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규의 글 한 모금

움직임은 생각이며 생각은 글이 된다.

아, 춘삼월이라 / 장광규(張光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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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2009. 3. 27.

오늘이 음력 삼월 초하루다.
봄이 찾아와 머무르고 있을 춘삼월의 고향. 그곳에서는 산을 '까끔' 또는 '까끄메'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뒷산의 소나무들은 푸른빛으로 더 건강해 보이고 바위틈엔 꽃들의 웃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앞산의 골짜기마다 맑은 냇물이 흐르고 할미꽃도 피고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할 것이다. 종달새는 하늘 높이 날며 노래 부르고, 아지랑이는 잡힐 듯 말 듯 손짓할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논으로 밭으로 바쁘게 다니며 농사일을 하거나 준비하는 모습일 것이다.

삼월 삼짇날은 장 담그기 좋은 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말(午) 날을 택해서 담그기도 하지만 삼월 삼짇날을 택해 장을 담그면 간장이 변하지 않고 장맛이 좋다고 여겼기에 장 담그기 최고의 날이다. 지난겨울에 만들어 놓은 메주를 꺼내 깨끗이 씻어 장을 담그느라 온 동네가 부산하다. 이때쯤엔 보리밭에 거름주기, 김매기, 흙을 끼얹고 밟아주기 등 농사일이 바빠지는 시기다. 더 바쁜 농사철에 사용하기 위해 산에 가서 낙엽 등 땔감을 해서 많이 쌓아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스와 기름을 사용해 밥도 짓고 방 안의 온도도 조절하고 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와 집 단장하느라 바쁘다. 뱀도 지상으로 올라오는 시기다. 나비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먼저 보게 되면 그 해에 행운이 있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흰나비를 먼저 보면 그 해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들판에 나가 놀다가 노랑나비는 쳐다봐도 좋고 흰나비가 있으면 쳐다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전해오는 이 말을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맘때면 들려주곤 했다.

부녀자들은 물가나 산언덕으로 나가 화전놀이를 하기도 한다. 고향에서는 뒷동산이나 정골 가는 길에 밤나무 숲이 있는데 그곳에서 화전놀이를 했다. 장구를 치며 노래도 부르고 음식을 장만해 함께 나눠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노는 것이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한 곳에 모이기도 힘들고 한데 어울려 지내기가 쉽지 않아 날을 받아 즐기는 것이다. 스트레스도 날려 보내고 동네 사람들과 화합도 다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지금은 여성회관이 있어 아주 바쁘지 않은 계절엔 낮에는 물론 밤에도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음식도 장만해 함께 먹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다.

                                                               2009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