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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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감히 도전장을… / 손금희

폐지 더미에 섞여있기에는 참 고운 책이다. 들고 갔던 신문뭉치를 옆에 놓아두고 폐지 위에 놓여 있는 동화책 한 권을 주워 이리저리 살펴본다. 누군가가 금방 내려놓고 간 모양이다. 찢어지거나 낙서가 남겨진 것도 아니고 그림도 큼직하고 표지가 무척 고급스러워 보인다. 속지를 들여다보니 활자가 크고 선명하며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어린이들이 보기에 편리하게 만들어진 창작 동화책이다. ‘누가 내려놓고 갔을까,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새 책을…….’ 아깝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주변에 돌려 볼 어린아이가 없다. 슬며시 자리를 옮겨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려놓고 발길을 돌린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네 살 많은 오빠가 처음으로 동화책을 두 권 사 주었다. 음악 감상과 책 읽기를 좋아하던 오빠는 아마도 어..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

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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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어떤 동거 / 손금희

며칠 전 이웃으로 지내던 지인이 돌로 만든 호랑이 한 마리를 안고 찾아왔다. 낡은 집을 헐고 집을 짓는 일터에서 집주인이 두고 간 것이라 하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 어머니 혼자 시골에 가신 것을 아시고는 아파트보다 시골농장에 어울릴 것 같아 챙겨 왔다고 하였다. 주말이 되어서야 남편의 품에 안겨 들어서는 것을 어머니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남편은 지킴이 호랑이 데려왔다고 농을 하며 마당에 놓았다. 호랑이의 매서운 눈매와 날카로운 이빨이 예사롭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몸의 얼룩무늬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하였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다리의 근육과 힘줄은 금방이라도 먹이를 낚아챌 것 같아 보였다. 당신의 천국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지 어머니는 어느새 다가가 달래 듯 어루만지고 있었다. 지금에야 병약한 어머니..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

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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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느낌 아니까 / 손금희

느낌 잘 안다고 한다. TV속 예쁜 개그우먼은 극중 배우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날라리 여고생 역할을 할 수 있냐고 묻는 메니저에게 잘 할 수 있다고 하였다. 1년 놀아보아서 그 느낌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맥주에 머리감아도 되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예쁜 개그우먼의 내숭 없는 대답에 TV를 보다 박장대소를 하였다. 요즘 소녀들이 맥주에 머리 감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30년도 더 지난 그때는 그랬다. 염색약이 흔치않아 아버지께서 전날 마시다 남겨놓은 맥주에 머리를 감으면 노랗게 맥주 색처럼 물이 든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참말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학교생활에 잘 즉응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쉬는 시간 교실 뒤편에 모여서 했던 말이..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

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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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눈길 / 김선화

길은 희망의 끈이다. 무한한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앞길 저만치에는 신비의 요체가 기다릴 것만 같다. 그래서 가다가 멈추어서면 그 다음 길에 대한 궁금증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대로에서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어쩌다 소로(小路)에 들어서면 그 길의 방향이 어디로 났는지, 혹은 어느 마을과 이어지는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인다. 그럴 때면 되돌아올까 하다가도 유혹을 떨치지 못해 더 나아갈 때가 있다. 그렇게 가닿은 곳이 매우 신선하여 희열에 차기도 하지만, 어느 시골집 마당이거나 도시의 철제대문이거나 할 때의 막막했던 기억도 몇 번 있다. 딛고 다니는 길에도 인연이 있다. 같은 곳을 여러 번 갈 때가 있는데, 태백산기행이 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오래 전 처음 찾아간 곳은 경북 봉화군에 속해있는 한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

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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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허리하학에 관하여 / 구활

'오우가’ ‘어부사시사’로 널리 알려진 고산 윤선도도 나이 쉰 살 무렵에 성폭행 소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고산은 결국 이 일로 반대 세력인 서인의 모함으로 경북 영덕으로 귀양을 갔다가 1년 만에 겨우 풀려났다. 그러니까 남자의 허리하학에 관한 일은 로맨스와 스캔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은 요물이다. 그것이 관대하게 처리될 때도 있지만 잘못 걸리면 관직박탈 귀양 등 정치생명이 끝장나는 수가 흔히 있다. 조선 인조 11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났다. 청 태종이 직접 나선 전쟁은 조선의 완패로 쉽게 결론 나버렸다. 해남에 머물고 있던 고산은 노비 수백 명을 무장시켜 배를 타고 강화도로 향했다. 항해 도중 강화도가 함락되었단 패전 소식을 들은 고산은 뱃머리를 남으로 돌렸다. 강화도 부근..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

01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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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박준 시인

가족의 휴일 / 박준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마당에서 밀린 신문을 읽었고/ 나는 방에 틀어박혀/ 종로에나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날은 찌고 오후가 되자/ 어머니는 어디서/ 애호박을 가져와 썰었다/ 아버지를 따라나선/ 마을버스 차고지에는/ 내 신발처럼 닳은 물웅덩이/ 나는 기름띠로/ 비문(非文)을 적으며 놀다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동생 / 박준 오른쪽으로 세 번 왼쪽으로 세 번 탕탕탕 뛰어 귓속의 강물을 빼내지 않으면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가, 밤에 소변보러 갈 때마다 강가로 불러낸다고 했습니다 입 속은 껍질이 벗겨진 은사시나무 아래에서도 더러웠고요 먼 산들도 귀울림을 앓습니다// 강에 일곱이 모여 가서 여섯이나 다섯으로 돌..

댓글 시詩 느낌 2021.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