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리

차라의 숲 2012. 9. 11. 13:04

"'소포클레스 선생, 성적인 쾌락과 관련해서는 어떠십니까? 선생께서는 아직도 여인과 관계를 가지실 수 있나요?'라고 그 사람이 물었죠. 그러자 그 분께서는 '쉿, 이 사람아! 그것에서 벗어났다는 게 정말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일세. 흡사 광포한 어떤 주인한테서 도망쳐나온 것만 같거든'라고 대답하시더군요...(생략) 갖가지의 욕망이 뻗치기를 그만두고 숙어지게 되는 그때에야 소포클레스께서 말씀하신 상태가 완전히 실현되는 것이니, 그건 하고많은 광적인 주인들한테서 풀려나는 것이죠...." (플라톤의 국가 제1권 케팔로스의 '늙음에 대한 답변' 중)

 


플라톤의 국가 알파(A)에 등장하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상속 재산가인 케팔로스옹의 집에 초대를 받아간다. '옹'을 붙인 걸로 보나, 대화의 내용을 짐작해보건대 상당히 연세드신 분이었나보다. 소크라테스는 '노년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케팔로스 나이대의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인생의 고비가 있는지, 어떤 지혜가 있다면 가르침을 달라고 청한다.

케팔로스옹은 나이든 사람들이 자주 모여 한탄하기를, 젊은 시절의 즐거움을 빼앗겼다고, 특히 성적인 쾌락이나 술잔치 등에서 얻곤 했던 즐거움이 없으니 더 이상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들 말한단다. 자신들의 현재 불행이 오직 나이 탓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팔로스옹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근본원인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똑같이 늙었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그러면서 소포클레스 시인의 위 일화를 들려준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소포클레스는 성적인 쾌락을 (젊을 때만큼) 더 이상 누리지 못하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오히려 자유라고 말한다. 그러게. 욕구불만 혹은 인생의 불행이 어찌 나이 탓일까. 욕구가 주인인양 그것에 끌려다니는 것 자체가 불행의 원인일진대. 늙어 몸이 지쳐 욕구가 지치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때에서야 광포한 주인(욕구)에게서 벗어나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 지난한 세월 아닌가. 물론 오직 늚음만을 탓하며 불행해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소포클레스의 해학 넘치는 답변이 멋지긴 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내가 사로잡히곤 하는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놓아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

 

법륜스님께서 늘 들려주시는 부처님 말씀,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를 조용히 읊조려본다.

아쉽죠. 북한 사람들은 옥수수밥을 못먹는사람은 옥수수국수를 먹고 그것도 못먹으면 옥수수죽을 먹는다고 하네요. 못먹고 사는 북녘 동포들 생각할 때마다 버리는 음식이 없어야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