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차라의 숲 2010. 11. 8. 20:25

제 관심사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다보니 매일 한두 차례, 혹 서너 차례 이상은 여러 대북 소식지 홈페이지들을 오가며,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생겼나 확인하곤 합니다. 북한 소식이야 뭐 김정일 건강 문제, 후계자 문제, 북핵 문제 아니면, 굶는 얘기, 못 사는 소식, 수해피해 등 뭐 하나 밝고 긍정적인 것들이 없습니다. 그래도 하루도 끊이지 않고 살펴보는 것은,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알면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고 했던가요? 전 북한을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왜냐면...언젠가 같이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몇 해전 백두산 천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름답죠? 같이 갔던 사람들이 천지를 내려다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웃고 떠드는데, 전 왠일인지 마음이 착 가라앉더군요. 그래서 혼자 일행들과 좀 떨어져 조용히 앉아 물끄러미 천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풀이 있었고, 돌멩이들이 있었고, 물이 있었고, 물 위에 뜬 구름과 하늘이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도 불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뭔가 마음 속에 화선지에 먹물 배이듯 잔잔이 번졌습니다. 그러다 차츰 파문이 일었고, 서서히 온 몸으로 퍼져갔습니다. 그리곤...눈물이 났습니다.

 

아아...몇천 년 전, 몇만 년전부터 이 나라, 이 땅을 지켜봐준 존재로구나...이 땅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잃었던 많은 이들과 뭇생명들을 키우고 거두고 품어안아준 존재로구나...

 

감사했습니다.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감사의 마음에 눈물만 났습니다.

 

이런 감상에 빠진 건...아마 백두산에 오르기전에 청산리터를 보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아무도 찾지 않는 대종교 3인의 쓸쓸한 묘를 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망국의 설움을 토해낸 일송정에 들렀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그 뒤 압록강변에서 신의주땅을 쳐다보고, 두만강가에서 바로 손닿을 곳에 가까이있는 무산군을 내려다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같은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걸까...저 땅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사는 걸까...영영 이대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걸까...'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는 너무너무 식상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생각하는 건 세뇌됐기 때문인가, 아니면...내 세포속에 각인된 역사 DNA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이끌어내는 걸까...

 

그래서인지 모릅니다. 북한을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매일 북한 소식을 찾게 된 건...내가 모른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고통이 줄어들지 않고, 외면한다고 해서 누군가 거저 통일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소식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저처럼 북한을 잘 모르지만 알고 싶어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북한에 대해서는 워낙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색깔론으로 변질되기 일쑤여서 좀 걱정되는 마음도 있습니다만...전 '상식'을 믿습니다. 북한 정부를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원수처럼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북한 주민들에 대해선 진한 연민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들이 나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라면 응당 누려야할 것들을 그들 역시 누릴 권리가 있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정치적 신념도 인도주의의 원칙에 우선할 수 없다고 믿습니다. 북한 정부가 밉다고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기 싫다거나, 북한 정부가 좋다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 '상식'입니다. 그 상식에 입각해 북한 소식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오늘 가장 눈에 띄었던 소식은 바로 북한 정부가 주민들에게 거두었던 군량미를 더 이상 걷지 않겠다고 선포했다는 소식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순간 제 눈을 비벼야 했습니다. 엉? 이럴리가 없는데? 북한이? 정말? 오오...믿을 수가 없어...였습니다. ^^;; 기사를 한 번 볼까요?

 

"北, 주민들에 군량미 할당 중단"<좋은벗들>
"주민들 환호".."김정은 선전용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량미를 걷어오던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8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당이 지난달 30일 "군량미 사업과 군대 원호 고기 부담(군대에 보낼 고기를 감자로 계산해 바치는 것)을 올해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틀 뒤인 11월 1일부터는 전국 각 지역에 같은 내용이 통보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군량미 부족분을 주민들이 충당하도록 해왔는데, 군량미를 바치지 않으면 '장군님의 선군 정치 영도를 따르지 않는 죄인'으로 취급하며 당적, 정치적 문제로 비화시켜 주민들의 부담이 컸다. 작년 평성시와 순천시에서는 농작물 수확량 가운데 65%를 군량미로 거둬 농민들은 평균 5개월 분량만 배급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하략).
 

 

 

<백암군 감자농장이라는데, 뭐 볼 게 없네요. 황량하고 쓸쓸해보이기까지 하네요. 출처는 사진에 찍혀있죠? ^^>

 

좋은벗들에서 발행하는 소식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군량미가 매해 부족하니까 주민들에게 군량미 명목으로 식량을 거둬들였는데, 이걸 중단했다는 소식입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http://www.goodfriends.or.kr)

 

 

해마다 추수철이 다가오면 각 지역 농장마다 군량미를 우선 확보하려는 군대들과 1년 애써 지은 농작물을 뺏기지 않으려는 농장원 사이에 갈등이 컸다.... 뜻밖에도 지난 10월 30일, 중앙당에서 해마다 최우선적으로 진행하던 군량미 사업을 올해부터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11월 1일부터는 전국 각 지역에 통지하기 시작했다. 량강도 백암군과 대홍단군, 함경북도 무산 등지에서는 이 같은 소식에 농민들이 일제히 환호하는 분위기다. 해마다 군량미 우선 차출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의 식량난이 악화되었고, 군량미를 바치지 못하면 “장군님의 선군정치 령도를 따르지 않는 죄인”취급에 당적,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기 일쑤여서 농민들의 고달픔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량강도 대홍단군에서 이 소식을 전한 김정학(가명)씨는“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루명을 쓰고 정치적으로 매장되고 수많은 농민들이 일년 사시사철 뼈 빠지게 일해도 군량미를 내고 나면 돌아오는 것이 없어 배고픈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군량미 차출 중단 소식은 공화국 사상 주민들에게 있어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 평했다.

 

좋은벗들, 오늘의 북한소식 374호, "중앙당, 군량미 사업 중단 지시 내려"

 

 

10월 30일, 군량미 거두지 말라고 전국적으로 지시한 모양입니다. 음...중국에서 식량이 대대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까요? 주민들에게 걷지 않아도 군량미가 확보되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까 싶은데...암튼 놀라운 소식입니다. 그동안 주구장창 들었던 소식들은 주민들에게 군량미다, 건설 지원이다 뭐다 맨날 뭐 걷는다는 소식뿐이었는데, 그걸 중단하겠다는 건, 제가 북한을 공부해온지 10여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세외부담(일종의 세금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을 걷지 말라는 얘긴 몇 번 있었지만, 한번도 실행된 적은 없죠. 그냥 '립서비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어쩐지 이번 군량미 중단 소식은 립서비스 차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북한학과)는 "이 같은 조치가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주민생활 개선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계산일 것"이라며 "최근 북중관계가 가까워져 중국으로부터 식량이 유입돼 군량미 확보에 어려움이 없자 이 같은 조치를 내놓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위 기사와 동일

 

김용현 교수님 지적대로 후계자의 선심성 정책이 맞다면, 군량미 할당 중단은 별 이변이 없는 한 시행될 것도 같네요. 그건 더 두고봐야 겠지만,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북한 농민들을 위해선 정말 잘 된 일입니다. 농민들은 가을 추수가 끝나면 자신이 일한만큼 1년 먹을 식량을 분배받아가는데, 군량미 떼고, 군대에 돼지고기를 지원해야 된다고 그 돈 제하고, 어쩌고 나면 늘 먹을 것이 3개월 정도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수확량이 좋을 때 얘기죠. 수확한 건 7-8개월 식량분밖에 안 되는데, 거기서 군량미다 뭐다 3개월 떼고 나면, 실제 남은 식량으로는 4-5개월도 못 버티는 거죠. 다음해 춘궁기가 되면 농민들이 먹을 게 없어 풀죽을 쒀먹는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군량미를 안 걷는다고 하니, 내년에는 최소한 3개월은 더 버틸 수 있겠네요.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이 소식에 농장들 곳곳에서 만세 소리가 울려퍼졌다고 하니, 그 환희에 찬 기쁜 마음을 저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들어서, 좀 길어지긴 했지만, 기분 좋게 나누고 갑니다. 앞으로도 종종 북한 주민들이 기뻐할만한 소식들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아주 큰 고통 중에 하나가 굶어서 죽는 아사가 아닐까 합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데요-_-;;;
인도적인 차원에서 꼭 대북지원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어서 통일이 되어서 북으로 유럽횡단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 국민들에게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러게요. 올 겨울 북한 주민들이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더 먹었음 좋겠어요. 쌀이 남아돈다고 가축 사료용으로 쓰겠다고 할 때는, 어떻게 그런 발상이 나올 수 있는지 허탈감을 넘어 속상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신의주에 적십자사에서 보낸 쌀이 들어가는 것 같던데,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식량이 지원됐으면 합니다.
북한 주민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반 국민들은 이념을 떠나 먹고 사는 일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두산에 다녀오셨군요. 가슴도 벅찼을 것이고, 또 한편으로 샹그릴라님과 같은 기분이들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그냥 평범한 우리네들은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위정자들은 대체 뭘 쫓고있는 건지...-.-;;
가장 먼저 품어줘야할 우리의 이웃이 아닌 우리안의 또 다른 우리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많은 지원이 아쉽다는 생각에 안타까울뿐이네여!
남북관계가 빨리 좋아져서 북한 주민들이 최소한 먹는 문제로 가슴아픈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good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