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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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3점의 갈등 / 류영택

인터넷 고스톱은 돈을 딴들 주머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잃어도 내 주머니에서 나가지도 않는다. '옹산화병'(甕算畵餠) 그야말로 헛배만 부르고 실속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처음에는 잃어도 그만 따도 그만 그저 장난처럼 시작지만 하다보면 패 한 장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행여 싸지나 않을까. 싸놓은 패를 상대가 가져가면 어쩌나. 별 소득도 없는, 그림의 떡을 놓고 독장수셈을 하고 있노라면, 마치 마주 앉아 있기라도 한 듯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콩닥콩닥 뛰고 있는 심장박동 수까지 느껴져 온다. 나는 고스톱 전문 꾼이 아니다. 대충 흐름은 알고 있을 뿐 고스톱을 쳐보지도 않았다. 그런 내가 고스톱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에..

댓글 수필 읽기 2021. 6. 7.

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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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오래된 냉장고 / 류영택

윙 소리를 내며 냉장고가 돌아간다. 이십오 년을 고장 한 번 없이 늘 한결 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냉장고를 들여놓던 날 우리 가족은 외식을 했다. 아내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어머니는 아이의 포대기를 든 채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도 배고픈 줄도 모를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보통날이 아니었다. 오늘부로 문간방 류 씨라는 호칭에서 놓여나는 날이었다. 아내와 나는 문간방에서 몇 년을 사글세로 살았다. 하지만 우리 부부보다 정작 고생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삼칠일이 지나고부터 아내가 다시 직장에 나가게 되자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게 됐다. 좁아빠진 단칸방에서 식구 넷이 생활을 하다 보니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지만, 어머니는 노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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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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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돌매 / 류영택

콩콩 마늘을 찧는다. 아래층에 소리가 울릴까봐 사타구니에 백철절구를 끼고 마늘을 찧는다. 절굿공이에 빗맞았는지 메뚜기처럼 마늘한쪽이 절구를 타고 넘는다. 어디로 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손을 뻗는다. 겨우 손이 닿았지만 슬슬 짜증이 난다. 믹스기로 갈면 될 텐데 굳이 절구에 찧어달라는 아내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나는 일에서 놓여나고 싶어 물끄러미 아내를 바라본다. 아내는 보채는 아이 보듯 두 눈을 치켜뜬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도 말라는 것 같다. 나는 반항이라도 하듯 쿵쿵 공이를 내리찧는다. "그게, 그렇게 힘들어요?" "믹스기로 갈면 편하잖소!" "찧는 것과 가는 게 같아요!" 아내의 말에 뚱한 표정을 짓지만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내 말마따나 불린 콩을 믹스기에 가는 것은 봤어도 마늘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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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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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서리꽃 / 류영택

산위를 바라본다. 야트막한 산비탈엔 잡초가 우거져있고, 우거진 수풀사이로 붕긋 솟은 봉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 많은 무덤 중에 과연 어느 것이 장군의 묘일까. 망우당을 만나 뵈러 온 게 아니라 그의 문중선산을 둘러보러 온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참을 헤맨 끝에 산 좌 중앙에 서있는 그의 묘 앞에 선다. 붉은 옷만 봐도 왜적들이 혼비백산했다던 천강망우당장군의 묘는 주위의 무덤과 다르지 않다. 야트막한 봉분, 제물을 차려놓는 상석과 향로를 올려놓는 향로석뿐이다. (병조판서‧함경도관찰사‧망우당 곽충익공의 묘)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눈여겨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장군의 무덤치곤 너무 작고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년시절 어머니께 홍의장군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모습을 머릿..

댓글 수필 읽기 2021. 6. 7.

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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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미운 안경 / 김민자

오늘은 절에 가는 날이다. 남편은 절에만 가면 무엇 하느냐? 심보 하나 고치지 못하는데. 등 뒤에 대고 따끔한 법문을 해댄다. 마음 청소하러 가요, 심보 고치려구요. 톡 쏘아부치고 나서 후회한다. 기도하고 마음 다스리는 좌선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당신 미워하지 않고 한 번 더 양보하고 이해하고 웃어주는 실천이, 마음의 방을 청소하는 좋은 일이라는 걸 왜 모르겠소. 나이가 들수록 더 맑고 사려 깊어지기보다는 탁하고 옹졸해질 때가 많아진다. 하지만 마음의 눈이 흐려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요즘 들어 남편이 미워지는 날이 많다. 남의 몸에 중병보다도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더니, 내 큰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편의 작은 허물만 동산만하게 보인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그저 하루 세 끼 먹고 ..

댓글 수필 읽기 2021. 6. 7.

07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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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남조 시인

어머님의 성서(聖書) / 김남조 고통은/ 말하지 않습니다/ 고통 중에 성숙해지며/ 크낙한 사랑처럼/ 오직 침묵합니다// 복음에도 없는/ 마리아의 말씀, 묵언의 문자들은/ 고통 중에 영혼들이 읽는/ 어머님의 성서입니다// 긴 날의 불볕을 식히는/ 여름나무들이,/ 제 기름에 불 켜는/ 초밤의 밀촉이,/ 하늘 아래 수직으로 전신배례를 올릴 때/ 사람들의 고통이 흘러가서/ 바다를 이룰 때/ 고통의 짝을 찾아/ 서로 포옹할 때// 어머님의 성서는/ 천지간의 유일한 유품처럼/ 귀하고 낭랑하게/ 잘 울립니다// 아버지 / 김남조 아버지가 아들을 부른다/ 아버지가 지어준 아들의 이름/ 그 좋은 이름으로/ 아버지가 불러주면/ 아들은 얼마나 감미로운지/ 아버지는 얼마나 눈물겨운지// 아버지가 아들을 부른다/ 아아 아버지가..

댓글 시詩 느낌 2021.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