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021년 07월

16

16 2021년 07월

16

수필 읽기 행복한 유배 / 김규련

쨍그렁 쨍그렁! 외양간의 소 요령 소리에 잠이 깨었다. 먼 데서 새벽 정적을 깨고 닭들이 홰를 치며 운다. 지창을 열고 뜨락에 나가 괜히 우물가를 서성거려 본다. 돌담 사이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미물들이 물레를 잣듯 찔찔 거리며 긴 밤을 지새우고 있다. 밤새 떨어져 나가 앉은 성좌는 아직도 못다 한 구원의 밀어를 아쉽게 속삭이고 있다. 여기는 추풍령에서 동남으로 40리, 백화산 들목에 자리한 한적한 산골이다. 며칠 전 일자리가 바뀌어 대구에서 이 생소한 고을로 찾아들었다. 농가에서 첫 밤을 새우고 맞는 이 새벽에, 나는 왜 부질없이 어지러운 상념으로 별을 보고 섰을까. 방으로 돌아와 책상머리에 조용히 눈을 감고 앉는다. 또 하나의 삶의 건널목을 넘어서면서, 새 삶의 여로를 가만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착..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6.

16 2021년 07월

16

수필 읽기 화전민의 한 소녀 / 김규련

주인 없는 빈집 뜰에도 봄은 와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한창이다. 무너진 장독대 돌틈 사이에는 두어 송이 민들레며 채송화도 무심히 피어 있다. 집이라고는 하지만 본시 어느 가난한 화전민이 살던 곳이라 울도 담도 없다. 이엉은 비바람에 삭아 내려앉고, 문이 떨어져 나간 빈방은 짐승이 살고 있는 동굴같이 그늘진 아궁이를 벌리고 있다. 그 퇴락됨이 그지없는 빈집 뜰에 한 소녀가 외롭게 돌멩이를 만지며 놀고 있다. 나는 묘한 느낌이 들어 바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녀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태백산 준령이 동남으로 치닫는 산허리 깊숙한 산골 화전민 마을이다. 집들은 서로 산비탈에 흩어져 있고 인적도 드문 곳이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힐끗 보고선 수줍은 듯이 손을 털며 일어서는 그 소녀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 ..

댓글 수필 읽기 2021. 7. 16.

16 2021년 07월

16

시詩 느낌 오장환 시인

월향구천곡(月香九天曲) -슬픈 이야기 / 오장환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손을 적신다./ 향(香)내가 난다.// 점잖은 사람 여러이 보이인 중(中)에 여럿은 웃고 떠드나/ 기녀(妓女)는 호올로/ 옛 사나이와 흡사한 모습을 찾고 있었다.// 점잖은 손들의 전(傳)하여 오는 풍습(風習)엔/ 계집의 손목을 만져주는 것,/ 기녀(妓女)는 푸른 얼굴 근심이 가득하도다./ 하─얗게 훈기는 냄새/ 분 냄새를 지니었도다.// 옛이야기 모양 거짓말을 잘하는 계집/ 너는 사슴처럼 차디찬 슬픔을 지니었구나.// 한나절 태극선(太極扇) 부치며/ 슬픈 노래, 너는 부른다/ 좁은 버선 맵시 단정히 앉아/ 무던히도 총총한 하루하루/ 옛 기억의 엷은 입술엔/ 포도(葡萄) 물이 젖어 있고나.// 물고기와 같은 입 하고/ 슬픈 노래, 너..

댓글 시詩 느낌 2021.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