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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콘젝트시스템 2014. 1. 9. 20:16

진부령 아래 용대리에

 


                           


 

진부령 아래 용대리에

주인 잃은 황태 덕장이 텅 비었다.

간밤에 내린 폭설로

생물 대신 눈꽃이

아가미 꿰인 채 피었다.

바다에서 건져낸 물고기처럼

하늘에서 건져낸 저 눈꽃

죽은 셈치고

사십구재까지

찬바람에 몸뚱어리를 얼렸다가 녹였다가

꽃망울이 열렸다가 닫혔다가

갓 건져낸 살갗이 아직 탱탱하다.

용대리 마을 덕장에

겨울 물것만 걸어놓을 필요가 있으랴

봄에는 생것들 튀어나오는

흙도 삽삽으로 떠서 걸어놓고

한 여름에는 계곡의 물도

바가지로 건져 목 꿰어놓고

가을에는 바람 소리도 줄줄이 묶어놓고

저절로 익어가는 풍광을 보려는 것이다.

덕장의 눈꽃 하나 뚝 떼어

손에 얹어놓는데

눈 속으로 달콤한 향기가 뻗친다.

때로는 덕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내가

누구의 벌거벗은 몸에 부딪혀

풍경소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