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2021년 07월

30

시詩 느낌 박형준 시인

춤 / 박형준 첫 비행이 죽음이 될 수 있으나, 어린 송골매는/ 절벽의 꽃을 따는 것으로 비행연습을 한다.// 근육은 날자마자/ 고독으로 오므라든다// 날개 밑에 부풀어 오르는 하늘과/ 전율 사이/ 꽃이 거기 있어서// 絶海孤島,/ 내려꽂혔다/ 솟구친다/ 근육이 오므라졌다/ 펴지는 이 쾌감// 살을 상상하는 동안/ 발톱이 점점 바람무늬로 뒤덮인다/ 발아래 움켜쥔 고독이/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서// 상공에 날개를 활짝 펴고/ 외침이 절해를 찢어놓으며/ 서녁 하늘에 날라다 퍼낸 꽃물이 몇 동이일까// 천길 절벽 아래/ 꽃파도가 인다// 멍 / 박형준 어머니는 젊은 날 동백을 보지 못하셨다/ 땡볕에 잘 말린 고추를 빻아/ 섬으로 장사 떠나셨던 어머니/ 함지박에 고춧가루를 이고/ 여름에 떠났던 어머니는 가을이 ..

댓글 시詩 느낌 2021. 7. 30.

30 2021년 07월

30

수필 읽기 물같이 살았으면 / 석인수

모처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오후, 호숫가에 섰다. 하늬바람이 일었는지 엷게 이는 물결이 조용히 파장을 만들고 물새가 일렁이며 한가롭게 유영을 한다. 호수는 커다란 거울이 되어 또 하나의 하늘을 담고 있다. 하늘에 뭉게구름 가면 물속에도 똑같이 구름 가고 나도 구름 따라 한없이 떠간다. 잿빛 하늘처럼 내 마음이 허허로워진다. 얼마 안 있으면 추수가 끝난 들녘도 그럴 것이다. 마음도 들판도 공(空)이 된다. 공은 비었지만, 또 뭔가를 담고 채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생물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물은 영양소이자 생명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달을 정복하고 화성을 탐사할 때도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물이다. 물이 있다는 것은 생물이 있다고 미루어 볼 수 있고 사람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인체..

댓글 수필 읽기 2021. 7. 30.

29 2021년 07월

29

그냥 일상 ♪ 거리 / 배성

♪ 거리 / 배성 배성의 '거리' ♪ 어디 나만 그랬겠느냐마는, 오래전 논산훈련소에서 까만 눈만 반들거리는 독사(?) 같은 조교들의 군기에 주눅이 든 시절이었다. 새벽잠을 깨워 고향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세 숟갈밖에 안 되 blog.daum.net * 이제는 시대가 진전되어 가요를 유튜브로 원곡 같이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는 사랑의 거리 여기는 연인의 거리 추억에 담았던 그대와 내 모습 만날 수 없네 만날 수 없네 그리운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그때 그 시절 찾아온 이 거리에 비만 내리네 [2절 : 1절 반복] ♪ ‘사나이 블루스’ ‘기적소리만’, 2007.10.15. KBS 가요무대 출연 ♪ ‘망향’ ‘향수’, 2019.9.10. KBS 가요무대 출연

댓글 그냥 일상 2021. 7. 29.

29 2021년 07월

29

수필 읽기 천국은 하늘에 없다 / 석인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면할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고 인정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하여 천연하고 태연한 듯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일로 여기려 한다.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죽음이 두려워서 그럴 것이다. 인간에게서 죽음만큼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는 없다. 누구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유신론자나 무신론자 할 것 없이, 믿는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한번쯤은 내세(來世)에 대한 생각을 했음직하다. 종교는 인간의 죽음에 대하여 저마다 다른 정의와 다양한 관념을 가진다. 그러나 종교는 달라도 인간의 내세문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 같은 맥락이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영과 육이 삶의 끝이라면 어떻게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9.

29 2021년 07월

29

수필 읽기 매화는 지고 / 석인수

가끔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을 만나면 “요즈음 어떻게 지내? 뭘 하면서 소일 하는가?” 라고 묻는다. 퇴직 후에 뚜렷한 직장에 재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서너 군데에서 손짓도 했지만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내고 싶어서 몸이 묶일 정도의 소속은 두지 않고 지낸다. “대학 강의 나가고, 글 쓰고, 운동도 하면서 지냅니다. 백수가 왜 이렇게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됐어, 하여간 바쁘면 좋아.” 대다수 사람들이 바쁜 건 좋다고 말한다. 날마다 하는 일이 특별히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정말로 하루가 짧다. 어찌나 시간이 잘 가는지 번쩍하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 번개다. 일상을 벗어나 교외로 나가는 일도 어렵다. 공직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그 때는..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9.

29 2021년 07월

29

시詩 느낌 문인수 시인

꼭지 / 문인수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여생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 떨어져나가듯 저, 어느 한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하관 / 문인수 이제, 다시는 그 무엇으로도 피어나지 마세요. 지금, 어머니를 심는 중……//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댓글 시詩 느낌 2021. 7. 29.

28 2021년 07월

28

수필 읽기 작은 행복의 발견 / 김순경

- 정진권의 「비닐우산」을 읽고 - 전혀 낯설지가 않다. 정진권의 「비닐우산」은 읽는 내내 온기가 전해진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을 통해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을 나타냈다. 난해하거나 현학적이지 않아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글이 가볍거나 헤픈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경험하고 보아왔던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갈수록 몰입하게 한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된 글이 점차 삶에 투영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비닐우산」을 읽다 보면 지나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오직 현실에 충실한 소시민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제가 무겁거나 어렵지 않아 별도의 설명 없이도 오래도록 뒷맛이 남는다. 정진권(1935∼2019)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명지대학교 대학원..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8.

28 2021년 07월

28

시詩 느낌 천양희 시인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우리는 말했다 / 천양희 함께 있어도 거리를 지키는 벼가 있다/ 우짖음으로 자신을 지키는 새가 있다/ 울음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벌레가 있다/ 하루에 몇십만번 물결치는 파도가 있다/ 물살이 역류하는 개울이 있다/ 나무 위에 사는 나무가 있다/ 잎끝에 돌기를 가진..

댓글 시詩 느낌 2021.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