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시인

댓글 0

시詩 느낌

2022. 1. 11.

이봉주 시인
△1957년 춘천 서면 출생.

△한림대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료

△2015년 강원문학 전국신인상공모 신인상 당선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빛글문학회 동인

△낭만문학상 수상

 




폐사지에서 / 이봉주
부처가 떠난 자리는 석탑만 물음표처럼 남아 있다// 귀부 등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아득히 목탁소리 들리는 듯한데// 천 년을, 이 땅에 새벽하늘을 연 것은/ 당간지주 둥근 허공 속에서 바람이 읊는 독경 소리였을 것이다// 천 년을, 이 땅에 고요한 침묵을 깨운 것은/ 풍경처럼 흔들리다가/ 느티나무 옹이진 무릎 아래 떨어진 나뭇잎의 울음소리였을 것이다// 붓다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 설법 하였으니/ 여기 절집 한 칸 없어도 있는 것이겠다// 그는 풀방석 위에 앉아 깨달음을 얻었으니/ 불좌대 위에 풀방석 하나 얹어 놓으면 그만이겠다// 여기 천년을 피고 진 풀꽃들이/ 다 경전이겠다// 옛 집이 나를 부르는 듯/ 문득 옛 절터가 나를 부르면// 천 년 전 노승 발자국 아득한데// 부처는 귀에 걸었던 염주 알 같은 생각들을// 부도 속 깊게 묻어 놓고 적멸에 드셨는가// 발자국이 깊다//
* 202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古物寺고물사 / 이봉주
부처가 고물상 마당에 앉아 있다// 금으로 된 형상을 버리고 스티로폼 몸이 된 부처/ 왕궁을 버리고 길가에 앉은 싯다르타의 맨발이다// 바라춤을 추듯 불어온 바람의 날갯짓에 고물상 간판 이응받침이 툭 떨어진다// 반야의 길은 낮은 곳으로 가는 길일까/ 속세에서 가장 낮은 도량, 古物寺// 주름진깡통다리부러진의자코째진고무신기억잃은컴퓨터몸무게잃은저울목에구멍난스피커// 전생과 현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 후생의 탑을 쌓는다// 금이 간 거울을 움켜쥐고 있던 구름이 후두둑 비를 뿌린다/ 뼈마디들의 공음空音, 목어 우는 소리가 빈 병속으로 낮게 흐른다/ 오직 버려진 몸들만 모이는 古物寺// 스티로폼 부처는 이빨 빠진 다기茶器 하나 무릎 아래 내려놓고 열반에 든다// 먼 산사에서 날아온 산새 한 마리 부처 어깨 위에 앉아 우는데/ 어디서 들리는 걸까/ 佛紀의 긴 시간 속에서 누군가 읊는 독경소리// 古物寺 앞을 지나가는 노승의 신발 무게가 독경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 제3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