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2021년 06월

23

습득 코너 대비하되, 신중하라 / 이익

번역문과 원문 비유하자면 물건이 눈앞에서 멀어 가면 차츰 작아지고 가까우면 차츰 커지는데, 작으면 살피기 어렵고 크면 보기 쉬운 것과 같이 환난(患難)에 있어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比如物之在眼 漸遠則漸小 漸近則漸大 小則難察 大則易見 患難亦同 비여물지재안 점원즉점소 점근즉점대 소즉난찰 대즉이견 환난역동 - 이익(李瀷, 1681~1763), 『성호사설(星湖僿說)』 권26 「경사문(經史門)」 해 설 훗날의 어려움을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급박한 일이 닥치고 나서야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는 경우가 잦다. 어쩌면 훗날의 어려움을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아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노력이 정말 미래를 대비할 ..

댓글 습득 코너 2021. 6. 23.

23 2021년 06월

23

수필 읽기 봄꽃이라는 소식 / 김인기

벚꽃과 개나리꽃이 막 피어나는 철이라 이제는 정말 봄이구나 싶은 이즈음에 류인서 시인이 내게 시집 한 권을 우송했다. 불현듯 나는 시인의 통통한 볼이 생각났다. 그러나 류 시인한테는 섭섭한 소리이겠지만, 지금 보기에 좋다는 저 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것도 조만간 바람 빠진 축구공이 되겠지. 하, 그래도 애써 낸 작품집을 보내준 사람한테 이런 망발이나 해대다니, 역시 나란 인간은 몹쓸 부류이다. 내가 이렇게 반성하면서 시집을 펼치니 이런 글이 보인다. 봉투를 열자 전갈이 기어 나왔다 나는 전갈에 물렸다 소식에 물렸다 전갈이라는 소식에 물렸다 이게 류 시인의 시 「전갈」 첫째 연이다. 이걸 읽자마자 나는 근래 내 주위에 출몰했던 전갈이 생각났다. 나는 봉투를 열지도 않았는데, 이것이..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3.

23 2021년 06월

23

수필 읽기 앙금과 빗금 / 김인기

연속극에야 언제나 신데렐라 이야기로 넘치지만, 현실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실지로 동화와 같은 이야기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데렐라가 안으로 멍이 들면 어떻게 하느냐. 각자가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달라 서로 용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 나는 혹시 그 멍이 나중에 앙금으로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나도 더러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일들이 실지로 일어나니까. 내 어찌 자신의 이해력을 믿겠는가? 당장 누가 라면 한 그릇을 끓여도 저마다 처리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라면을 끓였으면 함께 있는 사람더러 권할 줄도 알아야지, 어째 저 혼자만 먹느냐.’ 세상에는 이런 부류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이미 싫다고 했는데, 왜 ..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3.

23 2021년 06월

23

수필 읽기 수저 한 매 / 김인기

옴마니반메훔! 밥이 하늘이었다. 사람들은 쉬이 다반사(茶飯事)를 말하지만, 그러나 누구라도 다(茶)를 잊을 수는 있어도 밥을 거를 수는 없다. 그러니 우선 수저부터 한 매 챙겨야지. 설령 밥이야 밖에서 험하게 먹더라도 수저는 꼭 좋은 걸로 한 매 챙겨야지. 참선(參禪)이 다 뭐더냐! 이 수저가 바로 화두(話頭)로다. 나도 이미 예전에 이걸 실감했다. 짝이 맞지도 않는 수저를 잡고 밥을 먹자니, 어쩐지 내 인생마저 비루해져. 그래서 나도 한때 반듯한 수저 한 매를 챙겨 다녔다. 수저를 들고 다니는 내 소행을 두고 메뚜기는 논에서 별스럽다 했다. 그 말이 아주 그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도 남의 집이나 식당에 손님으로 가서 내 수저로 밥을 먹지는 않았다. 나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고자 했으니까. 그런..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3.

23 2021년 06월

23

수필 읽기 산사기 / 이육사

S군! 나는 지금 그대가 일찍이 와서 본 일이 있는 C사(寺)에 와서 있는 것이다. 그때 이 사찰 부근의 지리라든지 경치에 대해서는 그대가 나보다 잘 알고 있겠으므로 여기에 더 쓰지는 않겠다. 그러나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숙사는 근년에 새로이 된 건축이라서 아마도 그대가 보지 못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청렬(淸洌)한 시냇물을 향해서 사면의 침엽수 해중(海中)에서 오직 이 집안은 울창한 활엽수가 우거져 있기 때문에, 문 앞에 손이 닿을 만한 곳에 꾀꼬리란 놈이 와 앉아서 한시도 쉴 새 없이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다. 내 본래 저를 해칠 마음이 없는지라, 저도 그런 눈치를 챘는지 아주 안심하고 아랫가지에서 윗가지로, 윗가지에서 아랫가지로 오르락내리락 매끄러운 목청이란 귀엽기도 하려니와, 그 노란 놈이 꼬..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3.

23 2021년 06월

23

시詩 느낌 류미야 시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류미야 지난 생/ 아마도 난 북재비였는지 몰라/ 눈시울 붉게 젖은 노을을 등에 업고/ 꽃지는 이산 저산을/ 넘던 그 시름애비// 어쩌면 그 손끝 뒤채던 북일지 몰라/ 그렁그렁 눈물굽이 무두질로 마르고/ 소슬히 닫아건 한 채/ 울음집인지 몰라// 그렇게 가슴 두드려 텅텅 울고/ 텅텅 비워/ 가시울 묵정밭 지나 산머리에 이르러는,/ 마침내 휘이요―부르는/ 휘파람 된지 몰라// 머리를 감으며 / 류미야 풀고 또 풀어도 엉켜드는/ 낮꿈의/ 가닥을 잡아보는/ 시린 새벽의 의식儀式// 너에게/ 세례를 주노니/ 잘 더럽히는/ 나여// 물고기자리 / 류미야 나는 눈물이 싫어 물고기가 되었네/ 폐부를 찌른들 범람할 수 없으니/ 슬픔의 거친 풍랑도 날 삼키지 못하리// 달빛이/ 은화처럼 잘랑대는 ..

댓글 시詩 느낌 2021.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