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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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영안실의 멜로디 / 주철환

친구들 만나는 곳도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못 찾겠다 꾀꼬리’ 외치던 동네 꼬마들은 지금 종적이 묘연하다. 나도 떠났고 그들도 더 이상 날 찾지 않기 때문이다. 이따금 동심은 동네가 그립다. “얘들아 뭐하니 죽었니 살았니?”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 그들도 거기 남아 있지 않다. 운수 좋은 친구들 일부만 아직도 일을 한다. 어쩌다 만나면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이다(부러워 죽겠다는 시선이 미안한 거겠지). 일이 없는 친구들은 외로워 죽겠다고 엄살을 피운다. 심심할 때마다 ‘까옥 까옥’ 하며 주머니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다정했던 사람이여 나를 잊었나”로 시작하는 노래(여진 작사·작곡 ‘그리움만 쌓이네’)가 밴드의 주제곡으로 제격이다.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친구들을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5.

1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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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부고(訃告) / 최호

찢어진 바람이 휘파람을 분다. 죽음을 알리는 소리다. 무거운 소식인데 빠르게 날아온다. 이번 부고는 뜻밖이다. 「대전고등학교 동문 김○○ 심장마비로 사망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휴대전화 메시지로 소식을 접하고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탓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르는 이름인데. 칠백 명이 넘는 동기들을 어떻게 다 기억하냐.” 물어물어 알아낸 건 죽은 동기와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것 외에 공유할 기록이 없다. 딱히 모른 체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얼굴조차 기억에 없는 동기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난감했다. 얼마의 틈에서 고민했다. 소식을 자주 나누는 친구들과 연락 끝에 30여년 만에 동창들 얼굴이나 보자는 명목으로 문상에 나섰다. 사람은 만나는 것보다 헤어지는 걸 잘해야 한다. 헤..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5.

15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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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이하석 시인

신천 / 이하석 비슬산의/ 숭엄과 신화의 바위가/ 검은 속 왈칵왈칵 쏟아내어/ 질펀한 서사를 이룬 것입니다.// 그 물 대구시내 들어오는/ 가창 끝머리쯤에서/ 맑은 죽음들 품어 쓰다듬는 할머니가 떠먹고,/ 한바탕, 서러운 술을 깨우는 것입니다.// 그렇지, 그 깨움을 들고서야 겨우,/ 어미 강이 되는 것입니다./ 수달이든 왜가리든 고라니든 인간이든/ 선 것들 입에 젖 물린 채/ 마구 불어나는 것입니다.// 그 죽은 이들의 자식들 여전히 여기서 자라기에/ 대구분지는 그렇게 문득 또, 환하게/ 젖는 것입니다./ 한바탕, 새로 저항해야,/ 깨어나는 것입니다.// 신천 / 이하석 미아처럼 헤매던 나사 굴러 와 붉은 얼굴로/ 자갈 틈 비집고 든다, 여뀌덤불 밑/ 피라미 아가미 때리며, 젖은 흙 걷어차며,/ 해일 ..

댓글 시詩 느낌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