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s 독서시대/그리스로마神話

Ezs 오진수 2016. 2. 7. 18:38


 

‘이래서는 안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신랑은 나에게 그러지 않았는가? 의심이 자리잡은 마음에는 사랑이 깃 들이지 못한다고…….‘

프시케는 신랑이 하던 말을 떠올리며 의심을 삭이려 했다. 하지만 의심을 삭이려는 노력이 번번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었다. 의심은 프시케의 마음이 조금만 헐거워지면 불쑥 고개를 들고는 했다.

‘의심이 고개를 들면 그 고개를 누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의심의 뿌리는 그런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의심의 뿌리를 캐내어 버릴 수 있을까? 그렇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면 된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 의심은 뿌리째 뽑힌다.’

의심은 오래지 않아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신랑의 살갗은 보드라웠다. 신랑의 음성은 앳되었다. 대체 어떻게 생긴 분일까…….’

호기심은 상사병과 같은 것이다. 상사병이 식욕을 떨어뜨리듯이 죄 없는 호기심 또한 채워지지 않으면 입맛을 덜어지게 한다. 프시케는 먹는 재미를 잃고 나날이 여위어 갔다.

‘내가 이 호기심을 채우지 못하고 나날이 여위어 가면 신랑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그래, 확인해 보자, 신랑이 어떤 분인지 확인해 보자. 이것은 나에게도 좋은 일이고 결국은 신랑에게도 좋은 일이다.’

마침내 이렇게 결심한 프시케는 언니들이 가르쳐 준 대로 등잔과 낫을 준비하고는 신랑이 돌아오고 밤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냥 나갔던 신랑은 밤이 이슥해질 녘에야 밤이슬에 젖어서 돌아왔다. 둘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프시케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프시케는 한밤중에 살며시 일어나 등잔을 켜 들고 신랑의 얼굴에 비추어 보았다. 산으로 올라오고는 처음 켜 본 등이었다.

그러나 신랑은 뱀 이기는커녕 금빛 고수머리가 흡사 양털 같고 이목구비가 반듯하며 피부가 눈처럼 흰 미소년이었다. 어깨에는 밤이슬에 젖은 날개도 달려 있었다. 그 날개의 은빛 깃은 봄에 피는 꽃잎만큼이나 보드라웠다.

프시케는 신랑의 풍채에 넋을 놓고 있다가 등잔의 뜨거운 기름 한 방울을 그만 에로스의 어깨에 떨어뜨리고 만다.

아, 그렇다. 그가 바로 사랑의 신 에로스였다. 에로스는 퍼뜩 눈을 뜨고 프시케를 노려보더니 검다 희다 말 한마디 없이 그 흰 날개를 펴고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프시케는 에로스를 잡으려고 창 쪽으로 달려갔다가 그만 보람 없이 창틀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에로스는 잠시 날갯짓을 멈추고 흙투성이(!)가 되어 스러진 프시케를 내려다보며 내뱉듯이 말했다.

“어리석어라, 프시케여. 내 사랑에 대한 보답이 겨우 이것이오? 사랑에 대한 보답이 겨우 파국이오? 내가 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그대를 사랑했기 때문이오. 사랑의 그릇은 채움으로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채우는 것이라던 내 말의 이치가 그렇게 알아듣기 힘들던가요? 가세요. 그대에게 따로 벌을 내리지는 않겠어요. 사랑이 남아 있다면 영원한 이별보다 더 큰 벌은 없을 테니까……. 우리는 오로지 영원히 헤어져 있을 따름이오. 의심이 자리잡은 마음에는 사랑이 깃들이지 못한다는 말을 알아 듣기가 그렇게 힘들던가요? 그래요. 의심이 자리잡은 그대 ‘프시케(마음)’에게 나 ‘에로스(사랑)’는 깃들일 수 없다는 뜻이었소.”

에로스가 밤하늘에 한 줄기 빛을 그으며 날아가 버린 뒤 스시케는 한동안 땅을 치며 울었다. 울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손 끝에 닿는 바닥은 설화 석고가 아니라 땅이었다. 프시케는 이상하게 여기며 주위 둘러보았다. 궁전은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자신은 어느새 황야의 맨 땅 위에 엎드려 있었다.

프시케는 두 언니를 찾아가 자기가 겪은 그간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하면서 오직 자기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두 언니는 함께 후회하고 슬퍼해 주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각기 딴 마음을 먹었다.

‘오냐, 그것이 과분한 분복이라고 하는 것이다. 너는 이제 화를 입었으니 내가 그 복을 다시 지어 보아야겠다.’

두 언니는 날이 밝자마자 앞을 다투어 프시케가 살던 바위산을 기어올랐다. 산꼭대기까지 오른 두 언니는 제피로스를 불러 프시케가 살고 있던 그 궁전까지 실어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고는 제피로스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벼랑 위에서 뛰어내렸다. 제피로스가 있던 자리에서 비켜 버리자 자매는 천길 벼랑에서 떨어져 그 의롭지 못한 삶을 좀 일찍 끝내고 말았다.

프시케는 한동안 정을 붙이고 살았던 신랑 에로스를 찾아서 온 그리스 땅을 다 누볐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로스가 신이지라 그 행방을 알지 못했다. 신들은 알 테지만 프시케로서는 신들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시케는 산을 넘다가 산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는 신전 앞을 지나게 되었다. 누구의 신전인지 짐작할 도리도 없었다. 프시케는 신전 앞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어느 신의 신전이지는 모르겠지만 신전이 있으니 반드시 임자가 있겠지. 그래, 이 신전에서 신랑에게 지은 죄를 속죄하자. 신랑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량? 신랑에게 지은 내 죄를 용서받는 길은 땀을 흘리고 수고를 들이는 길밖에 없다.’

프시케는 신전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에는 뜻밖에도 곡식 낟가리가 있었다. 낟가리 중에는 단으로 묶인 것도 있었고, 베어서 실어온 채로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것도 있었다. 낫, 갈퀴 같은 연장도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프시케는 무더위에 지친 농부들이 그냥 팽개치고 달아났으려니 생각하고는 곡식과 연장들을 종류별로 고르고 나누어 제각기 있어야 할 자리에 마땅한 상태로 깔끔하게 정돈했다. 프시케는, 어떤 신에게든 죄를 얻었더라도 믿음으로 덕행을 쌓으면, 등을 돌렸던 신도 다시 돌아앉는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은 에로스를 잃고 방황하며 나름대로 겨눈 가늠이고 헤아린 짐작이었다.

과연 그랬다. 그 신전은 다름 아닌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에게 바쳐진 신전이었다. 하지만 프시케는 나이가 어려, 낟가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데메테르 여신이 신전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테메테르 여신의 신전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프시케가, 신전 제단의 휘장 뒤에서 여신이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어찌 짐작할 수 있었으랴, 데메테르 여신은 며칠 동안 프시케가 일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프시케여, 네가 복을 지었다. 내 비록 아프로디테의 저주에서 너를 풀어 줄 힘은 없으나, 여신의 분노를 삭일 방도쯤이야 어찌 일어 줄 수 없겠느냐. 네 신랑이었던 이가 아프로디테 여신의 아들 에로스임을 네가 알았느냐? 어서 가서 여신의 손에 네 몸을 붙이고 겸손과 순종으로 용서를 빌어라. 인간과 금수와 초목 중에 인간만큼 신을 노엽게 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인간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돌아앉은 신을 다시 돌아 앉힐 수는 없다. 그러니 나에게 용서를 빌지 말고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용서를 빌어라.”

 

프시케는 데메테르가 가르쳐 준 대로 아프로디테의 신전을 찾아갔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프시케가 문안을 여쭙기도 전에 꾸짖기부터 했다.

“이 하찮고 믿음이 적은 것아, 네가 신을 섬기는 한낱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느냐? 네 신랑은 내 말을 귓가로 흘리고 너같이 하찮은 것에게 사랑을 기울이더니 어깨에는 화상, 가슴에는 상처를 입고 돌아와 몸져누웠다. 참으로 밉살스럽고 비윗장이 틀리는 것아, 내가 이제부터 너를 시험하리라.”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신전의 곳간으로 데려갔다. 신전 곳간에는 비둘기의 모이가 될 밀, 보리, 기장, 살갈퀴, 볼록 콩 등이 섞인 채 수북이 쌓여 있었다. 비둘기는 바로 아프로디테를 상징하는 새였다.

“네가 데메테르에게 길을 물어 내게로 왔으나, 내가 데메테르를 탓할 수는 없다. 자, 여기 있는 곡식을 종류별로 고르되 한 알도 남김없이 골라 무더기로 각기 쌓아 놓아라. 저녁때가 되기 전에 끝마치지 못하면 네 입에 들어갈 것은 하나도 없다.”

여신은 이렇게 말하고 신전 곳간을 떠났다. 프시케는 그 엄청난 일감에 기가 꺾여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망연자실 앉아 눈물만 떨구었다.

에로스는 비록 프시케의 철없는 행동 때문에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그래도 프시케에 대한 사랑이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었다. 에로스는 프시케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어 들판의 임자인 뮈르미도네스에게 가서 프시케를 도와주라고 했다. 뮈르미도네스는 ‘개미떼’라는 뜻이다.

개미왕은 에로스의 명에 따라 부하를 이끌고 신전 곳간으로 갔다. 개미떼는 차 한 잔 끓여서 마실 만한 시간 동안 낟알을 종류별로 골라 각각 있어야 할 곳에 말끔히 정리했다. 일을 마친 뮈르미도네스는 삽시간에 곳간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아프로디테는 저녁 무렵에야 신들의 잔치에서 돌아와 앙칼진 목소리로 프시케를 꾸짖었다. 장미꽃 관을 쓰고 호령하는 여신의 입에서는 신들의 술인 향긋한 넥타르 냄새가 풍겨 나왔다.

“앙큼한 계집이로구나. 네가 일은 잘 했다만, 나는 네 일 솜씨를 본 것이 아니고 내 아들에게 아직 너를 향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신은 저녁 끼니로 검은 떡 한 조각을 던져 주고는 프시케를 곳간에 가두었다. 가엾은 프시케는 포도주도 없이 그 빵을 먹고는 싸늘한 곳간에서 밤새 떨었다.

다음날 아프로디테는 또 하나의 일감을 주었다.

“저기 숲, 물가로 길게 나앉은 숲을 보아라. 가면, 주인 없는 양떼가 있을 것이다. 가서 보면 알 테지만 털이 모두 금빛이다. 냉큼 가서 한 마리 한 마리의 털을 한 줌씩 뽑고 이것을 모두 모아 오너라. 한 마리라도 빠뜨리면 경을 칠 줄 알아라.”

프시케는 물가로 내려갔다. 하지만 양의 수가 너무 많았다. 며칠 동안 뽑아도 다 뽑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하염없이 눈물만 떨구고 있는데, 강가의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가만히 들어 보니 강의 신이 갈대를 흔들면서 프시케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모진 시험에 걸리신 아가씨, 강을 건너려고도 마시고, 저 무서운 양떼에게 다가갈 생각도 마세요. 떠오르는 해의 정기를 받고 있을 동안에는 저것은 어느 양이 아니라 인간을 뿔로 찌르고 발길로 걷어차는 무서운 짐승이랍니다. 그러니 한낮의 태양이 양떼를 나무그늘로 보내면, 내가 양떼를 그 그늘에서 쉬게 할 테니 가만히 있거나 하세요. 내가 도와 드리지요. 해질녘이 되거든 다시 이리 나오세요. 그러면 덤불과 나무 둥치에 양털 견본이 가득이 가득 걸려 있을 테니, 그것을 거두어 가시면 됩니다.”

강의 신의 도움으로 프시케가 양털을 거두어 갔지만 아프로디테의 앙칼진 호령은 여전했다.

“미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네가 아느냐? 한번 눈 밖에 난 것은 미운 짓을 해도 미워지고 예쁜 짓을 하면 더 미워지는 법이다. 내 네게 또 일을 맡기겠다. 여기 상자가 하나 있으니 가지고 저승으로 내려가 저승의 왕비 페르세포네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 제 주인이신 아프로디테 여신께서 얼굴 단장에 필요한 단장료를 조금 나누어 주셨으면 하더이다. ’

알겠느냐? 한 자 한 획도 틀림없이 전해야 한다. 심부름을 반듯하게 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신들의 잔치에 나가야 한다. 네가 단장료를 가져와야 그걸 얼굴에 찍어 바르고 갈 수 있을 테니, 심부름에 착오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득한 옛날에는 문자가 없었다. 그래서 심부름꾼은 주인이 하는 말을 단어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외고 가야 한다. 프시케는 그제야 죽을 때가 온 것을 알았다. 제 발로 걸어 저승에 간다는 것이 곧 죽는 것임을 프시케가 모를 리 없었다. 프시케는 천길 낭떨어지 위에 있는 첨탑으로 올라가 거기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곧 저승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 또한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프시케가 막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형상이 없는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다.

“여러 번 신들의 가호를 입은 그대가 이렇게 목숨을 끊어 이제껏 도와 신을 슬프게 하고 이제껏 미워하던 신을 즐겁게 해서야 되겠는가.”

목소리의 임자는 이어서 저승으로 가는 길, 저승의 문을 지키는 머리가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 옆을 무사히 지나는 방법, 그리고 되짚어오는 길을 소상하게 일러 주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페르세포네가 그 상자에 단장료를 넣어 주거든 고이 품고 나오되, 절대로 뚜껑을 열어 보아서는 안 된다. 그대는 인간이다. 여신들의 단장료를 너무 궁금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여라.”

프시케는 그 목소리의 임자 덕분에 무사히 저승에 이르러 페르세포네를 배알할 수 있었다.

프시케가 아프로디테 여신의 말을 한마디도 틀리지 않게 전하자 페르세포네가 말했다.

“나와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는 풀어야 할 감정의 매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찮은 것으로 내 속을 보이고 싶지는 않구나.”

그러고는 프시케에게 편한 자리와 맛있는 음식을 권했다. 그러나 프시케는 이를 사양하고 죄인에게는 거친 자리, 하찮은 음식이 오히려 죄 값을 무는 보람이라고 했다. 게다가 프시케는 잠시 다니러 저승에 간 사람은 무엇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상자는 뚜껑이 닫힌 채 페르세포네의 손에서 프시케의 손으로 넘어왔다. 프시케는 가던 길을 되짚어 다시 태양이 비치는 곳으로 나왔다. 그러나 인간은 역시 어쩔 수 없는가, 아니면 여성은 어쩔 수 없는가? 프시케는 호기심을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감히 신들의 단장료를 가지러 저승에까지 갔던 내가 아니냐? 내가 고생을 사서 하는 뜻은 다 신랑을 찾고자 함인데, 단장료의 힘을 빌려 신랑의 눈길을 조금 끌고 싶어 하는 것을 누가 지나친 욕심이라고 할 것인가? 얼굴을 단장하는 것은 여성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니던가?

프시케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 든 것은 단장료가 아니었다. 프시케는 상자의 뚜껑을 여는 순간 페르세포네 여신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나와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는 풀어야 할 감정의 매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찮은 것으로 내 속을 보이고 싶지는 않구나 …….’

상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은 얼굴 단장하는 데 쓰는 단장료가 아니라 잠의 씨였다.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신 하데스의 아내가 된 것도 다 아프로디테와 그 아들 에로스 때문이었다. 페르세포네는 그때 자기가 당한 것을 앙갚음하느라고 상에다 단장료 대신 잠의 신 휘프로스에게서 얻어 둔 잠의 씨를 넣어서 프시케에게 건네 준 것이었다.

상자의 뚜껑이 열리자 잠의 씨들이 일제히 나와 프시케를 쓰러뜨렸다. 저승의 잠에 떨어진 프시케 옆에서는 초목도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이제 프시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프시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에로스는 나비 편에 그 소식을 듣고는 급히 그 곳으로 날아갔다. 에로스는 신이어서 프시케를 덮친 잠의 씨를 모두 거두어 다시 상자에 넣을 수가 있다. 잠의 씨 수습이 끝나자 에로스는 화살 끝으로 프시케를 건드렸다. 프시케가 깨어나자 에로스는 부드럽게 꾸짖었다.

“분수를 몰라서 신세를 망치고 의심 물리치지 못하여 만고의 고생을 사서 하더니, 이제 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이 꼴이 되다니……, 어서 일어나 내 어머니 신전에 가서 기다리세요. 나는 다녀올 곳이 있으니…….”

에로스는 하늘을 가르는 화살처럼 올림포스로 날아올라가 제우스 대신에게 프시케의 죄를 용서해 줄 것을 탄원했다. 제우스 대신은 에로스가 어느새 훤칠한 청년이 되어 제 각시를 걱정하는 것을 어여삐 여기고, 아프로디테에게 청했다.

“신들도 의심과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는데, 한갓 사람이 그걸 어떻게 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만하면 되었으니, 그대가 인간들의 어려운 사랑의 끝도 아름답게 맺어 주듯이 그대의 아들 에로스와 프시케의 사랑도 그 끝을 아름답게 해 주면 좋겠어요. 이는 내가 바라는 것이에요.”

아프로디테는 다 자란 아들을 슬쓸한 눈길로 한동안 바라보았다. 쓸쓸한 눈길로 바라본 것은 아들이 드디어 자기 슬하를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프로디테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우스 대신은 발 빠르기로 유명한 헤르메스를 보내어 프시케를 올림포스로 데려오게 했다. 프시케가 오자 제우스신은 신들의 음식과 신들의 술을 몸소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프시케여, 마음이여, 이것을 먹고 마시어 내가 베푸는 불사의 은혜, 영원히 사는 은혜를 얻으라. 네가 설 자리를 네가 든든하게 다지고 지혜로써 너를 지켜라. 너는 이제 불사의 몸이 되었으니 신랑 에로스도 이 인연을 끊지 못할 것인즉, 이 혼인은 영원하다.”

에로스와 프시케는 이로써 하나로 맺어졌다.

아프로디테가 육체를 사랑했기 때문에 ‘아프로디테 포네(음란한 사랑의 여신)’라고 불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프로디테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보라, 그 아들인 에로스는 ‘프시케(마음)’를 사랑하여 마침내 사랑을 한 단계 드높이지 않았는가? 마침내 인간이 본받아야 마땅한 사랑의 본보기를 보이지 않았는가?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딸이 때어난다. 이 딸의 이름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기쁨’이다. ‘사랑’과 ‘마음’이 짝을 이루니 그 딸이 ‘기쁨’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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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s 건강백세/Ezs 행복

Ezs 오진수 2015. 11. 2. 14:48

                                         

                                      <음악저작권이 등록된 오진수(Ezs) 작품입니다.

 

                   전세계  "거리"에서만 연주하는 <인문 Guitar Ezs


 

Noblesse Oblige (명예의무)...도덕적 사회 실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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