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분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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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2022. 1. 5.

박분필 시인
경북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교경전학괴 졸업하고 1996년 《시와시학》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 『창포 잎에 바람이 흔들릴 때』, 『산고양이를 보다』, 『물수제비』, 『바다의 골목』 등이 있고 동화집 『hldid 전설의 날개』, 『홍수와 땟쥐』를 펴냈다. 제4회 문학청춘작품상, 2011년 KB창작동화 대상, 제11회 동서문학상 맥심상을 수상했다.


 

겨울밤 흰 눈 내릴 때 / 박분필
살박살박/ 머리맡 탁상시계는/ 밤마다 깊은 독 속에서/ 시간의 흰 싸라기를 퍼낸다// 그 흰쌀 퍼내는 소리가/ 달빛처럼 고요해질 때면/ 그 밤 내 잠은/ 숯불 속 군밤처럼 달다//

봄을 보낸다 / 박분필
봄을 붙들어 액자에 넣고/ 거실 벽에 걸어두었다./ 가지마다 화안하게/ 꽃등 밝힌 벚꽃그늘 밟으며,/ 은어떼 처럼 몰려온다// 액자밑 흔들의자에 기대/ 꽃잠든 어머니 무릎위로/ 팔랑팔랑꽃 잎들이 떨어진다./ 꽃잎이 가는 길로/ 어머니도 갈길서두르신다.//

창포 잎에 바람이 흔들릴 때 / 박분필
혼자 사는 고모는/ 삽짝 곁에 창포를 심었다/ 마른잔디 같은 털복숭이 강아지/ 구름보고 짖고 바람에 흔들리는/ 창포꽃잎 보고도 젖었다// 단오날이면/ 머리가 참숯같은 고모는/ 창포 삶은 물에 언니의 긴 머리와/ 내 짧은 머리를 감겨주곤 했지// 우리집 처마밑에 달린 등초롱/ 두집 건너 고모네 집 뜰안을 밤마다/ 환히 눈 밝히는데/ 틈만나면 아버지는 마루에 서서/ 먼산을 보는지 고모네 삽짝을 보는건지// 은장도의 날보다 더 파아란 창포잎에/ 고모네 집 삽짝으로 불어오던 바람은/ 늘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있었다//

胎毛筆태모필 / 박분필
진한 먹물에 붓을 찍습니다 생명선이 살아있어/ 차람차람 붓끝이 차진 태붓/ 떨리는 듯 곧은 선을 긋습니다// 태 안에서 그리고 태어나서 다시 백일을/ 더 자란 딸애의 머리카락에서 따스한 울림이/ 고물고물 기어 나와 그의 심장에 닿습니다 그렇게/ 사군자를 쳤고 좋은 글귀 뽑아 열두 폭 병풍/ 준비해 두었는데// 시집을 안 가겠다 물러서지 않는 딸/ 30여 년 걸어놓았던 실고리가 삭아 걸지조차 못하는/ 붓만 같습니다// 한때 붉은 발가락이었고 말랑말랑한 마디였고/ 솜털이었던 저 닮은 손주라도 안고 온다면야 명주실로/ 짱짱한 고리를 만들어 붓걸이에 걸어둘 것인데/ 책상 서랍 구석으로 밀어내 버린/ 침묵 한 자루// 근 삼 년 만에 그가 다시 붓을 잡습니다/ 젖배 곯은 아기가 젖을 빨 듯/ 물 타지 않은 진한 먹물을 빨아들이는 붓/ 그가 탱탱해진 붓을 어르고 달래는 일은 침묵에 빠진/ 자신을 구출해 내는 일// 입 성근 잣나무 한 그루 일으켜 세웁니다 그 아래/ 쌓기도 하고 흩기도 했던 한 생의 명암이/ 누군가를 사랑했던 그의 호흡들이 골고루/ 펴 발라진 오두막 한 채// 지난한 한 생을 떠받친 서까래가/ 그저 고요히 달빛을 뿜어냅니다//

에덴의 후예들 / 박분필
가본적은 없지만/ 에덴동산은 거기 있었다/ 뱀은 삼삼해서 여자를 속였고/ 여자는 뱀의 입술에 닿았던 사과를 남자에게 먹였다// 그래서.../ 사과는 여자와, 남자와, 뱀을 한꺼번에 먹어버렸다/ 별빛 찬란하고 연초록 잎사귀 싱그럽고 꽃은 너무 아름답고 먹을 건 넘쳐나서 밤마다 별미로 여자는 사과가 된 남자를 먹었고 남자는 뱀이 된 여자를 먹었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서서히 먹혔고/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서서히 소화했다// 초록빛깔 단감이 붉은 태양을 먹고 붉게 물들어가듯/ 당신은 나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나는 당신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나에게서 당신이 걸어 나오고 당신에게서 내가 걸어 나오고// 그리하여.../ 나는 차츰 남자로 변해버렸고 당신은 차츰 여자로 변해버렸지/ 그 영원할 것 같았던 푸르른 숲에/ 난분분 백설이 내려 하얗게 덮어가는 계절// 남자의 기관에는 퇴화한 여자의 흔적이, 여자의 기관에는 퇴화한 남자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있다는, 우리는 세상이라는 벽에 그려진 얼룩이다// 어떤 얼룩은 쉽게 지워지고/ 어떤 얼룩은 새롭게 그려지기도 하는// 우리는 에덴동산의 후예/ 에덴의 후예들//

청동의 손 / 박분필
하우현성당 뜰에는/ 외로운 사람을 반겨주시는 침묵의 손이 있습니다/ 마음의 높이에서 마음을 읽어주는, 닳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 청동의 손입니다// 빛을 잃지도 녹슬지도 않는 두 손으로/ 새하얀 눈을 소복하게 받아들고/ 시린 마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내 손이/ 차가운 그 손을 만져보았습니다// 찬 손은 여전하신데, 울컥/ 내 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다시 얼굴을 갖다 대었습니다/ 그 손안에는 가득 쌓인 흰 눈뿐이었는데 마치/ 작은 새 한 마리의 깃털처럼/ 그토록 마음이 따뜻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분의 손은 빛을 잃은 사람들에게/ 빛을 모종해주는 청동의 손이었습니다//

피치카* 혹은 썸바디 투 러브 / 박분필
우리 춤출까요/ 땅거미 깔린 풀밭에서 텍사스 토끼들이 춤을 춘다/ 한 마리 토끼가 폴짝 뛴다/ 잠든 몸의 언어를 깨우며/ 연이어 다른 토끼가 폴짝 뛴다/ 마음만이 마음을 충전할 수 있지/ 절정은 아무래도 꽃이 활짝 피어오르는 단계/ 마음과 마음이 같은 색으로 물들 때/ 화려한 빛 없어도 우주는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운 저 감정만이 우주를 탄생시키지/ 우린 모두 사랑의 기호들/ 버드나무들이 늪을 흔들며 춤을 춘다/ 꽃가루 뭉글뭉글 띄워 올리며/ 한때 저 물오른 버드나무 같았던 당신과 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숲에서 춤을 추었지/ 피치카 혹은 썸바디 투 러브/ 우리 둘이서 레이크 포레에서 춤을 추었지/ 피치카 혹은 썸바디 투 러브/ 가득 찬 우리의 잔이 넘칠 듯 찰방거렸지//
* 피치카 : 이탈리아 남부 민속춤(독거미에 물린 통증을 춤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

포오덤 코티지 / 박분필
리치먼드 애드가 앨런 포 기념관을 들어서는데 고뇌에 찬/ 그의 표정에서 깍깍 까마귀 소리가// 볼티모어 거리에 쓰러져 객사한 당신은 까마귀로 부활했군요// 당신의 연인이 아직도 풋풋한 14살 소녀로 머물러있는 포덤 마을의/ 그 아늑한 오두막으로 가는 길이 환히 열리고/ 마치 여름 숲이 몰래 낳아 숨겨둔 알처럼 하얀 나무집이 보입니다/ 그 코티지를 에워싼 빗소리가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울타리를 칩니다// 한적한 바닷가 당신의 왕국// 오직 당신과 어리고 어린 신부인 아리따운 당신의 에너밸리와/ 향기로운 초록빛 빗소리뿐인데 꼭 그 어디쯤에는 잃어버린 내 반쪽의/ 영혼이 아름다운 꽃으로 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은판의 당신 표정은 나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냉랭합니다// 철썩이는 바닷가 무덤 같은 까마귀 소리와 달무리 진 하늘이/ 밤 내내 고통스럽게 울어댑니다//

그네, 텍사스 / 박분필
한국 정말 가고 싶어/ 그런데 아는 사람이 없어, 한사람도…// 사막 볕에 잘 탔다 흑인도 백인도 아닌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써니 무리에서 쫓겨난 짐승처럼 쓸쓸한 써니를 텍사스에서 만났다 현관문 오른편에 침묵이 낳은 페가수스 별자리, 작은 돌비석이 하나 있었다// 금발머리에 눈이 파아란 사진 속 소녀의 무덤,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써니의 혈육이 지상에다‘하얀 바람의 사원’ 한 채를 남겼다 써니가 노란 선인장 꽃을 비석 앞 꽃바구니에 담으며, 안녕? 너는 지금도 열한 살, 십년 전에도 열한 살이었지 써니의 눈 속에는 다 빠져나가지 못한 구름 한 장이 남아있다 그녀가 파란하늘에 걸려있는 빈 그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툭! 한국도토리를 닮은 도토리가 떨어졌다 입양아처럼// 마당 한가운데 있는 오래 늙은 도토리나무에 걸린 빈 그네가 흔들릴 때 애기천사의 이마, 반들거리는 까만 도토리가 떨어졌고 나는 도토리를 주웠고 말 갈퀴를 손질하던 써니가 웃었다 얼굴에 땀방울이, 땀이슬방울 속에 핀 주근깨, 써니는 한국의 야산에서 자주 만났던 산나리꽃이었다// 텍사스의 사막지역인 이 농장 부근에는 산나리가 없는데 어디선가 산나리꽃향기가 났다 한국어도 English도 다 어설픈 써니가 야생으로 널려있는 선인장 꽃을 매일 따는, 그녀의 손등에 핀 빨간 피꽃이 내 살에 닿는다//

 

토림 / 박분필
밀가루반죽 덩어리같이 물렁한 그 얼굴에는 눈 코 입 귀 일곱 개의 구멍이 없다// 일곱 개의 구멍을 탁본이라도 뜨려는지 내 얼굴을 덮친 흰 벽에 검은 구멍들이 찍힌다// 셀 수없이 많은 사암기둥이 마치 숲처럼 솟아 있는 랑빠우土林// 기둥에 비친 붉은색과 그 속으로 기어드는 땅거미가 서서히 고이는, 잎도 가지도 없이 민둥한,/ 마치 수컷들의 성기 같은 그 숲에서 나를 탐험한다// 흙은 나를 빚어낸 질료// 나의 최초는 저 거대하고 순수한 자연의 생식기 속에 웅크리고 있던 작은 배아였을 것// 한 덩이를 뚝 떼어 내 몸을 빚고 콧속에 영혼을 불어 넣었어/ 가슴을 뛰게 했어// 와! 하고 탄성을 지르게 했을 나를 내려다보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도 했을// 사람과 사람의 숲에서 형상이 다져지고 채색된 나는 생과 생을/ 이어주는 접속사일지도 모르지만// 다만, 저 붉디붉은 빛의 토림을 나는/ 분만중인 대지의 자궁이라 믿어본다//

구멍 / 박분필
밤은 계란 같은 혼돈입니다/ 나도 혼돈 속 혼돈입니다// 딱따그르 따르르 딱따그르…/ 도량을 도는 스님의 목탁소리가 구멍을 뚫습니다// 소나무에 뚫린 딱따구리의 구멍처럼 드디어/ 내 막힌 가슴을 관통하는 구멍하나가 뚫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날은, 내가 본 것들을 지우고/ 둘째 날은, 내가 들은 것들을 지우고/ 셋째 날은, ……, 지우고 또 지우고// 그 하나의 구멍이 눈이었으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외눈 속에서 얼룩얼룩한 얇은 막을 깨고/ 콩자반 같은 눈동자가 금방 태어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구멍이/ 눈이 아닌 입이어도 좋겠습니다/ 빛을 물고 날아와 끝없이 먹여주는 입과/ 그 빛을 꿈처럼 받아먹는 입// 아니면,/ 입이 아니고 귀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구름의 날갯짓 소리와 분홍빛 숨소리를 담아두는// 늙은 나무여, 네 얼굴에 동그란 숨구멍이 뚫였으니/ 누군가도 나처럼 소통이 간절했던 혼돈이었나 보구나//

계란의 해빙기 / 박분필
1// 냉장고 속 계란이 빙하기를 꿈꾼다// 껍질이 깨어지자/ 노란 핵 한 덩이가 둥글게 떠오른다/ 生을 지켜준 껍질이 살얼음절벽보다 더 아슬 하다니/ 生이 생으로 잠시 머물다 진득하게 흘러내린다//

2// 새벽닭 긴 울음소리에 반눈을 뜬다/ 계란의 해빙기가 도래한 것/ 산에서 마을로 빙하가 서서히 흘러내린다/ 안개가 검고 딱딱한 바위무개를 동그랗게 감싸/ 수 만길 벼랑을 바위 속에 개켜 넣는다//

3// 바위가 만삭의 언어를 한사코, 한사코 품고 있다/ 메마른 겨울 숲이여, 말을 하라, 감정을 흐르게 하라/ 네 심장의 초록빛 고동소리를 시인은 들어야 하니까// 탁!/ 공의 행적/ 타자가 친 해가/ 낙하하지 않고 지구 반대편으로 유람을 떠난다/ 해는 유물이다/ 생성과 소멸이 함께 살고 있는//

물수제비 / 박분필
발가락이 노란 새 한 마리 숲을 꿰고 있습니다/ 새의 맥박 소리 가늘게 흔들려서 고요를 꿰고 있습니다/ 거북 돌이 물밑에 가만가만 엎드려 물살을 꿰고 있습니다/ 시간이 물소리를 꿰고 물소리는 시간을 꿰고 있습니다/ 물뱀이 단풍을 맑게 시침질하는 햇살을 꿰고 있습니다/ 푸른 물잠자리 날갯짓이 바람을 꿰고 있습니다/ 너와집 처마의 그을음이 가을 한 접을 꿰고 있습니다//

낮은 굴뚝 / 박분필
내가 본 그 들판은 시베리아입니다//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는 판잣집에서/ 굴뚝도 아궁이도 없는 식수마저 얼어 터진 곳에서/ 노부부가 이민자처럼 언어를 소통할 이웃도 없이// 절뚝거리며 골목을 뒤져 폐지를 줍습니다/ 폐지 판, 돈으로 사 온/ 홍시 두 개로 하루치 식사를 겨우 때웁니다/ 그것마저도 감사해서 맛있다, 맛있다/ 아내의 웃는 입과 눈을 바라보는 거무죽죽한 그 얼굴에/ 여러 종류의 굴뚝이 다 보입니다// 어느 사대부의 고택에서 본 담장보다 낮은 굴뚝이/ 끼니 거른 민초들에게 밥 짓는/ 연기 냄새를 부끄러워한/ 사대부들의 마음 씀씀이였다,로 기록된/ 감정 없는 그 굴뚝도 보입니다// 그들이 과연 이 시베리아 벌판을 알기나 할까요/ 시베리아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항상 살을/ 깎아대는 지독스런 바람이어서/ 눈물마저도 고드름으로 매달린다는 것을// 시베리아에 또 바글바글 눈이 내려 쌓입니다//

산고양이를 보다 / 박분필

구겨진 어둠 다림질 하며/ 세상 밖에서 울퉁불퉁한 도로로 차를 몰고/ 사람의 마을로 내려간다// 온몸이 깜깜한 산고양이 한 마리가 길옆에서/ 반짝이는 나뭇잎 같은,/ 단풍나무 열매 같은 두 개의 눈망울로/ 갸르릉갸르릉 무슨 암호를 타전하고 있다/ 현장 확인을 생략하고/ 맥주에 치킨을 곁들이기 위해 달리는 길// 갓길 따라 맥주거품 같은 눈발들이 날리고 있다/ 얼어붙은 잔설이 잘 튀긴 닭 껍질처럼 바싹바싹 바퀴에 부서진다// 용현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오는 길/ 고양이가 있던 자리에 고양이가 지워져 깜깜하다/ 마치 미래처럼 볼 수 없는 내 눈을/ 그 놈은 현재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뒷자리의 포장치킨에서/ 수상한 소문들이 모락모락 들려온다/ 창문을 조금 내려 소문을 흘려보내는데/ 그때! 고양이 꼬리가 얼핏 백미러에 찍힌다/ 꼬리는 밟히지 않으면 그만이다/ 증거 인멸이지/ 조작의 흔적은 더욱 없으니/ 유리창에 눈, 눈, 눈들이 바글거린다//

오체투지 / 박분필
비온 뒤의 보도블럭/ 지렁이들이 온 몸을 붓 삼아 수상한 상형문자를 기록한다/ 쓰다가 발에 깔려 문질러진 놈, 토막토막 여며진 채 기는 놈/ 흙속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미라가 되고 말 걸/ 알까 모를까/ 오로지 죽음을 향해 오체투지하는/ 저 봄날의 장렬한 육박전 같은 몸부림은/ 저 봄날의 화려한 사육제 같은 몸부림은/ 누구더러/ 누구더러 읽으라는/ 아득한 메시지일까//

주머니쥐의 추억 / 박분필
벽장은 벽의 호주머니// 아주 작은 아이만/ 주머니쥐같이 호주머니 속에 폭 담길 수가 있어/ 단춧구멍에 꼭 맞는 단추처럼 끼워질 수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 누룩을/ 숨겨두었던 시절이 있었지/ 누룩 몇 장을 꺼내야 할 때 마다 아이는/ 주머니쥐처럼 단추처럼 끼워졌어/ 흙냄새와 그을음 향기와 아궁이의 시간을 먹은/ 아늑하고 달큼한 두근거리는 동굴 같았지// 사각형 작은 문과 벽 사이에 낀 햇살은 긴 송곳니 같았지/ 벽장 속 어둠을 와작와작 씹어 먹는/ 반짝반짝 까만빛의 가루가 비밀을 숨겨주었어// 동그란 조청단지가 자꾸 나를 돌아보았어/ 그래서 나는 자주 벽을 열고 닫았지// 벽장은 내 호주머니가 되었어//

아름다운 대화 / 박분필
구순이 지난 노모가/ 칠순을 눈앞에 둔 아들에게 자랑을 한다// 내가 네 나이 때는 펄펄 날아다녔다 카이/ 그랬는데 인자는 고마 이래 됐뿟다// 엄마 거짓말 하지 마요/ 엄마는 날개가 없잖아요// 다리로 날아다녔제/ 내 다리가 날개보다 빨랐다 카이// 아들이 활짝 웃는다/ 엄마도 벙긋벙긋 웃는다// 엄마는 똑같은 자랑을 연이어 스무 번 하고/ 아들은 똑같은 이야기를 연이어 스무 번 듣는다//

사과의 눈 / 박분필
눈 속으로 빛이 쏟아진다/ 눈을 감는다/ 눈에 걸려 있던 빛이 동강난다/ 반은 안으로 반은 밖으로/ 내 눈은 이제 반쪽의 빛만 담았으니/ 반반 슬프거나, 반만 외롭거나, 반만 쓸쓸할 거야/ 한데, 그런데, 그것들에게는 반으로 쪼갤 수 없는 무엇이 있다/ 반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사과다/ 사과는 눈을 가장 살 깊은 곳에 감추어두고 있다/ 반쪽을 쪼개야 비로소 사과의 눈을 볼 수 있다/ 사과는 눈이 아주 소중하다는 걸 태어날 때부터 알아서/ 가장 아픈 생살 속에 눈을 숨겨 두었다/ 생살을 찢어낸 뒤에야 뭔가를 심각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 가장 아름다운 눈은 사과의 눈이다/ 볼 것 다 봤다고 자랑할 것 없는/ 눈을 질끈 감을 필요도 없는/ 살며시 눈뜨고 몰래 바라볼 일도 없는 눈을/ 누군가 반쪽으로 갈라줄 때, 그때 사과는/ 어느 날 사라졌다가 백년 만에 돌아온 붉은 여우의/ 총기어린 눈처럼 눈 속으로 처음 보는 빛을 빨아들인다/ 사과도 원래는 눈이 밖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입이 사과를 깨물 때, 황홀해할 때, 차라리 눈을/ 내면 깊숙이 숨겨두자,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알밤이 눈을 떴다, 밤은 온몸이 다 눈이다//

자작나무 자서전 / 박분필
자작나무 숲속에 들어서자/ 반듯하게 갖춰진 지필묵부터 먼저 보인다// 눈부신 백지 한 장이 바닥에 깔려 반짝이고/ 명암이 깊은 하늘에 자작나무붓끝이 막 묵墨을 찍는 중이다// 붓을 떼자 기러기 한 마리/ 깃털에 묻은 먹을 털고 푸른 하늘로 날아오른다// 쭉쭉 곧게 세워진 붓대들의 연결사이로/ 가득한 여백의 연결이 도드라져 보이고// 붓과 여백이 마음껏 필묵의/ 자유를 누리며 작품을 자작自作하는 중이다/ 먹을 갈고 붓을 다듬는다/ 찍고, 긋고, 맺기를 반복한다// 자작나무 숲 백지 위에/ 구김 없는 또 한 장의 백지를 반듯하게 펼친다// 자작자작 찢어 흩뿌리는/ 파지조각이 내 어깨에 하얗게 쌓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 박분필
내가 언제부터 모퉁이에다 엄마 닮은 소를 묶어 두었는지/ 언뜻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한 번도 배고픈 소를 위해 풀 한줌 베다 준 기억이 없다// 나는 왜 마른 지푸라기 한 줄기도 없는 내 안에다 소를 묶어두었을까/ 소는 내내 어떻게 견뎌냈을까/ 내 마른 땅에서는 마고성처럼 지유가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오래도록 풀을 먹지 못해 되새김조차 못한 소,/ 축 처진 두 귀로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듯도 보였다// 그래, 우리 둘이 함께 걷자/ 나란히 걷는 동안 소와 나는 모녀처럼 행복했다// 안개의 늪을 벗어나자 눈 깜짝할 사이에 밝고 청정한 푸른 숲이 나왔다/ 마고대성의 낙원일지도 모를……// 그곳에다 나는 내 말뚝에 묶여있던 엄마의 끈을 풀어/ 새처럼 훨훨 날려 보냈다// 날고 있는 건 내 날개였다//

만 마리 물고기 / 박분필
가다가 닿는 곳이 머물 자리/ 용왕의 아들을 따라 물고기 떼가 산으로 몰려왔다/ 안개비 내리는 날 만어사에 가면/ 등을 푸르게 번쩍이며 흐린 강 거슬러 오르는,/ 부레 대신 종을 매달고 있는,/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미륵님이 돌의자에 앉아 법문을 펼 때마다/ 뻐끔뻐끔 받아먹은 법문이 몸 안에 차곡히 쌓인/ 만 마리 물고기들은/ 돌로 등을 치면 아름다운 종소리가 난다/ 세상 소리 세상 냄새 세상맛이 없는 깊은 산 속에/ 인간보다 늙은 물고기들이 불심의 집을 짓고/ 너덜겅으로 얼기설기 얽혀있다/ 물고기 꼬리들이 물바람을 일으킨다/ 저 은빛 물바람의 씨알이/ 어느 메마른 마음 밭으로 날아가 떨어지면/ 무슨 색깔의 꽃을 피울까/ 돌 속에 웅크리고 있는 푸른 말들이 궁금하다//

각석(刻石), 천전리 / 박분필
엉거주춤 어깨에 걸친/ 죽은 사슴에서/ 붉은 꽃 넝쿨이 흘러내릴 때// 바람이든 햇살이든 태어난 모든 것들은/ 태어난 대접을 받아야지/ 고민한 당신은/ 영감에 사로잡힌 시인// 선한 눈빛, 공손한 손이 머리를 조아리고/ 사슴을 그렸습니다/ 기념비처럼// 당신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사슴이/ 바위 절벽을 타고 푸른 꽃이 피는 숲으로 돌아갈 때/ 환하게 웃었을 당신의 표정// 사슴은,/ 두려움을 입고/ 한 세월을 끝없이 걷고 있는 당신입니다/ 동심원, 나선무늬 물결무늬 속으로/ 파도가 결국은/ 물거품에 도달하기 위해서 허우적대며 달리듯이// 슬픔 저 너머가/ 별들의 무덤이거나 칡꽃 무성한 보랏빛/ 숲인지 알지 못하지만// 시인은 결코/ 추억을 버리지 않습니다/ 절뚝절뚝 절면서도 끌고 갑니다//

이슬 방주 / 박분필
어제는 치커리 꽃에 보랏빛을 칠하던 하늘이/ 오늘 아침에는 보랏빛 꽃에 이슬을 매달고 있네// 이슬 속으로 아미쉬마을 농부가 마차를 끌고 들어가네/ 옥수수 밭과 소떼, 감빛 구름도 이슬 방주로 들어가네// 옥수수밭 사이 끝없는 길을 걷다가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네/ 자칫 맑은 것들만 태운 이슬방주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몰라// 낮은 풀잎에 맺혀있는 영롱하게 빛나는 마음을 보네/ 아미쉬 사람들은 욕심 없어 맑고 투명한 이슬이었네//

개기일식 / 박분필
어둠이 불타는 태양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누에한테 갉아 먹히는 뽕잎처럼 차츰차츰 빛이 먹혀지고/ 황금빛으로 빛나던 세상이 점점 진청색으로 물들어간다// 혼돈의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 같은 공포로/ 나는 한여름 바다로 명상을 하러 온 사람처럼/ 데일 것 같은 뜨거운 모래에 두 무릎을 꿇는다// 싸늘한 바람이 맨살을 파고든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도 어둠의 장막이 무겁게 내려진다/ 마치 봄에 나뭇잎이 떨어질 때처럼 내 입술도 파랗게 떨린다// 이윽고 지구는 99퍼센트의 태양을 먹혀버렸다/ 겨우 남은 머리카락만 한 빛 한 올이 어둠과 맞섰다// 1퍼센트의 빛과 99퍼센트 어둠의 대결// 그때 어둠속에 얼핏 그분의 형상이 보였다/ 어둠, 그 어둠을 이기는 오직 한 분, 그리고// 사라졌던 빛 한 올 한 올이 되돌아왔다/ 한 폭의 정교한 천지창조를 본 순간이다// 내 입술은 그 광경에 취해 다시 뛰고 뜨거워졌다/ 나는 차가운 눈 속에 핀 꽃처럼 으스스한 기분으로/ 빛이 쏟아지는 바다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99년 만에 온 일식이었고 버지니아비치 최석핀베이였다//

굴비와 파라오 / 박분필
1// 표정을 빼 내고 감정을 건조시킨 마라/ 천하제일의 맛을 자랑하는 굴비가 해체되는 순간이다// 몸에 배어있던 시간들은 초침간격으로 말라버렸고/ 고요에 잠긴 꼬리는 자신의 한때 활동에 대해 몰두하는 중이다//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꿈의 직조가 조각조각 뜯겨나간다/ 어제 꾼 나쁜 꿈으로 쪼그라든 기억은 이제 껍질일 뿐이다// 삶의 맥동을 놓아버린 지느러미가/ 질긴 침목의 세계와 대결 중이다// 2// 질긴 침묵의 세계와 대결 중인 파라오, 세계 최강의 제국을/ 호령했던 람세스 2세의 미라가 이집트 밖으로 반출될 때// 관계대상품목에 미라 항목이 없어서 건어물 관세로 매겨졌다니/ 파라오와 굴비가 동일했다는 것이므로// 그 사실에 대해// 생명의 한 문장이 끝난 곳, 잠시 운행했던 삶의 궤적이 사라진/ 곳에 찍히는 마침표는 모두 평등하다는 신의 증언이라 생각한다//

북촌 / 박분필
어둠이 두 눈을 감아라한다/ 네 마음 하나 짚고 믿어라 그리고 따르라한다// 어둠이 ‘나’란 바코드를 인식하자/ 개울물 소리, 산새소리가 내 흔들림을 잡아준다// 나는 완전한 어둠의 한 부분이 되어/ 날개를 펴고, 내 앞을 가로막은 벽을 더듬어, 열리지 않던 너의/ 문을 지나고 세상만큼 위태로운 난간을 짚으며 나아갈 때// 그제야 내 안으로 쏴아 물굽이가 머리를 돌리는 소리/ 구질구질한 세상사의 찌꺼기로 막힌 개울을 트고 흐른다// 행복하다, 저 물소리/ 이때까지 들어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답다, 이 새소리/ 어둠의 함성은 고요다//

비나리 / 박분필
장독대엔 홑꽃해당화 노랑나물꽃이 한참이고/ 사랑방에선 셋째 언니가 해산을 했다/ 남의 조상이라고 아버진 금줄을 그 방문/ 앞에만 쳤다 그래도, 제일 벌겋고 실실한 고추와/ 기장 돌미역 너무 검어서 번쩍거리는 은빛 숯댕이를/ 덩실덩실 매달았다// 삽짝에 금줄이 없는 수걸 보고는 아침 숟가락/ 떼자마자 귀산댁이 불린 쌀을 들고 풀물을 갈러 왔다/ 장독대에 세워진 풀맷돌에서 풀쌀을 갈 동안도/ 귀산댁은 아닥따닥 아닥따닥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계속 떠벌렸고 나는 풀국물 걸러낸 쌀 찌꺼기를/ 좀이 나게 기다렸다 아궁이에 불기가 가시기 전에/ 호박잎에 싼 풀떡을 토닥토닥 묻어 두었다// 어리야, 이게 웬일?/ 사랑방 갓난애기의 물 같은 볼기짝에 꽈리 물집이/ 수도 없이 부풀었다 엄마는 조왕님 앞에 물을 떠 놓고/ 두 손을 싹싹 비볐다/ -철없는 것이 철없는 짓을 했으니/ 지발 지발 이 정성 몰라라 마시고 거둬 주시이소-,// 주시이소/ 주시이소//

막대자와 엄지 사이 / 박분필
베틀을 부룬다// 틀에 매달려 탁 탁탁 어깻죽지를/ 수도 없이 얻어 맞으며 올 고르게/ 세워진 生베 한 필이 무너진다// 무딘 칼끝으로 대강 눈금을 긁은/ 대나무 막대자를 꺼내든다/ 걸어온 길들이 손때 절은/ 잣대 위에 드러눕는다// 보 노 파 색감을 들인 잘 말린속 왕골로 신 총을 비비고/ 짚신 축을 세우고 여섯 살 두근거리는 발바닥에 대어 봐가며/ 날을 엮어 가던 -아베 한 자-/ 도랑에서 들쥐처럼 첨벙이다가 들어온 흙투성이에게 참기름/ 된장 듬뿍 바른 주먹밥 건네주시던 -어매 눈빛 두 자-/ 그 참하고 이쁘던 막내 동상댁까지 다 보내고 -석 자- 그리고/ 넉 자 길이 그녀의 한 生이 주름 잡혀온다 막대자와 엄지 사이에//

술래는 더 이상 찾지 않는다 / 박분필
뒤란간 굴뚝 곁에 세워진/ 청솔갑 나뭇단 속에 꼭꼭 숨었지// 별이 내려와 눈썹 끝에 애기 솔방울처럼/ 매달리고 암탉이 계란을 품고/ 내 귓볼 주근깨를 톡톡 쪼을 때까지// 몰랐어, 꿈의 새장 막 벗어났나 했을 때/ 더 큰 닭장 속에 갇혀버린, 꼭 한 마리로 남은/ 작은 새의 마음, "오니오니! 용용 날 찾아라! 용용"/ 술래를 불렀다 소리는 입속으로 깊이 가라앉았다// 아무도 없다 다 집으로 돌아가고/ 청대숲에서 잠이 든 굴뚝새들이 날개를/ 다시 여미는 소리 그 흰 소리들뿐// 오늘도 또 난, 닭장 속에 꼭꼭 숨었어/ 하루의 끝에서 시계의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하나 되어깊은 포옹을 할 때까지/ 술래들은 다, 다 꿈 밖으로 외출중//

논골 동네 / 박분필
처음에는 아마도 다랑이 논이거나 밭이었을, 이곳에 집들이/ 아슬아슬 얹혀있다/ 나는 이 층층의 동네에 가장 작은집 한 채를 갖고 싶고// 명태도 떠나고 오징어 대구도 어디론가 가버린 묵호 앞바다에서 하 세월/ 몸부림만 쳐대는 묵빛 파도를 걷어와 바지랑대에 널고 까슬까슬 고르게/ 손질하면서 희끗희끗 말리고 싶어지는// 그 근원이 궁금해서 눈을 감는다// 천 년 전 가장인 내가 묵직한 그물을 들고 비탈진 계단을 올라온다/ 내 아내와 내 아이들이 가장 작고 허름한 너와집에서 뒹굴 듯 달려/ 나온다// 아, 돌아오고 싶었던 천 년 전 내 고향// 맨 꼭대기 집에서 서너 계단 내려서면 집, 또 서너 계단 내려가면 집/ 그렇게 아랫집 어깨에 윗집이 걸터앉아있는 층층의 동네// 쌓아올린 탑처럼 보이는 집마다 명태를 말렸던 바지랑대에 비린바람이/ 펄럭펄럭 말라간다// 바지랑대를 지탱하던 못 자국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와 꾸물꾸물 기어가는/ 마당을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지키고 있다// 천 년 전에 찍은 내 발자국, 막 증발 중이다//

빗방울 녹턴 / 박분필
문밖에서 소리가 난다/ 섣달그믐이 몇 번 지나고 추석 대보름이 몇 번이나 돌아오도록/ 소식 없던 아버지 발소리가 추적추적 마당으로 들어오신다// 발소리만 무겁게 돌아와 저벅저벅 텅 빈 사랑방 방문 앞에서 웅얼거리고/ 덜컹덜컹 문고리를 흔들고 집안 곳곳에 발자국소리를 가득 심으신다// 들판으로 달려 나가 꽉 막힌 물꼬를 트고 오신다/ 그동안 쌓인 뒤란의 댓잎을 긁어모으고 마당에 떨어진 닭똥을 쓸어내고/ 댓돌 위 식구들의 신발 속에도 잠시 고였다가 몸을 일으키신다// 비옵니다/ 비옵나니……/ 식구들의 안녕을 주룩주룩 읊으며 흐르시다가 어느새 숙고사/ 홑이불처럼 깔린 안개 속으로// 아버지 사라지신다//

 

벚꽃 / 박분필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의 눈꺼풀도 꽃잎처럼 떨어졌다./ 꽃잎에 뺨을 대듯 어머니 이마에 뱀을 대고/ 꽃잎에 입을 맞추듯 어머니의 뺨에 입을 맞췄다./ 한 삼일쯤 더 머물다 떠나라며 웅덩이가 떨어지는/ 꽃잎을 차마 보내지 못하고 모아두고 있었다./ 꽃잎이 오래 물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떨어지는 꽃, 의 후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