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서 보낸 가을

하늬 2008. 12. 10. 03:31

우리가 묵은 대여 아파트 거실에는 세기말 비엔나의 거장 클림트 그림 "키스"가 걸려 있었다. 세기의 "키스"라고 하지만 중성형 여성 이미지와 불임의 화두가 판을 치는 19세기 세기말 서구문명 막다른 골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참 이상하다. 세상의 몰락을 이야기하고, 폐결핵 운명을 이야기하고, 팜 파탈을 이야기하고 무언가 정상적인 것은 촌스런 분위기의 그 세상에서 그래도 "키스"란 이름을 한 그림이 세기의 거시기가 된 것도 신기하다.

 

세계화된 지구에서 산업화되고 서구 문화에 관한 강좌가 대학에 자리잡고 있거나 비싼 서구 거장의 해외전쯤 유치하는 나라라면 어디서나 쉽사리 복사본을 볼 수 있지만, 유독 이 곳이 비엔나라는 이유로, 거실에 걸린 "키스"의 복사본을 더 값져보인다.

 

여행객은 그렇게 쉽게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감동을 차단하는 일상을 떠나온 것이 바로 그 때문 아니겠던가?

 

첫째 감동은 비엔나에서 하는 첫 아침식사다. 비엔나 하면 떠오르는 비엔나 커피는 사실 이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비엔나 커피를 떠올린다. 쪽수 채우기 위해 나간 미팅에서 다른 학교 남학생이랑 2차 갔을 때다. 커피를 시켰는데 그 남학생의 권유로 비엔나 커피를 마셨다. 말 그대로 성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남학생의 제복 색깔과 함께 비엔나 커피는 흰색 표면이었다. 그러나 비엔나에는 그 비엔나 커피가 없다.

 

 

더욱이 우리들의 첫 아침식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져간 것들이다. 치즈 전용 칼을 잊어서 보통 빵칼로 치즈를 잘랐더니 치즈가 부서졌다. 대여 아파트에는 커피 메이커가 없어서 홍차 필터를 사용하여 커피를 만들었더니, 이놈이 커피냐 홍차냐 알 수 없다. 그래도 밀린 신문뭉치와 읽지 않는 만화와 화보집이 쌓여 있는 일상의 거실을 떠나, 그림 몇나 걸린 타지의 휑한 아파트는 새롭지 않은 것도 새롭게 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경쾌하게 만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들고간 치즈도 경쾌하다. 여행은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라기보다 나를 새롭게 하는 과정이다.

땡~
밤 12시가 다 되어갑니다.
이제 공식적인 까치 까치 설날입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십시오!

전 잠자라 들어가야겠습니다~~^^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