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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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울산 운흥사 터 –구름에 들었는가, 안개에 휩싸였는가 / 박시윤

간밤에 비가 퍼부었다. 이른 새벽 비는 그쳤고, 고층에서 내다보는 도시는 안개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앞산이 힐끗 보였다 사라졌다. 바람과 안개가 적절히 섞여 나를 홀렸다. 속세의 번잡한 아침이 오기 전에 서둘러 도시를 빠져 나갔다. 경부고속도로 문수·옹천 IC를 빠져나와 들길을 달렸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지만, 여느 시골과도 같은 익숙한 풍경이기도 햇다. 써레질을 마친 논 군데군데 모판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모내기 철이란 걸 알았다. 풀내음이 났다. 그러고 보니 풀들이 제법 웃자랐고 숲은 한창 물이 올랐다. 멀지 않은 산들이 묵직했다. 구름인 듯 안개인 듯, 산허리쯤에 걸려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마음이 바빠졌다. 구름 속에 들기 위한 조급함이었다. 구름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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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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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개발과 보전의 균형

번역문과 원문 잡는 데는 적절한 도구가 있고, 먹는 데는 적당한 시기가 있다. 取之有其具 食之有其時 취지유기구 식지유기시 - 이색(李穡, 1328〜1396), 『목은집(牧隱集)』2권 「어은기(漁隱記)」 * 목은집(牧隱集)은 고려후기 학자 이색의 시가와 산문을 엮은 시문집. 55권 24책. 목판본. 1404년(태종 4) 아들 종선(宗善)에 의해 간행되었다. 해 설 이색의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이다. 가정(稼亭) 이곡(李穀)의 아들로, 1653년 예부시(禮部試)에 장원하였다. 그해 가을 진봉사(進奉使) 서장관(書狀官) 자격으로 원(元)에 갔다가 이듬해 원의 과거에도 합격하였다. 한산부원군(韓山府院君)에 봉해졌으며 조선 초기 많은 관리들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어은기..

댓글 습득 코너 2021. 6. 2.

02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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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장국영 별곡(別曲) / 김용옥

울컥, 가만 조약돌 같은 슬픔이 솟구치더니 목울대에 걸린다. 눈시울에 물기가 고인다. 전깃줄에 촘촘히 앉아 있던 비둘기들이 포르르 포르르 전주천 시냇물가로 날아 내리는 순간, 느닷없이 그의 죽음이 함께 보였다. 죽음을 실현하는 그 순간, 그는 새처럼 날았을까? 블랙홀로 빨려들어 갈 것을 믿었을까? 그 순간 최상의 엑스터시를 느꼈을까? 살아 있던 그 모든 현재보다 행복할까, 죽음은? 그와 얘기하고 싶다. 꼬치꼬치 캐묻고 싶은 게 아니라 그가 아무거나 마구 지껄여댈 수 있도록 이야기의 실마리를 끌러 주고 싶다. 켜켜이, 마디마디에 쟁여 바윗덩이가 되었을 그의 속내를 드러내 준다면 고독하다 못해 무표정한, 밤의 호수 같은 눈빛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는, 갔다, 그런 눈빛인 채로, 그 눈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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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세월 / 곽흥렬

이제 며칠만 있으면 다시 할아버지의 기일이다. 손을 꼽으며 어림셈을 해보니 이번으로 벌써 스무 해째가 넘는다.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렀건만, 당신께서 돌아가시던 때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여든 중반 어름에까지 이른 연세였으니, 당시의 평균수명으로 따져서는 호상이라 일러도 관계찮으리라. 사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한밤중, 마당 가운데 피워 놓은 모닥불이 지향 없이 일렁이고 온 마을 사람들은 그 불빛을 가로질러 부산스레 오갔다. 그런 왁자그르르한 분위기가 마치 한마당 축제를 벌이는 것 같은 광경을 연출했었다. 기억 속의 풍경은 세월이 흐를수록 또렷해져 가건만, 세상의 모습은 그새 많이도 변해 버렸다. 제삿날이면 대청마루를 그득히 채웠던 그 많은 제관들이 하나 둘 뿔뿔이 흩어지고, 남은 사람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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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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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관식 시인

호피(虎皮) 위에서 / 김관식 해 진 뒤, 몸 둘 데 있음을 신에게 감사한다!/ 나 또한 나의 집을 사랑하노니/ 자조근로사업장에서 들여온 밀가루 죽(粥)이나마 연명을 하고/ 호랑이표 시멘트 크라프트 종이로 바른 방바닥이라/ 자연 호피를 깔고/ 기호지세(騎虎之勢)로 오연(傲然)히 앉아/ 한미합동! 우정과 신뢰의 악수표 밀가루 포대로 호청을 한 이불일망정/ 행(行). 주(住). 좌(坐). 와(臥)가 이에서 더 편함이 없으니/ 왕(王). 후(候). 장(將). 상(相)이 부럽지 않고/ 백악관 청와대 주어도 싫다/ G.N.P가 어떻고,/ 그런 신화 같은 얘기는 당분간 나에겐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병상록(病床錄) / 김관식 병명도 모르는 채 시름시름 앓으며/ 몸져 누운 지 이제 10년/ 고속도로는 뚫려도..

댓글 시詩 느낌 2021.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