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사회/노동 뉴스

채널만호 2007. 5. 24. 16:56

집회 열린 후 주요 신문 보니 '삼성 기사'는 있는 데 '삼성본관 집회 기사'는 없더라.

  

나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서울 지리를 잘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 기자들이 태평로에 있는 삼성본관에 가려면 걸어서 가도 될 정도로 가깝다는 것쯤은 들어서 알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큰 집회나 사건이 터지면 눈이 있고 귀가 있으니 어느 정도 알고, 여기에 블로거 기자 활동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각 기관이나 시민사회단체 등의 동향을 파악하다 보니 지역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대략은 알고 지낸다.


그런데,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운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가 열리는데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모를 리가 없을 터.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집회를 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 집회의 성격을 떠나 집회가 열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큰 이슈가 될 만한 일이었다. 좀 더 확대해석하면 언론사와 기자 입장에서 보면 좋은 기사거리가 하나 생긴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마 나라도 내가 기자였다면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열 일 제쳐두고 사건의 현장에서 무슨 일이,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 당연히 취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데스크였다면 1면 머리기사로 다루거나, 최소한 경제나 사회면 머리기사로 다루거나, 아주 최소한 사진 뉴스라도 처리했을 것이다. 평범한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데, 우리나라 주요 언론사들도 당연히 이 보기 드문 사건이 기사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난 당연히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는 이 삼성본관 앞에서의 집회가 주요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 대상이 되고 주요 사건으로 기사화 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나 보다.

 

긍정과 부정의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삼성. '삼성'이라는 두 글자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어떤 존재일까? 

 

내 시각과는 달리 우리나라 주요 언론사의 판단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 그래서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는 일’로 판단했나 보다. 경인일보나 민중의 소리, 한겨레 등 지극히 일부 신문을 빼고는 10일에 일어났던 삼성본관 집회 기사를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언론사가 자체 취재하지 않은 기사의 경우 보통은 연합뉴스에서 기사화 하면 그 기사를 주요 언론사들이 받아서 기사를 게재하던데, 이날 열린 삼성본관 집회 기사만큼은 예외였을까?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 에서 ‘삼성’을 검색해 보았다. 삼성이 뭐를 개발하고 사회 공헌 활동에 얼마만큼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경영을 할 것인지 등 삼성관련 기사들이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삼성본관 집회 기사는 눈에 뜨지 않는다. 아마 이 날 삼성본관 앞에서의 집회가 삼성 관련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무노조 경영의 대명사, 삼성을 상대로 공동투쟁을 선포하는 날이 아닌 삼성의 실적이나, 이건희 회장의 새로운 경영화두가 전해지는 자리였다면 주요 언론사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다음 날 신문에 삼성 관련 기사는 어떻게 편집돼 나왔을까?


삼성 본관에서의 비정규직과 하청 노동자들의 집회는 정말 기사 가치가 없어서 기사화 되지 않은 것일까? 물론 편집권은 언론사 고유의 권한이니 기사가 나오든 안나오든 그 이유나 사실에 대해 시시비비를 거론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자꾸만 삼성그룹 해고노동자 원직복직투쟁위원회 김갑수 위원장이 모 언론사와 한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시사저널 동지들처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이날 집회와 관련, 보도된 기사에 나온 한 노동자의 말도 생각난다.

 

"'삼성' 두 글자가 도대체 뭐 길래?"

 

 

출처 : 텅빈 충만을 위한 진보
글쓴이 : 장희용 원글보기
메모 : 삼성본관 집회 침묵한 언론, 유감 '삼성 기사'는 있는 데 '삼성본관 집회 기사'는 없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