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불교시론

운문 2018. 9. 9. 17:07

불교적 가치를 조직에서 구현하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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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불교 - 김재춘 2016년 03월 409호

수많은 불교계 조직과 재가신도의 사업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합당하게 운영되며, 여기에 불교적인 지혜와 전통을 충분히 적용하고 있을까. 지난 호에서는 불교적 가치를 기반으로 어떤 조직을 만들고,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다루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그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고, 제품과 서비스 등을 구상할 때 불교적 가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조직의 목적이나 사업이 불교적 가치에 합당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이나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 업무 방식 역시 ‘불교적’이어야 한다.
특정 종교적 성향이 강한 한 대기업이 비정규직 문제로 사회의 지탄을 크게 받은 적이 있다. 이 회사가 고용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데는 연간 10억 원도 들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대신에 그해 자선 활동 명목으로 200억 원 정도를 사회에 기부했다고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선전했다.
또한 사회 공헌 활동을 많이 한다고 알려진 모 회사는 비용을 아끼려고 오폐수를 무단 방출했다가 고액의 벌금을 물었다. 게다가 친환경 제품이라고 요란스럽게 홍보했지만 사실과 다른 결과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편 선행(善行)으로 세간의 칭송을 받고 있는 한 장애인 사업주는 영업상 불가피하다는 핑계를 대며 과도한 접대와 뒷돈 거래를 하는 업계 관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모 불교계 기업에서 최고 책임자가 직원들을 폭압적 태도와 언행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처럼 봉건적이고 폐쇄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행태가 과연 우리 초기 승가에도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나중에 좋은 일을 하지만 버는 과정에서는 바르지 못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노력이라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꼭 그렇게 ‘개’처럼 벌어야만 하는 것일까? 경영환경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을 일컫는 단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에는 ‘공헌’이라는 개념이 없다.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을 뿐이다. 환경이나 인권, 노동, 세무 등의 의무를 다하고 소비자나 이해 관계자들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2010년 11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사회적 책임’ 경영을 국제 기준으로 제정하여 발표한 ‘ISO 26000’.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한다. 하물며 불교적 가치를 지향한다는 조직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경영의 전 과정에서 타인이나 사회, 나아가 우주 전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도리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불교적인 조직의 운영은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 하는 것이다.
불교는 원래부터 매우 강력한 공동체 문화와 전통과 규율을 가지고 있다. 삼장(三藏) 중 하나인 율장은 승가 공동체의 운영 규율과 원리를 정한 것이다. 이 율장에는 철저히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르침을 조직 생활에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정리되어 있다. 이런 율장의 정신을 비롯한 불가의 전통을 재가 신도들의 조직 운영에 반영할 수 없을까.
일본의 대기업 중 하나인 교세라 그룹의 경영 이념이 “물심양면으로 모든 종업원의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한다”이다. 이것은 임제종에 출가한 경험을 가진 이나모리 가즈오 그룹 회장의 경영관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행복을 실현시키는 데 있다”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불교의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이 드러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비영리 단체 ‘아름다운 가게’의 운동 철학인 ‘그물코 사상과 되살림 정신’에도 역시 참선 및 위빠사나 수행 경험을 가진 설립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상이 배어 있다. 아름다운 가게는 전국 1만 5천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인드라망 정신이 녹아 있는 이 철학을 가르치고 실천케 한다고 하니, 불교 전법 측면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매년 불교박람회를 진행하여 불교계에서 유명해진 ‘마인드 디자인’이란 회사도 젊은 불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조직문화 정책에 불교의 전통인 자자(自恣)와 포살(布薩), 마음 나누기, 안거(安居), 대중공사(大衆公事), 명상, 조직계율 등을 반영시켜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불교적으로 조직을 운영하여 성공한 사례로 경북 영주의 나드리 식당을 꼽을 수 있다. 이 식당 주인은 “도 닦으면서도 장사를 잘할 수 있다. 손님을 은인으로 보고 장사해보라”는 당시 봉화 각화사 선원장이던 고우 스님의 말씀에 따라 좋은 식자재로 음식을 준비하여 손님을 맞고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등 식당 운영 방침을 전부 바꿔 크게 성공하였다.

불교적 개념이나 문화를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

혹시 카메라로 유명한 일본 기업 ‘캐논’의 명칭이 관세음보살(KWanon)에서 유래한 것을 아는가? 또한 혁신 기업가를 돕는 세계적인 단체 이름이 불교 전법으로 익히 알려진 인도 왕의 이름을 딴 ‘아쇼카 재단(Ashoka Foundation)’이라는 것도? 그리고 한국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다음으로 최고의 기부금을 모아 전 세계 이웃들을 돕는 ‘월드비전’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 구호개발 기관이라는 것, 누구나 한 자루쯤 가지고 있는 모나미 볼펜에 새겨진 숫자 153이 성경 구절.에 나오는 내용을 표현했다는 것, ‘기부’를 뜻하는 영어 donation의 어원(dana)이 산스크리트어 danapati(단월=시주)와 같다는 것을 아는가?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종교적 개념과 문화가 생활 속에 파고들어 있는 사례는 아주 많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 담긴 원리에 영향을 받는다. 불교적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이라면 이러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사업 등에 응용하면 금상첨화이다. 불교의 상징을 차용하는 단순한 수준에서, 심오한 불교 사상과 원리를 적용시켜 간접적으로 세간에 전하는 수준까지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전법 활동을 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제 전법은 사찰의 영역 안에서만 이뤄지지 않고, 재가 신도들도 전법의 주체로 활발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법문과 서적으로 법을 전하는 방식에서 SNS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시대로 들어선 지 오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자의 조직 내에서 불교적 가치를 실정에 맞게 변용하여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전법의 방식임이 분명하다.
불교는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문화 자산과 수승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의 제자로서 개인적 차원만이 아닌 사회 조직적 차원에서도 마땅히 계를 지키고 맑은 마음으로 지혜를 증득하여 불교적 가치를 실현시킨다면 어찌 그 공덕이 작을 것인가. 각자의 조직에서 모두 공덕을 원만히 성취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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