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강산/사는이야기

찰라 2016. 8. 21. 22:07

전기 먹는 하마, 20년 넘은 고장 난 에어컨


정말 우라질 나게 덥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시작되면서 찜통더위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아파트의 창문을 열었지만 오히려 후덥지근한 열기만 들어온다. 그런데다가 윗집과 아랫집에서 24시간 윙윙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의 열기 때문인지 마치 찜통에 들어 있는 느낌이다. 실외기는 도시미관을 해치고 뿜어대는 열기와 소음으로 무더운 여름철에 불쾌지수를 더욱 상승시키고 있다.


에어컨이라는 문명의 이기는 20세기 초반부터 분명히 인류가 쾌적한 여름철을 나는데 톡톡히 큰 몫을 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 업무 능률을 올리고, 가정에서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자 제품중에서도 전기를 먹는 하마 역할을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없다.

 

 

 


가정용 스탠드 에어컨 1대를 작동시키면 선풍기 20~30대 이상을 틀 수 있는 전기를 소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에어컨을 가동할 때 냉매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온도를 높이고, 온실가스를 배출을 상승시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실외기는 열과 소음을 발생시킬뿐만 아니라, 흉물스런 돌출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추락위험으로 인명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허지만 이미 에어컨은 현대문명인들의 필수 도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지구촌에 보급된 에어컨은 9억대(2015년 기준)를 넘어 섰다고 한다. 또한 급진적인 도시화 진행에 따라 2030년엔 16억대, 2050년엔 25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집에도 구입한지 20년도 넘은 스탠드 에어컨 한대가 거실에 놓여 있다. 우리식구들은 비교적 더위를 잘 참는 체질이어서 에어컨을 몇 년째 가동을 하지 않고도 선풍기 몇 대로 여름을 나곤 했었다. 물론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 것은 전기료 폭탄을 피해가자는 의미도 깔려 있다. 그런데 금년은 다르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낡은 에어컨을 켰지만 작동이 되질 않는다. 작년에 이사를 와서 시험가동을 할 때는 잘도 돌아갔던 멀쩡한 에어컨이다. 에어컨 제조회사에 전화를 걸어 서비스신청을 했더니 요즈음 에어컨 서비스 기사님들이 엄청 바쁘단다. 3일 후에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어이구, 앓느니 죽겠네. 닦달을 하며 독촉을 했더니 이튿날 밤늦게야 서비스기사가 왔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것 같다. 기사님은 이리저리 에어컨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구입한지 20년 넘은 에어컨

 


"부품을 하나 갈아야 하는데요. 너무나 오래된 모델이어서 부품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돌아가서 알아보고 전화를 드릴 게요."
"아이고, 기사 양반님, 빨리 좀 고쳐 주세요. 작년에 이사를 올 때까지 잘도 돌아가던 에어컨인데…"
"알겠습니다. 부품을 구하면 곧 연락드리지요."


그렇게 하고 돌아갔던 D사의 에어컨 서비스 기사님은 아직까지도 함흥차사다. 서비스센터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독촉을 했지만 에어컨 요즈음 기사님들이 너무나 바빠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거야 정말, 사람 죽이네! 무덤까지 가서 서비스를 하겠다는 그 정신은 다 어디로 갔지?


전기료가 월 2만 4천원 밖에 안 나간다는 신형 에어컨


"여보, 이번에 서비스가 좋은 큰 회사 에어컨을 하나 새로 사요. 너무 오래되어서 수리를 해도 또 고장이 날 수도 있고, 구형이라 가동을 하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길도 없잖아요. 그러니 전기료가 적게 나오는 걸로 바꿔요."
"허허, 그럴까? 에어컨 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참을 수는 없지 않아요."
"좋아요. 그럼 이번엔 서비스가 잘되는 큰 회사의 에어컨을 골라 봅시다."


아내의 닦달에 우리는 에어컨을 사기 위에 가까운 하이마트에 갔다. 에어컨 코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에어컨 구입 상담을 하고 있었다. 상담이 밀려 기다려야 한단다. 우리는 갖가지 모델의 에어컨을 구경하다가 인터넷에서 성능이 좋고 전기료가 적게 나간다며 추천을 많이 했던 L사의 에어컨을 찜해 놓고 상담 차례를 기다렸다. 상담 차례가 되어 찜한 에어컨을 구입하겠다고 했더니, 맙소사! 에어컨이 배달이 되려면 빨라도 10일은 기다려야 한단다.


"뭐요? 하루도 아니고 열흘씩이나?"
"네, 에어컨 주문이 워낙 이 딸려서요. 공장에 주문을 해서 생산을 해야 한답니다."
"아이고, 정말 앓느니 죽겠네. 10일이나 지나면 폭염도 다 끝나갈 텐데… 여보, 우리 다른 매장으로 한 번 가 봐요."


가전업계에 따르면 금년에 에어컨 판매량은 2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에어컨 판매의 정점을 찍었던 2013년도 200만대보다 10% 증가한 수치다. 보통 8월이면 에어컨 생산라인을 줄이고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을 가동시켜야 하는데, 폭염특수로 진열제품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어 에어컨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  

 

그건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9월까지 이어진다는 더위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에어컨을 구입해야 한다며 아내가 앞장을 섰다. 우리는 동네 가까운데 위치한 이마트 가전매장으로 갔다. 이 번에는 둘째 경이도 함께 동행을 했다. 그곳에도 에어컨 코너에 몇 사람이나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 모델 저 모델을 둘러보던 경이가 스피커처럼 생긴 S사의 모델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말했다.

 

 

▲전기료가 월 24,000원밖에 안나간다는 신형 무풍에어컨 진열제품

 


"아빠, 저기 스피커처럼 생긴 이 에어컨이 맘에 드는데요. 무풍도 되고 전기세도 월 2만 4천원 밖에 안 들어간 데요."
"뭐? 전기료가 월 2만 4천원? 그렇게 적게 들어갈 수 있을까? 어이구, 그런데 가격이 엄청 비싸네!"
"하루 8시간 가동에 들어가는 전기료라고 적혀 있네요. 혹시 진열제품을 팔지도 모르잖아요."
"하이마트에서는 에어컨 재고가 없어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제품이 있겠니?"
"아빠, 그래도 한 번 물어봐요."


마침 상담이 끝난 세일즈맨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무풍에어컨을 가르치며 혹시 진열제품이 있느냐고 물었다.


"고객님, 참 운이 좋으시네요. 마침 아직 개봉하지 않은 진열제품이 딱 한대 있습니다. 진열을 할 장소가 없어서 창고에 두고 있어요."
"아, 그래요! 그게 얼마지요?"
"네, 진열제품이라 대폭 할인된 가격인데요, 거기에다 에너지 1등급 환급을 20만원까지 받고, 집에 갖고 계시는 에어컨 보상판매 20만원, 상품권 10만원을 드리고요, 또 카드로 결제를 하면 5만원을 공제해 드리고, 선풍기도 무료로 한 대를 드립니다. 이 금액을 다 제하고 나면 2백34만 원밖에 안 되네요."
"어이구, 뭐 그리 복잡하지요? 그냥 2백 34만원을 드리면 안 되나요?"
"그렇게는 안 됩니다. 대신 카드로 결제하시면 6개월 무이자 할부를 할 수 있습니다."
"허허,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다고 하던데…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으니 6개월 할부로 구입할 수밖에 없군요."

 

 

▲에너지 1등급 환근급대상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풍에어컨이라는 신형에어컨을  6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그러나 에어컨 설치는 3일 후인 월요일(8월 8일) 오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에어컨 설치기사님들이 너무나 바빠서 그렇단다. 그런데 새 에어컨을 사 놓고도 배달을 기다리려고 하니 더위의 체감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았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던 시절에는 하루에 몇 번씩 등물을 하며 더위를 이겨내곤 했는데, 편리함과 조급한 마음이 더위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작은 쪽방에서 선풍기도 없이 폭염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우린 형편이 훨씬 나은 편인데도, 마음이 조급해진다. 참지 못하는 조급함이 더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천연 에어컨, 곰배령으로 휴가를 따나다


"여보, 새 에어컨 설치를 기다리다가 더위 먹겠어요. 그 동안 우리 시원한 곳으로 휴가나 갔다 오지요."
"아빠, 그래요. 정말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그럴까? 어디가 좋을까?"
"하루는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하루는 바다에서 피서를 하면 어때요?"
"좋아요, 그럼 곰배령이 어떨까?"
"우와! 좋아요. 그렇지 않아도 곰배령의 야생화를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2박 3일간의 휴가를 곰배령에서 지내기로 하고 숙소를 알아보았다. 올해는 폭염에다 성수기라서 그런지 평일에도 예약이 거의 다 되어 있고, 주말은 만원사례다. 거기에다 성수기라서 가격도 천정부지다.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알아본 끝에 곰배령 인근에 겨우 방 하나를 예약을 할 수 있었다.


"하루 밤에 얼마지요?"
"요즈음 성수기라서 16만원입니다."
"어휴, 그렇게나 비싸요? 조금만 빼주시지요."
"그럼 15만원으로 해드릴 게요. 허지만 바로 송금을 하지 않으시면 다른 사람에게 내 놓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에 에어컨은 있나요?"
"에어컨이요? 곰배령은 산 전체가 천연 에어컨이라 에어컨이 필요 없는 곳입니다. 낮에는 시원하고 밤에는 추워요."
"하아, 그래요?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기대가 됩니다."

정말 곰배령은 산 전체가 천연 에어컨일까? 그런 곳에서 무더운 여름을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여곡절 끝에 8월 6일 우리식구는 곰배령의 자연 에어컨을 잔뜩 기대하며 곰배령으로 피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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