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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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2021. 1. 20.

늙어신 어머니 한 말씀 / 김시천

 

저녁 잡수시고

텔레비전 드라마 그윽이 보신 뒤에

늙으신 어머니

한 말씀하신다

사랑 좋아하네,

요란 떨 거 없다

개도 저 귀여워하는 줄

아는 법이다

서로 그렇게 살거라

 

* 시인의 말씀처럼

  ‘어머니는 진정한 사랑의 철학자’이시다.

 

 

 

삶의 끝자락에 남긴 마지막 선물...시집 '풍등'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금년 우리 집 풍등에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 마침내 아쉬운 작별의 손을 떠날 때 /바람처럼 가벼워져 / 나의 눈빛으로만 하늘로 올라 /거기 순결하게 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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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 / 김시천

가까이 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대가 먼 산처럼 있어도/ 나는 그대가 보이고/ 그대가 보이지 않는 날에도/ 그대 더욱 깊은 강물로 내 가슴을 흘러가나니// 마음 비우면/ 번잡할 것 하나 없는/ 무주공산/ 그대가 없어도 내가 있고/ 내가 없어도 그대가 있으니// 가까이 있지 않아서/ 굳이 서운할 일이 무어랴//

 

안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어머니3 / 김시천

내가/ 그러진 않았을까// 동구 밖/ 가슴살 다 열어 놓은/ 고목나무 한 그루// 그 한가운데/ 저렇게 큰 구멍을/ 뚫어 놓고서// 모른 척 돌아선 뒤/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아예, 베어버리진 않았을까//

 

그릇 / 김시천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면/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하늘 맑은 날 / 김시천

잎이 진다고/ 서러울 것 없다// 떠난다고 상심하여/ 눈물 흘릴 것 없다// 나뭇잎처럼 떨어져 누우니/ 세상 참 편안쿠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나도 이젠 근심 없다// 두어라/ 그냥 이대로 있을란다//

 

사는 게 궁금한 날 / 김시천

사는 게 궁금한 날/ 술 한 잔 어떠하신가/ 봄날엔 해묵은 산 벚나무 아래 앉아/ 술잔에 꽃잎 띄워 쓰다 만 시 벗하여 마시고/ 여름엔 매미 소리 울창한 숲속 계곡에/ 벌거숭이로 들어 앉아/ 벗들 함께 별 하나 나 하나 산 놓으며 마시고/ 가을엔 저녁 예불 소리 들리는 절 밑 주막에 들러/ 발 밑에 뒹구는 낙엽 따라 진양조로 마시고/ 겨울엔 눈 쌓인 외딴 마을 타는 장작불같이/ 눈밭에 엎어져 통곡으로 마시고/ 사는 게 못내 궁금한 날/ 술 한 잔 어떠신가// 아니면 그저 차나 한 잔 하시던가//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목련 아래서 / 김시천

묻는다 너 또한 언제이든/ 네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그 날이 오면/ 주저 없이 몸을 날려/ 바람에 꽃잎 지듯 세상과 결별할 준비/ 되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하루에도 열두 번/ 목련꽃 지는 나무 아래서//

 

먼 산 진달래 / 김시천

속 깊은 그리움일수록/ 간절합니다/ 봄날 먼 산 진달래/ 보고 와서는/ 먼 데 있어 자주 만날 수 없는/ 벗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내게 와서/ 봄꽃이 되는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작은 그리움으로 흘러가/ 봄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려/ 그만그만한 그리움으로/ 꽃동산 이루면 참 좋겠습니다//

 

가을편지 / 김시천

사랑한다고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끝내 쓰지 못하고/ 가슴에 고여 출렁이는/ 그 여러 날 동안// 내 마음속 숲에도/ 단풍이 들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렇게/ 당신의 뜰 안에/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밤마다 밤마다/ 울먹이는 숲길을 건너/ 나뭇잎 가을 편지 하나/ 띄워 보냅니다//

 

겨울, 그 들판의 나무들에게 / 김시천

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느 찬란한 이별의 끝에/ 눈은/ 내려 쌓이고// 겨울, 그 들판의 나무들과 함께/ 우리 또한 숲이 되어/ 외롭고 고단한 옷을 벗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눈 오는 날의 빛남이여/ 겨울 들판의 나무들이여//

 

인생이란 그런 것 / 김시천

살다 보면 하나 둘쯤 작은 상처 어이 없으랴./ 속으로 곯아 뜨겁게 앓아 누웠던/ 아픈 사랑의 기억 하나쯤 누군들 없으랴.// 인생이란 그런 것./ 그렇게 통속적인 일상 속에서/ 가끔씩 아련한 상처 꺼내어 들고/ 먼지를 털어 훈장처럼 가슴에 담는 것.// 그 빛나는 훈장을 달고 그리하여 마침내/ 저마다의 그리운 하늘에 별이 될 때까지/ 잠시 지상에 머무는 것.//

 

아이들을 위한 기도 / 김시천

당신이 이 세상을 있게 한 것처럼/ 아이들이 나를 그처럼 있게 해주소서/ 불러 있게 하지 마시고/ 내가 먼저 찾아가 아이들 앞에/ 겸허히 서게 해주소서/ 열을 가르치려는 욕심보다/ 하나를 바르게 가르치는 소박함을 알게 하소서/ 위선으로 아름답기보다는/ 진실로써 피 흘리길 차라리 바라오며/ 아이들의 앞에 서는 자 되기보다/ 아이들의 뒤에 서는 자 되기를 바라나이다/ 소리로 요란하지 않고/ 마음으로 말하는 법을 깨우쳐주소서/ 꽃밭에 물을 주는 마음을 일러주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꽃처럼 가꾸는 기쁨을/ 남몰래 키워가는 비밀 하나를/ 끝내 지키도록 해주소서//

 

젓대 소리 / 김시천

그대 천 년을 흘러/ 여기까지 왔구나/ 바람이여/ 바람의 혼이여/ 무에 그리 서러워 목놓아 울다가/ 쓰러진 바람들을 일으켜/ 어디로 또 가는 게냐//

* 젓대 : 대금의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