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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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아버지의 지게 / 정성수

제11회 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 나팔꽃, 논냉이, 개별꽃, 자운영, 벚꽃 등 사월의 꽃이 떨어지면서 오월의 꽃이 핀다. 영산홍, 클로버, 씀바귀, 탱자나무꽃, 아카시아, 이팝나무꽃, 꽃과 꽃들이 앞을 다투어 오월이 왔다고 아우성이다. 오월의 하늘은 맑고 사람들은 산뜻하다. 무논에는 개구리 가족이 네 활개를 저으며 꽈리를 불어대는 것을 보니 이래서 오월은 가정의 달인가 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시골집을 찾아가는 걸음이 뜸해졌다. 그것은 어머니가 없는 집은 이미 집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가 계시지 않은 집은 세상 밖으로 나오는 통로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조차 계시지 않는 집은 더욱 썰렁하다. 헛청에 무릎을 꿇고 있는 저 지게. 주인 잃은 지게가 봄이 온 지가 벌써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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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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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달챙이 숟가락 / 정성수

제18회 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인사혁신처장상 어머니의 기일이다. 아내가 제사상을 차렸다. 제사상이라고 해야 제수진설법에 의해 차린 것이 아니다. 소반 위에 영정을 모셔놓고 양쪽으로 촛불을 켜 놓았다. 영정 앞에는 꽃바구니가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장미와 안개꽃을 장식한 꽃바구니다. 살아생전에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였다. 추석 성묘나 어머니의 묘소에 갈 일이 있으면 우리 형제들은 국화가 아닌 꽃다발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 제사상에 놓은 가지가지 꽃들을 섞어 만든 꽃바구니를 내려다보는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웃으시며 걸어 나올 것 같다. 꽃바구니 앞, 하얀 접시에 놓은 숟가락이 눈에 띄었다. 한눈에 봐도 어머니의 달챙이 숟가락이었다. 순간 뜨거운 것이 울컥하더니 목구멍을 막았다. 오늘 낮에 찬장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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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회창(檜倉) / 김남천

성복날 장레를 치르고 삼우제까지 보고는 나는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상제가 일곱명에 복인은 수십명이 넘는 장례인지라, 예상했던것 보다 나는 자유로운 행동을 취할수가 있었다. 큰댁에서 상을 당하였기 때문에 나는 침식은 언제나 내 집에 와서 하였다. 별로히 고단할것도 없어서 삼우제 본 이튼날 작정대로 나는 회창으로 광산구경을 떠나기로 하였다. 회창길은 처음이었다. 고을서 백리가량 남쪽으로 산골자기를 찾어 들어간다고 한다. 아홉시에 자동차가 떠나는데 언제나 만원이라고 해서 나는 차부에까지 일찌감치 올라가 시간을 기대렸다. 사돈뻘되는 사람이 그곳 면장으로 있는데, 그의 소개를 얻으면 광산의 기계시설을 소상히 구경시켜 줄것 이라고 집을 떠날때에 아버지는 그 분을 찾어 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그밖에도 누구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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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경의록(京義綠) / 김남천

조모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전보가 온 것이 해진 무렵이여서 부득이 밤 연한 시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급행이면 다섯 시간도 안 걸리는 데를 이 차는 일곱 시간 이상을 잡아먹고 평양에는 해가 물끈 솟아 올을 때에야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가는 시골은 평양서도 일백 육십리나 자동차로 들어가는 성천이라는 적은 고을이다. 이 차에서 내려서 성천 가는 척차를 얻어 타면 오정 전에 목적지에 이를 수가 있다. 고단은 하지만 평양서 하룻밤 묵지 않는 것이 편리는 하다. 어데 냉면집에 들려서 어북장국이나 한 그릇 사 먹고 시간 되기를 기대려서 자동차에 올르리 생각하는 것이다. 짐이랄 것은 없지만은 적은 가방이 하나 있는 것을, 마침 아이들도 모두 잠이 들었으니 정거장까지 배웅내고 온다고 안해는 앞서서 빽을 들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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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하정소하(夏精小話) / 윤오영

내 봄을 사랑함은 꽃을 사랑하는 까닭이오. 겨울을 사랑함은 눈을 사랑하는 까닭이요, 가을을 사랑함은 맑은 바람을 사랑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봄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함은 실은 추운 겨울을 벗어난 기쁨이요, 맑은 바람을 사랑하고 가을을 사랑함은 뜨거운 여름에서 벗어난 기쁨이다. 만일 겨울의 추움과 여름의 뜨거움이 없었다면 봄과 가을이 그처럼 반갑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름은 오직 뜨거울 뿐이다. 그 무덥고 훈증하고 찌는 듯한 여름을 좋아할 사람은 적다. 그래서 여름은 모두 피하려 한다. 피서란 여기서 온 말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더위를 피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내가 여름에 여행을 하고 수석을 찾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피서를 위해서가 아니요 휴가를 이용했을 뿐이다. 더우면 더울수록 기쁨으로 참는다. ​ 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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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풀빛 원피스 / 조향미

예뻤다. 풀빛 원피스에 하얀 구두를 신고 단아하게 앉아있었다. 창가에 달린 햇살 한줌이 뽀얀 얼굴위에 발그스레한 연지처럼 모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철지난 해풍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미소를 머금으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처럼 부드럽고 우아하였다. 중학교 일학년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약속이 있음을 알렸다. 동생과 나는 그저 가족 나들이 인줄만 알았으나 언니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송도에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잘 꾸며진 이층 별실이었다. 그곳에 들어서자 미리 와 기다리던 그녀는 웃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본 여인의 반기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 왜 우리와 같이 밥을 먹는 건지. 아버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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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박라연 시인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동짓달에도 치자꽃이 피는 신방에서 신혼일기를 쓴다 없는 것이 많아 더욱 따뜻한 아랫목은 평강공주의 꽃밭 색색의 꽃씨를 모으던 흰 봉투 한 무더기 산동네의 맵찬 바람에 떨며 흩날리지만 봉할 수 없는 내용들이 밤이면 비에 젖어 울지만 이제 나는 산동네의 인정에 곱게 물든 한 그루 대추나무 밤마다 서로의 허물을 해진 사랑을 꿰맨다// ……가끔……전기가……나가도……좋았다……우리는……// 새벽녘 우리 낮은 창문가엔 달빛이 언 채로 걸려 있거나 별 두서넛이 다투어 빛나고 있었다 전등의 촉수를 더 낮추어도 좋았을 우리의 사랑방에서 꽃씨 봉지랑 청색 도포랑 한 땀 한 땀 땀흘려 깁고 있지만 우리 사랑 살아서 앞마당 대추나무에 뜨겁게 열리지만 장안의 앉은뱅이저울은 꿈쩍도 않는다 오직 혼수..

댓글 시詩 느낌 2021.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