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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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마 중사 / 김상영

‘마 순경’이 사라질 모양이다. 마 순경은 과속을 막으려 도로변에 설치한 가짜 경찰이다. 차가 내달릴만한 도로를 귀신같이 옮겨 다니며 근무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으로 서 있는 마 순경을 발견할 때면 머리끝이 쭈뼛 선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을 실감한다. 마 순경을 차고 때려 분풀이를 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이해가 간다. 가뜩이나 부대끼는 세상살이에 가짜에까지 골탕을 먹으니 오죽하랴. 경찰관서에서는 백성이 괴롭히고 관리마저 어려워 없애야겠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선글라스와 경광봉을 슬쩍해 가기도 한다니 심하긴 하다. 다시 착용시켜봤자 기어이 손을 탄다는 데야 할 말 없고, 도로변이라 복장이 쉽게 지저분해질 테니 골치도 아팠겠다. 마 순경이 안전에 도움이 된다지만, 국..

댓글 수필 읽기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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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불면증 / 곽진순

내가 다니던 G여고 앞에는 자그만한 서점 하나가 있었다. 봄 부터 초겨울까지 서점 정면 벽에 등을 기대고 자던 걸인이 있었다. 그는 입을 반쯤 벌리고 웃는 모습으로 잠들고 있었는데 입술사이로, 누렇게 변한데다 부러진 앞니 하나가 보이기도 했다. 서점 앞은 버스 승강장이라 항상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옷차림이 말쑥한 중년부인이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바로 저 사람이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 부인의 얼굴은 잠 못잔 사람처럼 핼쓱하고 피로해 보였다. 그 사람의 말대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그 곳이 어디든 쉬이 잠들 수 있는 사람이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남들이 잠드는 시각에 잠 못이루는 사람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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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출가자(出家者)의 유서(遺書) / 이상화

Alas! I can not stay in the house And home has become no home to me…… -R.Tagore 나가자! 집을 떠나서 내가 나가자! 내 몸과 내 마음아 빨리 나가자. 오늘까지 나의 존재를 지보(支保)하여준 고마운 은혜만 사례해두고 나의 생존을 비롯하러 집을 떠나고 말자. 자족심으로 많은 죄를 지었고, 미봉성(彌縫性)으로 내 양심을 시들게 한 내 몸을 집이란 격리사(隔離舍) 속에 끼이게 함이야말로 우물에 비치는 별과 달을 보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우물가에다 둠이나 다름이 없다. 이따금 아직은 다죽지 않은 양심의 섬광이 가슴속에서, 머릿속에 번쩍일 때마다 이 파먹은 자취를 오! 나의 생명아! 너는 얼마나 보았느냐! 어서 나가자! 물든 데를 씻고 이즈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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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몽환병(夢幻病) / 이상화

목적(目的)도 없는 동경(憧憬)에서 명정(酩酊)하던 하루이었다. 어느 날 한낮에 나는 나의 「에덴」이라던 솔숲 속에 그날도 고요히 생각에 까무러지면서 누워 있었다. 잠도 아니오 죽음도 아닌 침울(沈鬱)이 쏟아지며 그 뒤를 이어선 신비(神秘)로운 변화(變化)가 나의 심령(心靈)위로 덮쳐 왔다. 나의 생각은 넓은 벌판에서 깊은 구렁으로- 다시 아참 광명(光明)이 춤추는 절정(絶頂)으로- 또다시 끝도 없는 검은 바다에서 낯선 피안(彼岸)으로- 구름과 저녁놀이 흐느끼는 그 피안(彼岸)에서 두려움 없는 주저(躊躇)에 나른하여 눈을 감고 주저앉았다. 오래지 않아 내 마음의 길바닥 위로 어떤 검은 안개 같은 요정(妖精)이 소리도 없이 오만(傲慢)한 보조(步調)로 무엇을 찾는 듯이 돌아다녔다. 그는 모두 검은 의상(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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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이상화 시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달이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 밤 자정이 넘어 나리던 곱은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댓글 시詩 느낌 2021.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