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2021년 07월

28

수필 읽기 작은 행복의 발견 / 김순경

- 정진권의 「비닐우산」을 읽고 - 전혀 낯설지가 않다. 정진권의 「비닐우산」은 읽는 내내 온기가 전해진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생활을 통해 서민들의 소소한 행복을 나타냈다. 난해하거나 현학적이지 않아 쉽게 읽힌다. 그렇다고 글이 가볍거나 헤픈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경험하고 보아왔던 일상적인 소재에서 출발하지만 갈수록 몰입하게 한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된 글이 점차 삶에 투영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비닐우산」을 읽다 보면 지나친 욕심이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오직 현실에 충실한 소시민의 모습이 떠오른다. 주제가 무겁거나 어렵지 않아 별도의 설명 없이도 오래도록 뒷맛이 남는다. 정진권(1935∼2019)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명지대학교 대학원..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8.

28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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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천양희 시인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든다는 걸.// 우리는 말했다 / 천양희 함께 있어도 거리를 지키는 벼가 있다/ 우짖음으로 자신을 지키는 새가 있다/ 울음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벌레가 있다/ 하루에 몇십만번 물결치는 파도가 있다/ 물살이 역류하는 개울이 있다/ 나무 위에 사는 나무가 있다/ 잎끝에 돌기를 가진..

댓글 시詩 느낌 2021. 7. 28.

27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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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살아있는 몸의 샘, 땀 / 김명인

언덕 아래로 마주 보이는 아파트 공장에서 인부 여남은 명이 열심히 철근을 자르거나 나르고 있다. 그 옆으로 거푸집을 조립하고 있는 서너 사람의 일꾼이 더 눈에 띈다. 커다란 쇠손으로 쉴새 없이 흙을 파내어, 줄지어 늘어선 덤프트럭의 짐칸을 금새 채워 버리는 굴삭기도 한 대 아련한 굉음을 내면서 시야에 들어선다. 지금은, 그늘에 서 있어도 하릴없이 땀샘이 솟구치는 뜨거운 여름 한 낮, 저들은 그야말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온 몸을 드러낸 채 저렇게 무아지경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들 굳이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야 비로소 연명하는 자들의 저 수고로운 삶을 최상의 인생살이라고 감히 주장할 것인가. 그럼에도 내게는 땀 흘리며 살아가는 저들의 일상이 신선하고 삽상(颯爽)하게 느껴진다. 땀방울의 무채색..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7.

27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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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득 코너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소설가 김훈˙ 김연수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소설가 김훈 망팔(望八)이 되니까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형뻘 되는 벗이 죽어서 장사를 치르느라고 화장장에 갔었다. 화장장 정문에서부터 영구차와 버스들이 밀려 있었다. 관이 전기 화로 속으로 내려가면 고인의 이름 밑에 '소각 중'이라는 문자등이 켜지고, 40분쯤 지나니까 '소각 완료', 또 10분쯤 지나니까 '냉각 중'이라는 글자가 켜졌다. 10년쯤 전에는 소각에서 냉각까지 100분 정도 걸렸는데, 이제는 50분으로 줄었다. 기술이 크게 진보했고, 의전을 관리하는 절차도 세련되다. '냉각 완료'되면 흰 뼛가루가 줄줄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서 나오는데, 성인 ..

댓글 습득 코너 2021. 7. 27.

27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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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문태준 시인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댓글 시詩 느낌 2021. 7. 27.

26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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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구멍, 늧을 읽다 / 김원순

떨켜가 드디어 잎자루의 물구멍을 닫아버렸다. 체념한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별리의 가을이 못내 아쉬워 흘리는 나무의 눈물이다. 열정의 구멍이 스르르 닫혀버린 내 몸에서 떨어진 잎들이 생의 겨울이 올까 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지, 도전, 끈기, 인내, 용기, 목표 그리고 믿음의 잎들. 결기의 겨울을 건너기 위해 잎자루를 야멸치게 내치는 수문장, 떨켜. 떨켜가 수문의 기척을 낼 때까지 봄은 준산빙벽을 오르내리며 오기와 극기로 심신을 단련시킨다. 눈 속의 노란 복수초와 매화의 안위를 살피는 눈, 동장군보다 매서운 봄이다. 내 열정의 구멍마다 풍구를 돌려보지만 기척도 않는다. 구멍이 한 생명을 키우거나 버린다는 것을 생의 구멍을 진중히 여닫아본 사람만이 안다. 다람쥐, 청설모도 겨울을 건너기 위해 나뭇구멍..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6.

26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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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적敵 / 배혜경

반가운 얼굴이 화면 가득하다. 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는 실학자 풍석 서유구가 쓴 음식요리 백과사전이다. 총 7권 4책, 12만 자가 넘는 책으로 ‘정조鼎俎’는 솥과 도마를 뜻한다. 어릴 때부터 서유구는 어머니에게 손수 감저죽을 쑤어 드렸다고 한다. 활시위를 팽팽히 당긴 듯한 눈초리로 쌓아둔 자료를 읽는 작가 김훈. 이후의 작품이 기대된다.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다양한 음식 중 ‘전립투氈笠套’가 인상적이다. 당시 집집마다 있었다는 전립투는 요리도구이자 음식 이름이다. 조선 시대 군복에 쓴 전립이라는 벙거지 모양을 본떠 무쇠나 곱돌로 만든 전골 요리용 커다란 식기로 양편에 고리 모양의 손잡이를 달아 들기에 편하게 만들어졌다. 먹고 사는 생활의 엄중함에 자연스레 속해 있는 전투모가 오래전 읽은 그의 소설..

댓글 수필 읽기 2021. 7. 26.

26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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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최하림 시인

독신의 아침 / 최하림 안개 속으로 부드러운/ 가지를 드러내는 버드나무들이/ 바람의 방향 따라 흔들리는 걸/ 보며 나는 옥수수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마루를 닦기 시작한다/ 책들을 치우고 의자를 옮기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구석구석/ 물걸레질하다 보면 현관으로는/ 햇빛이 들어와 물살처럼 고이고/ 바람이 산 밑으로 쓸리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로/ 철새들이 말하며 가는 것을 본다/ 순간 나는 몸이 달아오르는 걸 느낀다/ 오늘 같은 날은, 나를 상자 속에 가두어/ 두고 그리운 것들이 모두 집 밖에 있다.// 봄 / 최하림 영화 20도를 오르내리는 날 아침/ 하두 추워서 갑자기 큰 소리로/ 하느님 정말 이러시깁니까 외쳤더니/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은 공기 조각들이/ 부서져 슬픈 소리로 울었다/ 밤엔 눈이..

댓글 시詩 느낌 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