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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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얘야, 좀 더 있다 가려믄 / 김시보

번역문 과 원문 농가에 비가 내리지 않았던들 갈 사람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겠나. 자식을 만나서 기뻐 취하고 묘시가 넘도록 달게 잤더니 냇물 불어 개구리밥 보에까지 붙고 바람 불어 꽃잎은 주렴을 치는구나. 내 시가 아직 안 되었다 자꾸만 타고 갈 말 챙기지 말렴. 不有田家雨 불유전가우 行人得久淹 행인득구엄 喜逢子孫醉 희봉자손취 睡過卯時甘 수과묘시감 川漾萍棲埭 천양평서태 風廻花撲簾 풍회화박렴 吾詩殊未就 오시수미취 莫謾整歸驂 막만정귀참 - 김시보(金時保, 1658~1734), 『모주집(茅洲集)』 권8 「빗속에 큰딸아이 가는 걸 만류하며[雨中挽長女行(우중만장녀행)]」 해 설 이 시는 모주(茅洲) 김시보(金時保, 1658~1734)의 작품입니다. 김시보는 본관이 안동(安東)이고, 자는 사경(士敬)이며 호는 모주..

댓글 습득 코너 2021. 6. 9.

0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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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초록의 도道 / 장미숙

2020년 제2회 순수필문학상 색이 터졌다. 이른 아침, 갈색 화분에서 잎 하나가 고개를 뾰족 내밀었다. 연필심만큼이나 자그마한 싹이다. 날 때부터 초록 옷을 입은 싹은 흙 속에서 단연 돌올하다. 흙의 진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눈치 채지 못하게 생명을 잉태한 후 조용히 품고 있었나 보다. 큰일을 하고도 짐짓 태연한 걸 보니 흙의 몸에는 신비로운 비밀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갓 태어난 초록은 수직의 상승을 꿈꾸는 듯 너볏하다. 소생의 계절은 흙의 아우성으로부터 시작된다. 초록의 움직임에 땅속은 분주해지고 대지는 서서히 몸을 연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안오한 음지를 박차고 모험 속으로 뛰어든 초록들은 여리지만 당차다. 봄은 기다림과 어울림의 계절이다. 기다림 속에는 봄을 봄답게 하는 초록의 존재가 있다..

댓글 수필 읽기 2021. 6. 9.

0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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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믿음의 세월 / 조명래

선생님! 전번 설날 세배 갔을 때 앉으시는 모습이 불편해 보여 걱정하는 저에게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며 웃으시던 얼굴이 영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퇴직 후 자주 가시던 등산도 뜸해졌다니 이를 어쩝니까. 선생님의 세월이 벌써 그렇게 되었음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2월 하순, 교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고 우선 전화부터 드렸었지요. 비록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음성이었지만 '축하하네. 정말 축하하네' 하며 저보다 더 기뻐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까까머리 제자였던 저의 세월도 흐르고 흘러 이렇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월요일 아침 운동장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줄의 중간쯤에 서 있는 저에게 다가와 교무실로 오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잔뜩 주눅이 들어 찾아간 저에게 '토요일 날 왜 그랬느냐'..

댓글 수필 읽기 2021. 6. 9.

0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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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새를 찾습니다 / 박금아

회색 몸체에 주황색 볼. 꼬리 10㎝, 몸통 15㎝. "깐난아!”하고 부르면 옵니다. 신동아 아파트 근처에서 잃어버렸습니다. 관악산 주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사례금 100만 원 새를 찾는다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걸어 다니는 인간이 날아간 새를 찾을 수 있을까? 조금 더 가니 새를 찾는 전단이 또 있었다. 골목을 다 걸어 나오는 100여 미터 사이에 열 개도 넘는 전단이 붙어 있었다.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 간절함이 전해져 왔다. 산목숨을 잃어본 사람은 그 간절함을 가늠할 수 있다. 나도 딱 한 번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다. 세 살 적에 시장엘 데리고 갔다가 물건 사는 데에 정신이 팔려 손을 놓아버렸었다. 겨우 삼십여 분을 찾아다녔을 뿐인데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뜩해진다. 새를..

댓글 수필 읽기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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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밤길 / 김선화

당시, 우리 동네에는 같은 학년 중학생이 그 애들뿐이었다. ‘숙이’와 ‘식이’. 그들은 꼬박 3년 동안 5리길이나 되는 학교에 함께 다녔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꼽으면 어언 9년간이다. 학교가 파해 집에 올 때면 가로등도 없는 길이 그들을 가다렸다. 냇물을 건너고 들길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오려면 부엉이소리 간간 들려오는데, 식이는 숙이와 나란히 걷지도 않고 한마디 말도 붙이지 않았다. 늘 저만치 앞에서 걸었다. 숙이도 식이에게 말을 걸지 않고 조용조용 뒤에서 걸었다. 묘하게도 둘 사이는 늘 한결같은 거리가 유지되었다. 숙이로서는 그 고정된 거리가 종종 의문이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길이 갈려 어엿하니 중년의 강을 건너는 그들. 꼬박꼬박 동창회에 나오는 교양미 넘치는 숙이가 식이의 안부를 묻는다. “갠..

댓글 수필 읽기 2021. 6. 9.

0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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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구릉지대 / 김선화

비행기 떼가 날아왔다. 배경은 부엌에서 안방에 이르려면 흙으로 된 단 네 칸을 올라야 하는 초가이다. 부엌엔 부모님이 밥을 짓고 계셨던가. 빗장 열린 부엌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고 토방으로 통하는 샛문도 열려있다. 그런데 한미 훈련 때 티브이에서나 보았음 직한 전투기들이 마당 상공을 날고 부엌으로도 들어와 샛문으로 삐져나가는 등 우리 집에만 집중적으로 몰렸다. 낮게 비행하는 관계로 조종사의 얼굴도 보였다. 샛문 층계에 있다가 겁을 먹고 주저앉은 나에게 비행기 안에서는 정찰 중이니 괜찮다는 말이 우렁우렁했다. 순식간에 겪는 일이라 놀라웠지만 흥미롭고 듬직했다. 머리에 닿을듯하다가 유유히 빠져나갈 땐 묘한 쾌감마저 느껴졌다. 정밀사진기에 몸을 맡긴 것처럼 그들이 우리 집을 세세히 훑는다고나 할까. 그만큼 위..

댓글 수필 읽기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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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황금찬 시인

어머니 / 황금찬 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고향의 하늘 아래에 사십니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손에선/ 고향의 흙냄새가/ 언제나 풍겨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늙으실 때까지/ 일을 하셨습니다./ 모를 심으시고/ 고추밭을 매시고/ 감자를 캐셨습니다./ 그리고 남루한 옷을 입으시고/ 가난을 견디시며/ 우리들을 기르셨습니다.// 어머니/ 그날 어머님은/ 종일 굶으셨지요/ 저녁이라고 콩죽 한 사발/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그것마저도 배고프겠다고/ 다 저희들에게 나누어주시던 어머니/ 그때 저는 왜 그렇게도 철이 없었던지/ 어머님이 굶으시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진달래가 피는 봄/ 어느 날 제가 늦게 돌아오는 밤이면/ 동구밖 느티나무 옆에/ 별을 이고 서서/ 제 발소리가 저만치 들려오면/ ..

댓글 시詩 느낌 2021.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