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이야기)

choyeung 2008. 12. 21. 13:52

사람 얼굴에서 눈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우리는 눈을 통해 그 사람의 됨됨이를 가늠해 보곤 한다. 눈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인물을 그린 ‘초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쓸쓸한 눈빛, 사랑에 빛나는 눈빛을 보면서 우리는 화가의 속내를 읽어낸다. 그런데 오로지 초상화만 그렸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년·사진)는 눈동자 그리기를 꺼렸다. 그의 작품 속 모델들은 눈동자가 아예 없거나, 한쪽만 있는 경우가 많다.

 

 
1884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몸이 무척 약한 소년이었다. 그는 열네 살 무렵 큰 병에 걸렸고, 중학교를 중퇴하고 만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그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1906년 예술의 도시 파리의 땅을 밟았을 때 그의 나이는 22세였다.

모딜리아니는 원래 조각가가 되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이 조각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믿었다. 그리고 1909년부터 1912년까지 조각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병약한 그에게 딱딱한 돌덩이를 쪼는 일은 무리였다. 게다가 질 좋은 돌을 구입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했다. 결국 조각에 몰두하다가 쓰러진 모딜리아니는 ‘건강을 덜 위협하는’ 그림(초상화)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하지만 조각에 대한 열정은 그의 그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모딜리아니가 눈동자를 생략한 것은 ‘고대 그리스 조각’의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 모딜리아니의 ‘노란 스웨터를 입은 잔느’(1917년 작).
33세의 모딜리아니는 14세나 어린 잔느 에뷔테린느와 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모델로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그러나 캔버스 속 잔느는 대부분 어디를 바라보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한 미술사가는 모딜리아니가 모델의 외면이 아닌 내면(영혼)을 볼 때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눈동자가 없기 때문에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사람들을 더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모딜리아니는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숨을 거두면서 잔느에게 천국에서도 모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그리고 이틀 뒤 잔느는 친정집 6층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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