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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신화와 옛이야기

[2009년 6월] 아이들책 길잡이 20 - 체험하면서 읽는 책, 아이들의 자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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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관련/엄마는 생각쟁이

2010. 10. 14.

 

책+체험=아이들의 든든한 자양분

 

책 속 식물과 자연 속 식물이 같을까?

제가 서른이 넘어서야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어요. 어려서부터 보고 자랐던 식물은 지금도 잘 알지만, 일부러 책을 보며 익힌 식물들은 실제로 봤을 땐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특히 식물은 늘 같은 모습이 아니잖아요.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이 자꾸자꾸 변하죠. 책에서는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식물의 모습을 다 담을 수가 없지요. 그러니 모르는 상태에서는 책과 아무리 견주어 봐도 잘 구분이 안 가는 식물이 너무 많아요. 물론 식물만 그런 건 아니에요. 집 주변의 새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무슨 새인지 궁금해서 도감을 찾아보지만 그 가운데 정확하게 어떤 새인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았어요.

이런 걸 보면 책이 아무래도 만능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자연 책 종류는 책만으로는 곧 한계에 부딪쳐요. 하지만 누군가 식물이나 새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과 함께 실제로 보면서 특징을 살핀 뒤 책을 보면 그동안 그렇게 구분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눈에 쏙 들어와요.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 들어요.

책 가운데는 이처럼 그냥 책을 보는 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는 책이 있어요. 자연 책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기왕이면 집 주변에 있는 자연이라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자연과 함께 더불어 논다는 생각으로 말이에요. 때때로 숲 해설가가 안내해주는 체험학습에 참여해 본다면 더욱 좋겠지요. 《사계절 생태놀이》(천둥거인), 《열두 달 자연놀이》(보리), 《비 오는 날 또 만나자》(한림출판사), 《겨울철 벌레를 찾아서》(한림출판사) 같은 책은 즐겁게 자연과 만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지요.

 

책 속에서 생긴 호기심, 나들이로 풀어 보세요

박물관이나 고궁 나들이도 책과 함께 하면 더욱 효과 만점이지요.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아직 어린 취학 전후의 아이들이라면 박물관의 유물이나 고궁 같은 유적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거든요. 대개 아이들이 관심이 있는 건 ‘밖에 나왔다’는 사실뿐이에요. 괜히 무언가 알려주려고 노력을 하면 할수록 역효과가 나기도 해요. 짜증이 나서 다시는 오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은 한꺼번에 들어온 너무 많은 정보가 뒤죽박죽이 되어 결국 아무 것도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어요. 따라서 아이와 박물관이나 고궁 나들이를 나설 땐 그냥 아이가 이런 장소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그냥 놔두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한 번 나갔을 때 한 가지 정도만 새롭게 알고 온다는 기분으로요.

대신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처음 장소를 정할 때부터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가시는 게 좋아요. 관련 책들을 함께 살펴보며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책을 선택해 함께 읽고 미리 약간의 정보를 얻은 뒤에 나가는 것도 좋지요. 가서 특별히 자세히 보고 올 것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창작그림책인 《어처구니 이야기》(비룡소)는 흔히 ‘어처구니’라고 불리는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있는 흙으로 만든 조각상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이 책을 본 아이들은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진짜로 어처구니가 있는지 궁금해 해요. 이럴 땐 아이랑 궁궐에 가서 어처구니만 실컷 보고와도 좋지요.

물론 체험학습용으로 나온 교재를 활용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체험학습 책에만 의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자칫 체험학습 교재 풀이처럼 끝날 위험이 있으니까요. 박물관이나 고궁의 설명글을 볼 때마다 공책에 열심히 기록하는 것도 권하고 싶지 않아요. 기록을 남긴다는 건 중요하지만 설명을 그대로 베껴 쓰는 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기록을 남길 경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한두 가지만 골라서 자기 느낌과 함께 쓰는 게 더 좋습니다. 책에서 본 내용이 있다면 참고를 해 가면서 말이에요. 아이가 글을 쓰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면 엄마랑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아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궁금하거나 확인할 게 있으면 함께 책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말이에요.

흔히 ‘책은 책상 앞에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들 하지요. 하지만 책상 앞에서 보는 것 보다 밖으로 나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부대끼며 느껴봐야 더 풍부하게 다가오는 책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책은 체험을 통해, 체험은 책을 통해 아이들의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