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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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쑥 캐러 놀러와 / 노정애

딸아이와 그림 전시회를 관람한 후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부터미널 전철역 입구에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있었다. 몇 개의 소쿠리에 담긴 소박한 야채들 사이에 어린 쑥이 보였다. 2월 중순인데 벌써 나온 것이 반가워 한 소쿠리 사들었다. 다음날 아침상에 쑥국을 올렸다. 지난밤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지만 집안에는 봄기운을 담은 쑥향이 번졌다. 한 입 뜨자 입안에도 향이 가득 퍼졌다. 덜컥 그 선배님이 보고 싶었다. 국을 먹는데도 자꾸 목이 메었다. 내가 수필 쓰는 것을 배우겠다고 문화센터에 갔을 때 선배를 처음 만났다. 수수한 차림의 선한 인상의 그녀는 늘 바빠 보였다. 몇 해는 가벼운 이야기만 하면서 지냈다. 인문학이나 의학,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그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기도 했다. 결혼 전 간호사..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9.

2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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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여백의 생리 / 정한모

언제나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겁다. 운동장은 하나의 화폭(畵幅)이다. 그 많은 여백(餘白)의 미(美)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풍경화라고 생각한다. 여름에서부터 봄까지 계절을 따라 바뀌어가는 자연현상(自然現象)만으로도 이 한 폭 그림은 아름다운 변화가 있다. 눈에 덮인 겨울 아침, 그 깨끗한 이부자리 아래 포근한 잠을 이룰 새도 없이 부지런한 강아지들 같은 아이들은 뛰고 넘친다. 낙엽이 소리 내며 굴러가고, 비둘기들이 잠시 학생처럼 내려와 나래를 쉬고 가는 가을의 오후도 있고, 장마에 갇혀 바나의 표정을 닮은 지루한 날이 개이면, 구름 그늘이 늙은 소사의 청소비처럼 쓸고 지나가는 분주한 여름의 대낮도 있다. 낯익은 아이들이 이별의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고 깨달을 무렵이면, 운동장엔 이미 낯 설은, 그러나 ..

댓글 수필 읽기 2021. 6. 29.

29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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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정한모 시인

어머니 1 / 정한모 어머니/ 지금은 피골만이신/ 당신의 젖가슴/ 그러나 내가 물고 자란 젖꼭지만은/ 지금도 생명의 샘꼭지처럼/ 소담하고 눈부십니다// 어머니/ 내 한 뼘 손바닥 안에도 모자라는/ 당신의 앞가슴/ 그러나 나의 손자들의 가슴 모두 합쳐도/ 넓고 깊으신 당신의 가슴을/ 따를 수 없습니다// 어머니/ 새다리 같이 뼈만이신/ 당신의 두다리/ 그러나 팔십년 긴 역정/ 강철의 다리로 걸어오시고/ 아직도 우리집 기둥으로 튼튼히 서 계십니다./ 어머니!// 어머니 3 / 정한모 어머니가 가꾸시는/ 호박넝쿨이 뻗어나간다// 아침마다 아침마다/ 뼘 반쯤씩 쭉쭉 뻗어나간다// 아들의 장미밭/ 며느리의 일년초 꽃밭을 지나/ 어머니의 호박넝쿨이 뻗어나간다// 비껴서라 비껴서라/ 어머니의 생활이 뻗어나간다/ 어머..

댓글 시詩 느낌 2021.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