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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라 2011. 5. 5. 18:38

정신과 의사가 찾아간 부처님의 발자취

 

"왜 여기에 천막을 치고 계시오?"

"여기에 천막을 치면 안 되나요?"

"천막을 쳐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쳐야 할 인연이 당신한테 있을 것 같아서 물었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

스님이 묻는 말에 나는 의아해 했지만 스님의 말씀은 바로 오늘이 네팔력으로 정월 초하루라는 거다.

 

이근후 저 '아, 불타여 불타여'의 한 대목이다. 그는 텐트를 치고 잔 덕분에 네팔력으로 정월 초하루에 룸비니에 첫 예배자가 되며 부처님과 진귀한 인연을 맺기 시작한다.

 

그 후로 그는 인도와 네팔의 불교 성지를 수차례 순례를 한다. 그는 룸비니에서 텐트를 치고 며칠을 머물며 땅에 귀를 대고 불타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서, 철학자로서, 불교성지를 순례하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아 불타여 불타여'란 책에 담아냈다. '네팔문시리즈 5권' 째로 펴낸 인도와 네팔의 순례기에는 네팔의 고팔 쉬레스타(Gopal Shrestha)화가의 주옥같은 불화 41점이 함께 삽화로 수록되어 있어 더욱 빛을 내고 있다.

 

 

 

불타가 태어난 룸비니에서부터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 초전 설법지인 사르나트, 그리고  열반지인 쿠시나가르에 이르기까지, 무더위에 기절까지 해가며 떠난 순례여행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한 정신과 의사인 그가 고행 길에서 얻은 느낌과 깨달음을 해학적으로 그려놓고 있어 책은 흥미를 더 한다.

 

석가모니 출가 당시 정신과 의사가 있었더라면?

 

한 번은 그가 치료했던 젊은 환자 한 분이 "석가가 살았을 때 만일 정신과 의사가 있었으면 석가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 만일 그때 선생님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었으면 석가는 부처님이 못 되었을 것입니다."

 

나를 궁지에 몰고 가는 질문이 '자기도 성불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인데 정신장애라고 해서 당신이 가로 막으면 되겠는가.' 하는 그런 항의다.

 

 

 

싯다르타가 출가할 때의 사고, 행동, 정서는 당시의 속된 관행으로 보아선 정상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우나 저자와 같은 정신과 의사가 있었으면 그게 이상하다고 약도 먹이고 행동도 제한시키고 입원도 시키고 했을 것이다. 그랬었다면 싯다르타인들 어떻게 도를 깨쳤겠는가 ……

 

그런 여운을 룸비니에 텐트 속에서 그는 연상해 낸다. 그는 룸비니의 텐트 속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나는 누구인가?' 하는 데 직면해 보지 못했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소중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그는 불타가 태어난 룸비니에서는 출가의 의문을, 부다가야에서는 고행과 깨달음의 진실을, 초전법륜을 굴린 사르나트에서는 어둠의 세상에 감로의 북을 울리는 불타를 생각하다. 그리고 쿠시나가르에서는 죽음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확실성을 쉽게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죽음에 대하여 네 가지 단계를 말한다.

 

 

 

 

첫째,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는 단계이다. 이 세상에는 죽음이 올지라도 자신에겐 오지 않을 거라는 기막힌 착각을 한다는 것.

 

두 번째는 죽음을 인식하면서 굉장히 분노를 하고, 억울해하고 슬퍼해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볼 수 없을까 하고 발버둥을 쳐 본다.

 

세 번째,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아무리 발버둥이나 분노를 해보아야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제한성을 받아드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네 번째는 스스로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며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네 단계는 꼭 순서대로 오는 것이 아니며 사람에 따라 두서없이 찾아온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결론을 맺는다. 하루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은 하루의 잠자리가 편안하듯 일생을 후회 없이 산 사람에겐 모르긴 해도 죽음이 평안할 것이라고.

 

'아 불타여 불타여'는 네팔의 고팔 화가 삽화와 함께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근후 박사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로 떠나는 깨달음으로 가는 여행이다.

 

 

 

 

"한 번 떠나보라, 그리고 느껴보자."

 

그는 여행은 신체적인 바이탈리티를 높여주고, 정신적으로 선물을 주며, 용서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만남이 있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래, 한 번 떠나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부처님이 태어나신 5월에 한 번쯤 심심풀이로 이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게기가 될 것이다.

 

 

 

 

(20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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