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 북한 이야기

차라의 숲 2012. 6. 22. 22:12

2012년 평화재단 연구원 심포지엄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운이 남는다. 여러 유수 기관의 전문가포럼이나 토론회, 심포지엄을 다녀봤지만, 장장 4시간 동안 제일 집중해서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통일이 너무 뻔하고 구린 옛 이야기가 아니라,

가슴 뛰는 가까운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게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국가 비전과 통합적 통일 정책-통일정책의 과제와 대안"이었다. 지난 6월 19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자료집을 읽어보았다. 자료집을 휘리릭 넘길 때는 그다지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발표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쉽고도 명쾌한 통일전략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국가비전과 통일전략"과 "통일지향의 대북 외교 국방정책"이었다. 조민(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님과 김형기(평화재단 연구원 원장)님이 각각 기조발제를 했다. 

 

그 중 인상적으로 들었던 내용을 내 방식대로 간추려 보겠다.

 

통일한국의 비전을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 '평화·민주·복지'의 통일한국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이 없어야 한다(평화).

헌법을 수호하며 민주주의 가치를 따른다(민주).

양극화 해소와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한다(복지).

통일한국은 '평화, 민주, 복지' 라는 비전이 있는 국가가 될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확실한 전망이 어디있겠는가.

 

이를 위한 기본 전략과 목표들을 몇 가지 제시하는데, 내 식대로 핵심만 간추리자면

이렇다.

 

첫째, 누가 통일의 주체가 될 것인가?

둘째, 변화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

 

첫째, 통일의 주체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남한과 북한을 저울 위에 올려놓았을 때, 힘은 절대적으로 비대칭이다.

1970년대까지는 북한이 우위에 있어 남한에게 먼저 통일하자고 했다지만,

지금은 누가 뭐래도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남한이 우위이지 않은가.

남한 사회가 통일을 하자고 먼저 손 내밀고, 저들의 손을 잡고 이끌어가야 할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둘째, 변화의 주체는 누구인가? 북한이다.

북한 사람들과 북한 체제는 변화해야 한다.

지금 저대로는 자멸할 것이고, 잘못하면 중국 의존도가 심화돼 영구분단으로 갈 수도 있다.

 

저들의 자멸이 곧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 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 저들은 혼자 죽지 않을 정도의 안보력은 갖고 있다.

 

우리가 힘으로 밀어부치려고 하면, 저들은 당연히 반발하고 공격해올 것이다.

전쟁, 아니 국소 분쟁만 벌어지더라도 손해는 우리가 본다. 저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지만,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코리아 리스크'는 우리 경제와 우리 삶의 토대를 뒤흔들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과 북한 체제를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통일은 '사건(event)'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통일의 기본전략으로 '사실상(de facto)'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

 

북한을 '정권 진화'(regime evolution)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데,

--> 북한 스스로 '수령독재체제'에서 '개발독재체제'로 진화하도록 협조하고,

-->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변화 여건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핵심은 북한 주민들이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통일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아, 남한 사람들이랑 힘을 합치면 우리도 잘 살겠구나.

남한 사람들처럼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우리도 살아보면 좋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도록,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본격화해야 한다. 

 

그래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권 개선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논란이 되는 것처럼,

정치적 목적으로-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인도적 지원과 인권 문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먹을 것과 입을 것, 치료약 등은 조건없이 지원해주고,

의식주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어 가는 동안, 그들 스스로 인권 의식이 성장해감에 따라

생존권에서 점차 정치권까지 스스로 쟁취해갈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핵문제, 외교, 국방정책 등 빠진 내용이 많지만,

정책 방향과 기조, 전략 등 어려운 용어 대신,

내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큰 갈래잡이를 풀어보았다.

사실 이해 수준이 얕아서 깊이를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래 상자글은, 발제를 들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팍에 팍 꽂혔던 내용들이다.

 

사실상의 통일이란,

1) 우리 자신이 통일을 주도하는 주체 세력이 되고,

2) 헌법 정신에 충실한 단합된 국민의 힘으로 통일을 추진해 나갈 때,

이뤄가는 것이다.

 

'기다리는 통일'→ '다가가는 통일'로,

'떠맡는 통일'→ '끌어안는 통일'로!!! 

 

* 대북 정책, 외교정책, 국방정책 3박자가 통일전략 속에 어우러져야 하고,

국민의 확신과 합의, 그리고 통일의지가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리더쉽이 필요하다.

  

"헌법 정신에 충실, 통일 주체로서 남한 사회가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며, 한반도 전체를 포괄하는 관점 속에 국민 통합을 이루는 속에서 주도적으로 통일을 향한 노력을 계속 하는 것"이다.

 

"헌법상 평화통일은 대한민국의 사명이다.

한반도 전체가 우리 영토이므로,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삶을 방관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북한 집권층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들의 통일한국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을 발전모델로 확신해서 그들이 우리 체제를 선택할 수 있는정책을 추진하자"

 

평화재단 이사장이신 법륜스님께서 닫는 말씀을 하셨다. 개인의 생각일 뿐, 평화재단 전체의 생각은 아니라는 말씀을 몇 번이고 당부하면서 당신 개인의 견해를 풀어내셨다. 그 말씀이 주옥같아서 또 부지런히 적어보았다.

 

 

 

어떤 문제든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자기 체제 방어에 들어가고, 체제가 강하면 통일을 주장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왜 남한은 적극적으로 통일에 나서지 못하는 걸까.

체제 방어에 집중되어 있는 북한이 어떻게 한민족 전체 문제를 볼 수 있겠는가.

남한의 현실과 위치는 이제 남한만 책임져서는 안 된다. 이제 한민족 전체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현실이 바뀐 것이다.

 

남한에 사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도 좋지 않겠는가.

우파는 경제발전의 성과를, 진보좌파는 민주주의의 성과를 얻지 않았는가.

각각의 성과를 기반으로 자긍심을 고취하고, 이제 통일을 통해 대한민국의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할 때이다.

 

북한의 실정은 우리가 부러워할 나라도, 우리가 두려워할 나라도 아니다.

대한민국인으로서 좌, 우 모두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그 자신감 위에 남한 안에서 민족 통일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

 

남남통합 위에 남북합의를 이루고, 이 힘으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 균형점을 찾아내가야 한다. 이 중심만 선다면 다른 건 부차적인 문제다.

 

중국의 부상은 앞으로 20-30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남북갈등이 지속되면, 중국은 결국 북한을 껴안을 수밖에 없고, 북한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남북한은 미중 경쟁구도에서 종속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벗어날 돌파구는 통일밖에 없다. 분쟁의 중심이 아니라, 평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한 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통일한국은 동아시아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될 것이며, 세계 문명의 중심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현 흐름 속에 통일한국이 동아시아의 중심이 될 것이다.

 

천년의 꿈을 가져보면 좋겠다.

 

- 2012.06.19(화) 평화재단 심포지엄, 법륜스님 닫는 말씀 부분 기록-

 

* 제대로 적지 못해 맥락이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속기록을 잘못한 필자의 탓이다. 법륜스님의 통일에 대한 생각을 더 알고 싶으면, '새로운100년'(2012, 오마이북)을 읽어보기를 강추한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통일이 과거의 구린 얘기가 아니라,

곧 다가올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다.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유토피아로 만들어가는 몫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 확신을 다시 갖게 된 기분 좋은 심포지엄이었다. 

유익한 심포지엄이었네요.
현실에 입각한 정책이 중요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