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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신화와 옛이야기

22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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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외국 동화 나, 후안 데 파레하

전기, 사실과 허구 그 사이 《나, 후안 데 파레하》(엘리자베스 보튼 데 트레비뇨 글/다른/2008년) 흔히 한 인물의 일생의 행적을 적은 글을 전기문이라고 한다. 즉 전기문학은 어린이책에서의 위인전, 혹은 인물이야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위인전일까? 아닐까? 보통 위인전의 경우 동화와 구분하여 위인전 혹은 인물이야기라는 타이틀을 분명히 밝힌다. 이 책은 ‘신분을 초월한 사제지간의 우정과 예술이야기’라는 부제는 있지만 위인전 혹은 인물이야기라는 타이틀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모로 볼 때 전기의 성격이 강하다.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후안 데 파레하가 실존 인물이고, 기본적으로 그의 일생을 따라가며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안 데 파레하는 17세기 초 스페인에서 태어난 노예 출신 화가다..

14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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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권정생 랑랑별 때때롱

선생님, 지구별 우리가 보이시나요? 《랑랑별 때때롱》(권정생 글/정승희 그림/보리/2008년) 권정생 선생님이 타계하신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2008년 글입니다) 그 사이 선생님이 쓰신 새로운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되었다. 『꼬부랑 할머니』, 『엄마 까투리』, 『곰이와 오푼돌이 아저씨』, 그리고 『랑랑별 때때롱』이다. 이 가운데 『랑랑별 때때롱』은 권정생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랑랑별 때때롱』은 권정생 선생님이 2005년 1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한 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다. 2007년 5월에는 힘든 투병을 하시며 머리말까지 보내주셨다. 랑랑별 때때롱. 제목을 한번 읽어본다. 혀가 동그랗게 말리며 나오는 말의 느낌이 참 좋다...

27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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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책/옛날이야기 공부방 밥 안 먹는 색시

‘밥 많이 먹는 색시’, ‘밥 안 먹는 색시’ 1. 색시가 밥을 많이 먹는 것이 불만인 찌질한 남자. 그 남자는 부인을 죽이거나 혹은 내쫓는다. 그리고 밥을 안 먹는 여자에게 새장가를 든다. 색시가 밥을 안 먹으니 부자가 될 거란 기대와는 달리 곳간은 텅 비어간다. 밥을 안 먹는 줄 알았던 색시는 알고 보니 뒤통수에 커다란 입이 있어 가마솥 가득 한 밥을 주먹밥으로 뭉쳐 꿀꺽꿀꺽 삼켜버리는 존재였다. 이야기는 통쾌하다. 찌질한 남자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인 것 같다. 밥 한 끼 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던, 억압받는 여자들에 대한 모습이 더해지면서 이런 마음은 더 커진다. 실재로 의 구연자는 대부분 여자다. 《한국구전설화 1-12》와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찾은 38편의 이야기 가운데 여자가 구연한..

22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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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외국 동화 텔레비전 속 내 친구

안톤, 텔레비전으로 들어가다 《텔레비전 속 내 친구》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글/유타 바우어 그림/비룡소/2007년/절판) 어느 날, 안톤이 사라졌다. 안톤은 할머니를 만나러 할머니 집에 갔었다. 그리고 안톤과 함께 안톤의 할머니도 사라졌다. 안톤이 왜 할머니한테 갔는지, 두 사람이 함께 사라질 이유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과연 두 사람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이 책은 그 비밀을 알려주는 열쇠다. 두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 할머니 집에서는 안톤의 일기가 발견된다. 안톤의 일기에는 두 사람이 왜? 어떻게? 사라졌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책은 비밀이 담긴 안톤의 일기를 발췌해 보여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기라는 특성상 그날그날 안톤의 상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두 사람이 왜 이..

14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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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책/옛날이야기 공부방 주먹만한 아이, 주먹이

1. 주먹이의 탄생 아이가 없는 부부가 아이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드디어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난다(혹은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아이는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아주 작다. 태어나기만 작게 태어난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서 아이를 낳은 부모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려 보인다. 아니, 실재로 갓 태어난 아이는 너무나 작고 여리다. 하지만 주먹만 하다는 건 보통의 아이보다도 더 작다는 의미다. 그런데 진짜로 주먹만 했을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별로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흔히 작고 귀여운 사람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이처럼 부모의 눈에 주먹이가 너무나 귀하고 사랑스럽게..

02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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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우리창작 꼭 가요 꼬끼오

옛이야기를 오늘로 이어주는 징검다리 《꼭 가요 꼬끼오》 (서정오 글/오윤화 그림/문학동네/2007년) 요 근래, 창작에서 옛이야기를 발견해내는 일이 잦아졌다.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롭게 쓴 작품들도 있고, 옛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도 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우선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옛이야기가 그저 ‘옛날’이라는 시간 속에 갇혀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생각나는 작품은 2001년에 나왔던 『수일이와 수일이』(우리교육)다. 아이는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자기랑 똑같은 모습을 한 가짜 수일이를 만들어낸다. 쥐가 손톱을 먹으면 그 손톱 주인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옛이야기 그대로의 방법으로 말이다. 2005년에 나온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바람의아이들)도 생각난다. 가사..

14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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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외국 동화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

나도 함께 날고 싶다! 《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 (알키 지 글/정지혜 그림/정혜용 옮김/창비/2008년) 방바닥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정리를 했다. 기왕 하는 김에 나중에 찾아보기 쉽도록 목록 작성을 하며 나라별 분류도 해 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영어권 책들이 정말 많았다. 일본, 독일, 프랑스 책도 많았다. 그런데 그 외의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갑자기 얼마 전 끝난 올림픽 메달 집계가 떠올랐다. 날마다 보여주는 메달 집계 순위에는 늘 보이는 나라만 보였다. 입장식 때 보였던 그 많았던 나라들은 마치 사라진 것처럼. 얼마 뒤 『창비 어린이 2008 가을호』를 봤다. 마침 특집으로 김경연의 「외국 아동문학 번역의 현주소」가 실려 있었다. 최근 10년간 발행 종수..

18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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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책/옛날이야기 공부방 복은 어디에 있을까?

- 복 타러 간 총각- 1. 지지리도 복이 없는 총각이 무작정 길을 떠난다. 가는 곳은 서천서역국 혹은 하늘나라, 저승, 바다 속 등 다양하다. 그 어느 곳도 산 사람은 가기 힘든 곳이다. 이 모두가 이승을 벗어나 죽음의 경계인 저승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총각이 이 길을 가는 이유는 하나다. 누가 봐도 지지리 복도 없다고 혀를 찰 만큼 고단한 삶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팍팍한 삶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 이런 처지라면 살아도 살았다고 말할 수 없는 신세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고, 자기 분에 못 이겨 시도 때도 없이 벌컥벌컥 화만 내며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까지 생각할 만큼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린 총각은 큰 결심을 한다. 저승의 영역인 서천서역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