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길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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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2022. 1. 11.

대략 일천삼백 년 전 문무왕이 죽어 동해의 용이 되었다.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그의 안식처가 모셔졌다.

갈매기 떼들이 마치 수중릉을 지키는 근위병 같았다. 

 

해변에서 인파들이 무리를 지어 무엇인가를 하였다.

굿을 하는 거 같기도 하고 경을 외우는 것 같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플라스틱 바가지 두 개를 들고 섰다가 장어가 담긴 큰 물고기 통에서 

한 마리를 얻어 바가지 하나에 담고, 다른 바가지는 뚜껑 용도로 덮어 장어를 바다에 던져서 넣어다.

그런 후, 더러는 무엇을 비는지 바다를 향해 합장을 하였다.

이른바 '방생(放生)'이었다.

 

그냥 물가에 살짝 넣어주면 될 텐데, 드라마틱한 요소가 부족해서일까.

바다에 던져지는 장어가 마치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스카이다이버 같다.

스릴 방생이다. 

 

 

불현듯 오십 년 전, 군[軍隊]에서 훈련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125번 올빼미, 하강 준비 끝."

(교관) "하강ㅡ."

(복창) "하강ㅡ."

하면서 몸을 날렸다.

 

 

어쩌면 전생에 내가 장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그나마 수중릉을 지키는 갈매기 무리가 달려들지 않아 다행스러웠지만, 조마조마했다.

방생하면 반은 갈매기가 꿀꺽한다는 소리를 뭇사람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던지는 괴성도, 날으는 비명도 없는 

오로지 염원으로 힘껏 팔을 뻗는다.

 

 

신문왕이 아비의 혼을 기리고자 세운 이견대에서 봉기리 해변을 내려다 본다.

여기서는 방생하는 모습은 알 수 없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고 행복해 보였다.

 

 

용을 품은 대왕의 능은 납작 엎드린 듯하고

갈매기 근위병들도 소란 떨지 않고 조용했다.

그러므로 바다가 잔잔했다. / 2022.1.9.

 


   경주에 가거든 문무왕의 위적
偉績을 찾으라.
   구경거리의 경주로 쏘다니지 말고
   문무왕의 정신을 길러 보아라.

   태종무열왕의 위업과
   김유신의 훈공이 크지 아님이 아니나,
   문무왕의 위대한 정신이야말로
   경주의 유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니
   무엇보다도 경주에 가거든
   동해의 대왕암을 찾으라.

               ㅡ 우현 고유섭(1905~1944, 미술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