니다.

 

따라서 새로 유파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명한 어느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고 하는 ‘계보(족보)’로 인정을 받거나 아니면 자신의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실력으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예가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나오는 최배달(오오야마 마츠타스)입니다. 그 어떤 유파이던 생성 초기에는 이러한 검증과정을 통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유명한 호쿠신잇토류(北辰一刀流)의 창시자인 치바 슈우사쿠 역시 당시의 명문인 나카니시하잇토류(中西派一刀流)의 수제자였다가 호쿠신잇토류라는 유파를 열고, 전국에 무자수행을 다니면서 이름을 알리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거합의 대표적인 유파로 거합의 시조인 하야시자키진스케시게노부(林崎甚助重信)의 하야시자키무소류(林崎夢想流), 그 제자들이 만든 타미야류(田宮流), 세키구치류(関口流), 호우키류(伯耆流), 스이오우류(水鴎流), 그리고 당수련회의 유파인 무소지키덴에이신류(無双直伝英信流)등이 있습니다.

 

 

 

3. 도(道)와 술(術)은 다른 것인가?

 

일단 술(術)과 (道)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이야기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자는 術은 죽이기 위한 기술만을 의미하고, 道라는 것은 더 높은 심리적인 경지를 추구함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만, 명확히 다른 개념입니다. 물론 사회구조상의 변화로 인하여 무사계급의 유명무실화와 법치에 의한 현대사회로의 이전이 행해짐에 따라 새로이 생활체육으로서 유도, 검도 등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만 이것은 , 좀더 쉽게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고, 그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술보다 더 상위의 개념은 아닙니다.

 

무술의 명칭을 이야기 할 때에 道라는 글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근대사회에 들어서 입니다. 검도, 검술계에 있어서 근대화 이전의 유파는 고류검술유파(古流剣術流派)라고 일컫고 그 이후 생겨난 검도는 현대무도(現代武道)로 구분합니다. 검술(剣術)은 일반명사로 사용하지만 검도(剣道)는 고유명사입니다.

 

따라서 검술이라고 하는 것은 유파가 있는 고류검술(古流剣術)내지는 고류검술적인 성향을 추구함을 의미하는 것이고, 검도라고 하는 것은 현대의 경기검도(競技剣道)를 이야기 하는 것이지, 道와 術의 단계상의 차이, 성격의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道'자를 사용하는 곳은 현대무도로서의 성격을 강조하고, '術'자를 사용하는 곳은 고류로서의 성격을 갖고있거나, 추구하는 것을 나타낸다고 이해하시는 편이 가장 쉽고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4. 거합에서는 대련이 없다고 하는데 실전성에 대한 의문점

 

거합에는 검도와 같은 자유로운 대련은 없습니다. 대련이 없기 때문에 실전에서의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만 그것은 단순한 우려일 뿐입니다.

 

영신류를 위시한 여러 고류검술유파는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자유로운 대련과 연습은 없었고, 목도 등을 이용한 상호간의 정해진 형태에 따른 형이 있었습니다. 구미타치(組太刀)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그 당시 주된 수련 방법이었고, 실전에서도 주효했습니다. 실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영신류가 명맥을 이어오지도 못했을 뿐 더러 지금과 같은 부흥은 생각지도 못할 일입니다.

 

다만 영신류에서의 주된 형(形)이 혼자서 수련, 연무하는 형(形)이기에 그런 우려도 있으나 이는 거합지형(居合之形)등의 조태도형에서 잘 수련할 수 있으며, 혼자서 수련하는 형(形)에서도 상대를 가상을 하여 실전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직접 수련해 보셔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이러한 자각이 없이 수련하게 되는 경우 무의미한 수련이 될 우려가 있으며, 좀 더 상대에 따른 움직임의 변화등의 감각을 위해 검도를 수련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이는 개인의 생각, 취향에 근거할 뿐 거합 자체로 불완전 함을 내포하거나 검도 자체가 불완전 함을 내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대에서의 실전은 칼을 뽑아서 상대를 공격하거나, 상대의 공격을 막거나 하는 상황도 아닐 뿐 더러 칼을 차고 다닐 수도 없습니다. 거합계에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거합의 오의를 담고 있다고도 말하여 지는 것인데, ‘베지 않고, 베이지 않고 다만 적을 제압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 마음가짐, 예법 등으로 빈틈을 보이지 않고, 무력이 아닌 무형의 기위와 논리 등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최고로 치는 것입니다.

 

거합의 수련을 통해서 신체의 단련과 근성, 품위와 기위를 함양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자기발전을 위한 방향으로서의 수련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의 무도의 의미가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거합 뿐만이 아닌 다른 무도를 수련하거나,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5. 비디오나 책도 잘 나와 있는데 혼자 수련하면 안되나?

 

요즈음 거합도 비디오나 책이 여러 종류가 출판되고 또 공공연하게 불법복제 비디오등으로 많이 접하실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 거합도관련 영신류 교본이 4~5종, 몽상신전류 교본이 4~5종 정도 되고, 비디오 교재역시 정기관의 거합도영상교재와, 스키저널의 이와다 케이이치선생의 비디오나 전일본검도연맹 제정형거합, 거합도연무대회, 봉납연무대회 등의 영상자료도 많이 구할 수 있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우실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시는 분들께서 보시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한 번씩 흉내를 내 보시는 것이야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만, 이를 토대로 거합을 '할줄 안다'라고 하시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거합을 실제로 일정기간 수련해 보시게 되면 아시게 되시리라 생각됩니다만, 비디오나 책으로 표현 되거나 하지 않는 부분도 많고,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거합역시 여타 다른 무도와 마찬가지로 땀을 흘리면서 몸으로 익히는 부분입니다. 이를 혼자서 교재를 참고하여 수련하다가 오류나 알지 못하는 부분으로 인하여 수련이 진행되 잘못된 자세나 버릇, 개념 등으로 거합이 아닌 춤, 단순한 유산소운동이 되는 경우도 더러 보아왔습니다.

 

국내에 시판되거나 수입되고 있는 인쇄물이나 영상자료 등은 단순한 자료, 또는 수련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교재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주가 되는 것은 역시 선생님께 배우고 교정 받으며 몸으로 직접 익혀나가는 것입니다. 이를 모르고 책만 보고 비디오만 보고 거합을 수련하고 이를 다 안다고 하는 것은 그냥 흉내 내기 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지금 책이나 영상교재로만 수련하고 계시는 분께서는 조속히 좋은 선생님을 찾아뵙고 바른 거합을 배우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출처 : 무쌍직전영신류거합술 서울수련회
글쓴이 : 한승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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