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2021년 07월

13

13 2021년 07월

13

수필 읽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김국자

점심을 먹고 오수(午睡)를 즐기다 맑은 새소리에 정신이 들어 창밖을 보니 겨울 햇살이 반짝이고 있다. 나는 숄을 두르고 뜰로 나선다. 싸늘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깃털이 하얀 새가 옆집 나무숲을 들락거리며 바쁜 날갯짓을 하다가 쏜살같이 앞집 정원으로 숨어버린다. 어찌나 잽싼 동작인지 잠에서 깬 내 눈으로는 쫓아가기조차 힘들다. 조금 전 무슨 꿈을 꾸었는지 생각이 아득해진다. 어딘지 먼 곳을 다녀 온 것 같기도 하고 꽃이 핀 들판을 헤매다 온 것 같기도 하고……. 뜰은 비참하리만큼 얼어붙어 있다. 모든 생명이 언 땅 속으로 숨어 버렸다. 할미꽃 순의 흰솜털만 흙 속에 묻혀 조금 보인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던 도라지, 매발톱은 흔적조차 없이 땅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그리며 지난 여름..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3.

13 2021년 07월

13

시詩 느낌 이용악 시인

낡은 집 /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줄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 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실이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 지 오랜/ 외양간에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털보네 간 곳은 아무도 모른다.// 찻길이 놓이기 전/ 노루 멧돼지 족제비 이런 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 놓고 뛰어다니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 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 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라도 불었으면 팔아나 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 밤/ 저릎등이 ..

댓글 시詩 느낌 2021. 7. 13.

13 2021년 07월

13

수필 읽기 잡초를 뽑으면서 / 최규풍

두 달 보름 동안 봄 가뭄이 심하다. 그런데도 잡초는 끄떡하지 않는다. 가뭄을 타기는커녕 더 억세어졌다. 오늘 쪽파 밭에 무수히 돋아난 잡초가 한눈을 판 사이에 무성하여 뽑았다. 톱칼로 뿌리를 베고 쪽파는 다치지 않게 손으로 사이사이에 파고 든 잡초를 뽑았다. 잡초의 뿌리가 파의 뿌리를 휘감고 거름을 빼앗아 먹고 있다. 쪽파는 힘도 못 펴고 핼쑥하다. 머지않아 쪽파가 잡초한테 파묻힐 지경인데 오만하고 기세등등하던 잡초를 뽑아버리니 마치 복통을 일으키던 뱃속의 회충이 없어진 것처럼 내 마음조차 개운하다. 좀 일찍 뽑아주지 않은 것을 쪽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였다. 잡풀에 가려 겨우 숨을 쉬는 쪽파가 주인을 향해 나무라는 것 같다.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가물고 덥고 미세먼지도 많..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3.

13 2021년 07월

13

수필 읽기 봄날은 간다 / 최규풍

가수 백설희 선생이 부른 노래 ‘봄날은 간다.’를 애창한다.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마단조 블루스 곡이 애절한 가사와 흐느끼는 듯 슬픈 곡조가 서로 어울려서 눈물겨운 노래가 되었다. 봄바람은 참 변덕스럽다. 어루만지듯이 살랑대다가도 어느 순간에 북풍이 되어 살을 파고들기도 한다. 살랑대며 낯을 간질이듯이 불 때에는 외로운 처녀 총각의 가슴이 두근거리게 불을 지핀다. 방안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지를 못하게 유혹하여 밖으로 끌어낸다. 더구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처녀를 보고도 목석이 아닌 이상 어찌 설레지 않을까? 가슴이 뜨거워지고..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