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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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시정(視程)거리 / 정유순

물체의 형상을 인식하는 눈의 능력’을 시력(視力)이라고 하는데, 안과병원에서 안경을 쓰지 않고 검사한 결과 보통1.0 이상이면 시력이 좋다고 하고, 2.0이면 아주 좋다고 한다. 시력측정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몽골의 초원에 사는 유목민은 시력이 5.0정도 된다고 한다. 십리(약4Km)밖의 늑대를 육안으로 발견하여 가축에 대한 보호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시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을 들어 앞을 내다볼 때 볼 수 있는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시정(視程)이라고 하는데 이는 대기의 혼탁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가 개인 후 맑은 날에 ‘오늘의 시정거리는 얼마’라고 일기예보 때 발표하는 것을 가끔 본다. 아주 좋은 날에는 40Km이상 떨어진 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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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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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어머니의 능력 / 정유순

1950년대 중반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어느 사회심리학자는 전쟁증후군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한국의 젊은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비해 미국의 젊은이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현지 조사차 한국에 왔으나, 각종 학술자료와 문헌을 조사하여도 그 원인을 밝혀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여행이나 해 보려고 삼복더위에 자동차를 타고 포장이 안 된 신작로를 달리다 땀을 식힐 겸 그늘이 좋은 도로변에서 간식 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때 지열地熱에 의해 땅에서는 봄날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솟아나는 안개 속에 사람 같은 물체가 움직이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더 괴이한 것은 머리 위에는 자기 덩치만한 물건이 가득 찬 광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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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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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호위무사 / 황진숙

낮달이 이울자 그림자가 물러갔다. 호위하던 무사들이 하나둘 처소에 든다. 내걸린 문패도 알전구도 없는 칸막이 거처에 발걸음을 부린다. 길 위를 점령한 된바람이 따라 들어와 무사들을 사열한다. 양털에 뒤덮인 어그 부츠가 회상에 젖어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겨울, 눈 속을 뒹굴며 만끽했던 환희의 순간을 되새김질 중이다. 동면에 들었던 샌들이 슬며시 눈을 뜬다. 서늘한 기운이 달려들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라는 듯 몸을 웅크린다. 하루를 견뎌온 흔적들은 어둠을 타고 밀려온다. 접힌 시간으로 뒤축이 무너진 운동화는 뻣뻣한 힘을 놓아버린 지 오래다. 끈까지 풀어헤친 채 맥을 못 춘다. 쉰내 나도록 길을 누빈 구두는 연신 잠꼬대다. 돌부리에 걷어차인 비애로 꿈속을 헤매나 보다. 발가락의 자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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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백전백패 / 노정애

결혼 22년이 넘었다. 부부간의 전쟁을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승리한 이야기가 좋다고 했다. 진 기억만 있다고 했더니 시간 있으니 싸워서 이기고 쓰면 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승리는 무슨 비기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싸우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부전승(不戰勝)이 손자병법의 중심사상이라고 했던가. 여전히 나는 그의 상대가 못된다. 살면서 그가 이혼이라는 말을 꺼낸 적은 없다. 반면 나는 두 번 이혼이라는 말을 했다가 대패했다. 결혼 6년차가 되었을 즈음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시댁이 있었다. 시아주버님의 사업실패는 시댁 집이 채권자에게 넘어가고 다른 형제들에게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주는 등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편은 부도내고 해외로 도피중인 형에게 빚을 내서 계속 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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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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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장석주 시인

날아라 시간의 포충망에 붙잡힌 우울한 몽상이여 / 장석주 1/ 후생의 아이들이 이마를 빛내며/ 동과 서편 흩어지는 바람 속을 질주한다./ 짧은 겨울해 덧없이 지고/ 너무 오래된 이 세상 다시 저문다./ 인가 근처로 내려오는 죽음 몇 뿌리/ 소리없이 밤눈만 내려 쌓이고 있다.// 2/ 회양목 아래에서/ 칸나꽃 같은 여자들이 울고 있다./ 증발하는 구름같은 꿈의 모발,/ 어떤 손이 잡을 수 있나?// 3/ 밤이 오자 적막한 온천 마을/ 청과일 같은 달이 떴다./ 바람은 낮은 처마의 불빛을 흔들고/ 우리가 적막한 헤매임 끝에/ 문득 빈 수숫대처럼 어둠 속에 설 때/ 가을 산마다 골마다 만월의 달빛을 받고/ 하얗게 일어서는 야윈 물소리.// 4/ 어둠 속을 쥐떼가 달리고/ 공포에 떨며 집들이 긴장한다.// 하나..

댓글 시詩 느낌 2021. 6.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