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21년 07월

14

14 2021년 07월

14

습득 코너 권귀를 비웃다 / 성여학

번역문과 원문 푸른 등라 우거진 곳 밤은 깊었는데 한번 누워 보니 홀가분하여 온갖 생각 사라지네 멀리 산굴에 구름 피어나 다시 달을 가리고 작은 시내에 조수 가득 차 다리가 잠기려 하네 몸에는 벼슬이 없으니 가난해도 오히려 즐겁고 흉중에는 시서(詩書)가 있으니 비천해도 또 교만하다 서글퍼라 새벽이 찾아온 우물에는 벽오동에 서린 가을 기운이 또 쓸쓸하겠지 綠蘿深處夜迢迢 녹라심처야초초 一枕翛然萬慮銷 일침소연만려소 遠岫雲生還掩月 원수운생환엄월 小溪潮滿欲沈橋 소계조만욕침교 身無簪組貧猶樂 신무잠조빈유락 腹有詩書賤亦驕 복유시서천역교 怊悵曉來金井畔 초창효래금정반 碧梧秋氣又蕭蕭 벽오추기우소소 - 성여학(成汝學, 1557~?), 『학천집(鶴泉集)』 2권, 「권귀(權貴)를 비웃다 - 당시 이이첨이 공의 시를 보고자 하였는..

댓글 습득 코너 2021. 7. 14.

14 2021년 07월

14

수필 읽기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 안도현

1 소싯적에 나는 외갓집 툇마루 끝에 앉아 혼자서 시간 보내는 걸 아주 좋아했다. 그 마루 끝에 오래도록 앉아 있으면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들이 다 떠오르곤 하였다. 굼벵이는 왜 썩은 초가지붕 속에 웅크리고 사는지, 매미는 왜 떼를 쓰는 아이처럼 울어대는지, 장마철 산에 나는 버섯은 왜 무서운 독이 들어 있는 것일수록 화려한 빛깔을 띠는지, 단풍은 왜 산꼭대기부터 붉은 물을 들이면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지, 속이 벌어진 석류를 볼 때마다 왜 옆집 누나가 화들짝 웃을 때의 잇몸이 겹쳐지는지,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재미난 생각들이 꼬리에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동무들하고 어울려 노는 대신에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듣는 것도 싫지 않았다. 빗물이 마당에 크고 작은 왕관 모..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4.

14 2021년 07월

14

수필 읽기 닭 다섯 마리 / 허세욱

박군이 뜻밖에 내 연구실을 찾아왔다. 그는 두 자쯤 길이의 포장된 액자를 들곤 꺼벙하게 서서 멀뚱멀뚱 껌벅이는 모양이 비 맞은 장닭이었다. 내 앞으로 다가와선 “선생님!” 하고 부를 뿐 좀처럼 말문을 열지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다. 내일이 스승의 날인지라 대강 짐작이 갔지만, 엄청 숫기가 없어 보이기에 내가 먼저 웃으면서 “그게 무어니?” 말을 걸었다. 박군은 과연 힘을 얻은 듯 “아버님께서 선생님께 갖다드리라 해서요.” 수줍어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인데?” 이번엔 내가 다그쳤다. 그는 무언지 중얼거리며 액자의 포장을 풀었다. 웬걸! 영롱한 자개로 정교하게 장식한 그림, 벼슬을 꼿꼿하게 세운 장닭이 거드름을 피우며 섰고, 그 뒤로 장닭에 기대여 다소곳이 암탉, 그리고 그 옆으로 옹기종기 놀고 있는 병아..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4.

14 2021년 07월

14

시詩 느낌 안도현 시인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 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

댓글 시詩 느낌 2021. 7.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