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이야기)

choyeung 2008. 12. 22. 10:10

 

 

"아무리 부족한 사람이라도 역시 좋은 점은 지니고 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추하게 보이기도 합니다.'외눈을 가진 임금님이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전국에서 이름난 화가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임금님은 죽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초상화로 남기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흉하게 일그러진 한쪽 눈 때문에 몹시 보기 싫었고, 임금님의 면전에서 초상화를 그려야 하는 화가들에게는 임금님의 그런 외모를 그린다는 것은 몹시 곤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영악한 화가는 임금님의 노여움을 사지 아니하려고 두 눈을 모두 성하게 그렸고, 그렇지 못한 다른 화가들은 외눈을 있는 그대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완성된 초상화를 살펴보던 임금님은 화를 내시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임금님의 두 눈을 모두 그린 초상화는 거짓된 모습이라 싫었고, 실제의 모습을 닮은 초상화는 너무도 보기 흉해서 싫었던 것입니다.
"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화가들만 불러모았는데도 내 마음에 드는 초상화하나 못 그리다니, 그대들의 그림솜씨는 분명 형편없음에 틀림없어."

그때였습니다. 젊은 청년화가 한 명이 선뜻 임금님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습니다. " 임금님, 빼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이라 해도 반드시 한가지의 단점은 있고, 아무리 못생긴 사람이라 해도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단지 사람들이 그것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저는 제가 보았던 임금님의 숨은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는 임금님 앞에 조심스럽게 그가 그린 초상화를 내 밀었습니다. "음, 그래. 바로 이것이구나." 임금님은 흐뭇하여 사뭇 떨리는 목소리로 감탄하였고, 초상화를 들여다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것은 임금님의 미소 띤 옆모습을 성한 눈 쪽으로 그린 아주 인자한 모습의 초상화였습니다. 숨겨진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빨간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빨갛게 보이듯이 굴절된 시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면 역시 그 사람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없는 류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 저 사람은 늘 웃고만 다니니 심각한 걱정 따위는 없겠지." " 말 많고 혼자 잘난 척 하고 다니는 저이는 왜 맨날 저 모양일까?  저 사람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서 대화가 통하지 않아." 이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방을 평가하다 보면 문뜩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 가려진 한사람의 참 모습을 읽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삶의 벼랑 끝에 있으면서도 아무 일도 없는 듯한 얼굴로 지내는 사람이 내 주위에는 없는 것일까? ' '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로 차마 하지 못하고 접어 둔 이야기.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진한 외로움의 그늘 같은 것이 저 사람에게도 있겠지. 본의 아니게 그가 서 있는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악역(惡役)을 맡은 것은 아닐까? ' 특히 약자에게 큰소리 치고 강자에게는 손에 지문이 없어 질 정도로 아부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의 옆모습을 볼 때면 마치 숫사자의 위엄 어린 얼굴 뒤에 있는 상대적으로 왜소한 몸체의 꽁무니를 보는 듯합니다.

 

갈등관계에 놓여 있던 사람의 옆모습을 읽다가 문득 " 알고 보면 모두가 불쌍한 사람 " 이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면 각박해졌던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지고 섭섭하고 원망스러웠던 감정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마음을 닫아 버렸던 순간들이 봄눈 녹듯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서로 맞지 않은 사람들과 부대껴서 힘들 때는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말고 한발자국 물러서 보면 ' 알고 보면 당신도 불쌍한 사람 ' 일꺼 라는 마음이 들게 되며, 그러면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힌 관계들을 푸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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