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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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엇박자노래 / 임미옥

2014 동양일보 신춘문예 당선 따당~땅, 따당~땅, 왼손으로는 건반을 타건하며 오른손은 햄머로 조율 핀을 조여 간다. 혼을 모아 공중에 흩어지는 맥놀이들을 잡아 동음 시킨 뒤, 현들을 표준 음고에 맞춘다. 엇박자로 두들겨 생기는 맥놀이들, 기억저편서 들려오는 아련한 노래 소리들과 겹쳐진다. 들린다…. 그리운 가락들이 들려온다. 아! 오래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부르시던 엇박자 가락들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몸이 아파 어머니가 몹시 그리운 날은 더욱 선명하게 들리던 소리들이다. 영혼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그윽하고 정겨운 가락들,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던 소리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조율하던 손을 멈추었다. 어머니 손바닥처럼 뻣뻣하고 거칠거칠한 현들을 쓰다듬었다. 현이 파르르 떤다. 두들겨 맞고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5.

0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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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뜨개질 / 한경희

201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의자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했다. 먼지가 햇빛의 그물망에 갇혀 온 방을 떠다닌다. 내 유년의 엄마가 햇빛 드는 창가 쪽에 앉아 뜨개질을 할 때도 그랬다. 먼지는 엄마 손끝에서 머리까지 이리저리 부유했다. 엄마는 해가 떨어질 때가 돼서야 숙인 고개를 들었다. 뜨개질을 멈추면 엄마 주변에 갇혀있던 먼지도 풀려났다. 책상 후미진 곳에 쌓인 먼지가 보인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데로 무늬가 새겨진다. 그 무늬에는 어떤 과거가 갇혔을까. 밤사이 풀려난 먼지는 내 낙서 위에 고요로 덮였다. 그는 목이 유난히 길고 추워 보였다. 나에게 여섯 살 때 헤어진 엄마 이야기를 했다. 내 손으로 감쌀 수 없는 그의 목에 꼭 맞는 목도리를 뜨기로 했다. 내가 뜬 목도리가 그의 목을 데워줄 생각을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5.

0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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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아이가 내민 작은 손 / 백금종

진흙 속에 진주가 있듯 우리 사회에서도 진주 같은 보배들이 있다. 그 보배들은 금은이 아니요, 고가 귀중품도 아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고 있는 백지처럼 깨끗한 아이들 일 수 있다. 시내에 볼일이 있었다. 자전거로 가기 위해 거치대로 갔다. 많은 자전거가 거치대를 꽉 메우고 있었다. 내 자전거 옆에는 서너 살의 아이가 탈법한 꼬마 자전거도 메어 있었다. 한 손으로는 그 꼬마 자전거를 밀치고 다른 한 손으로 내 자전거를 꺼내려 하니 이리저리 걸려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내 자전거를 이리 틀고 저리 비끼면서 거의 다 빼내는 순간이었다. 어느 조그마한 손이 재빨리 꼬마 자전거를 붙들어주었다. 그 덕분에 내 자전거를 수월하게 빼낼 수 있었다. 자전거를 빼내고 돌아보니 그 주인공은 조그마한 어린아이였다...

댓글 수필 읽기 2021. 7. 5.

0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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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백로 떠나다 / 백금종

전주 서남쪽 모퉁이에는 푸른 산이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백로들이 날아와 터를 잡고 살았다. 나는 가끔 이곳을 지날 때면 떼거리로 앉아 끼룩끼룩 소리 지르고 날개를 펄럭이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넋을 놓았다. 가까이에서 보면 분명 커다란 새이지만 멀리서 보면 내 유년 시절 파란 잎 위에 몽글몽글 핀 목화송이처럼 고왔다. 또 다른 때는 겨울철 소나무 위에 소복이 내렸던 눈이 녹아내리고 조금씩 남아있는 잔설처럼 아련하기도 했다. 어쩌다 목을 길게 내밀고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을 날 때 그 기세란 가히 주변을 나는 다른 새들을 압도하는 공포의 몸짓이었다. 때로는 멈춘 듯 정지된 상태로, 때로는 벼락 치듯 요동치는 몸놀림은 정중동 자연의 순리에 딱 맞는 새인 듯했다. 목 줄기 따라 흘러내린 유려..

댓글 수필 읽기 2021. 7. 5.

0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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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혜순 시인

지평선 /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 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낮과 검은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자서(自序) / 김혜순 시는 말씀이 아니다. 말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장르는 운명이다./ 나는 시라는 장르적 특성 안에 편안히 안주한 시들은 싫..

댓글 시詩 느낌 2021.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