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2021년 08월

31

수필 읽기 아기의 노래 / 오길순

아기의 노래는 봄 강물처럼 낭랑했다. 얼음 같은 긴장도 녹일 듯한 힘이 있었다. '랄라! 랄라! 랄라! 랄라!’ 부르다가 ‘하하하하’ 마무리 지을 때는 단풍나무 잎 새를 바삐 날아다니는 산새들의 웃음처럼 경쾌하게 들렸다. 음악가인 외할머니 유전자를 받았을까? 시를 쓰는 친할머니 감성을 이었을까? 아직 말도 못하면서 다양한 손짓으로 흥을 돋우는 두 돌아기의 재롱에 잠시 코비드19의 불안도 잊혀졌다. “어머니! 아기가 지은 노래예요. 신나면 이렇게 랄라랄라 하면서 잘도 불러요.” 며느리가 보내온 합창동영상이 보기 좋았다. 아기 따라 함께 노래하는 가족들의 합창이 행복의 언어 같았다. 입추가 지나도록 세상과 격리되다시피 지내고도 저토록 웃음꽃 가득한 모습이 그저 고마웠다. 긴 고립의 시간을 노래와 웃음으로 견..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1.

31 2021년 08월

31

수필 읽기 상고대의 진실 / 오길순

양평을 통과할 때는 상고대도 작별을 고했다. 원주를 지날 때까지 그토록 아름답던 산맥도 앙상해졌다. 알알이 튕겨 나올 듯, 수정처럼 투명하던 고드름도, 신선들이 몰려나와 노래 부를 것 같은 신선도도, 상고대와 함께 녹아버렸다. 거대 빙하도 한 순간에 사라진다더니 정동진부터 빛나던 상고대산맥은 허상에 불과했다. 달빛매화신선도처럼 신비롭던 태백산맥 그림이 꿈결처럼 지워져버렸다. 도 그러하리라. 갑옷 같은 공작새깃털을 털어내면 갈가마귀의 본 모습이 나올 것이다. 이카루스 날개처럼 드러날 민낯, 만고에 변하지 않을 본모습일 것이다. 구약성서 의 주인공 욥은 ‘그 추잡한 죄를 짓고도 어떻게 하늘의 심판을 받지 않으랴!’ 외쳤다. 그렇다. 상고대가 녹으니 나목만 남았다. 태양처럼 영원히 빛날 표절의 진실일 것이다...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1.

31 2021년 08월

31

수필 읽기 아스클레피우스 / 오길순

2020년, 의료진의 숱한 인류애를 보았다. 날마다 훈장을 올리고 싶은 마음 조촐한 시로 적어보았다. 훗날 그들의 이타심이 역사의 거울에 영롱한 별처럼 비추일 것이다. 아들은 본디 책임감이 강했다. 이방인 가장에게 역병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기댈 곳 없는 어깨가 얼마나 황당할지 어미는 애만 태웠다. 지혜로운 며느리와 돌돌 뭉쳐 살아낸 지난 날, 아름다워 보이다가도 때로 눈물겨운 날도 있었다. 몇 년 전, 며느리와 아기가 귀국했었다. 제 남편 학업에 방해될까, 갓 태어난 아기를 데리고 피난 온 셈이다. 돌아가던 날, 공항에서 겪었을 일은 늘 마음 아리다. 짐까지 늘어난 귀가 길에서 제 남편이 공항에 없을 때의 당황이란. 마중을 나오던 아들이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고장으로 긴급사태가 되었나 보았다. 텅 빈 공..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1.

31 2021년 08월

31

시詩 느낌 박용래 시인

고향 / 박용래 눌더러 물어볼까 나는 슬프냐 장닭 꼬리 날리는 하얀 바람 봄길 여기사 扶餘, 故鄕이란다 나는 정말 슬프냐// 울타리 밖 / 박용래 머리가 마늘쪽같이 생긴 고향의 소녀와/ 한여름을 알몸으로 사는 고향의 소년과/ 같이 낯이 설어도 사랑스러운 들길이 있다.// 그 길에 아지랑이가 피듯 태양이 타듯/ 제비가 날 듯 길들 따라 물이 흐르듯 그렇게/ 그렇게// 천연天然히// 울타리 밖에도 화초를 심는 마을이 있다/ 오래오래 잔광殘光이 눈부신 마을이 있다/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 있다// 울안 / 박용래 탱자울에 스치는 새떼/ 기왓골에 마른 풀/ 놋대야의 진눈깨비/ 일찍 횃대에 오른 레그호온/ 이웃집 아이 불러들이는 소리/ 해 지기 전 불 켠 울안.// 밭머리에 서서 / 박용래 노랗게 속 ..

댓글 시詩 느낌 2021. 8. 31.

30 2021년 08월

30

수필 읽기 볼펜은 또 어디로 갔을까 / 박영화

‘펜을 어디에 두었지? 좀 전까지 여기 놓여 있던 이면지는 왜 안 보이는 걸까?’ 하루가 달라졌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기도 전에 컴퓨터 앞에 앉는다.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볼 일 급한 강아지처럼 동동거리며 책상으로 돌아온다. 잠자리에 들기 전, 늘어져 가는 양 볼에 바르던 안티에이징 크림조차 건너뛰고 침대에 오른다. 어젯밤 읽다 만 책을 펴고 펜을 찾는다. 요즈음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남의 글을 읽는다. 어떤 이는 굳어버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누군가는 눌러 두었던 창작에의 소망에 다다르려 페이지를 채울 것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글이라는 것을 쓰는가. 그다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이야기를. 문학을 일상으로 끌어당긴 후 하루가, 일주일이 그리..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0.

30 2021년 08월

30

수필 읽기 뱀 머리냐, 용꼬리냐 / 박영화

“치의학을 공부하고 싶어요.” 대학 전공 선택을 앞둔 큰딸이 미래에 대한 속내를 풀어냈다. ‘의대를 지원하겠다니, 그것도 치대를.’ 그야말로 시애틀 한복판에서 디스코를 출 일이었다. 부모로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맨 처음 미국으로 이주를 고민했을 때, 중학교 1학년인 큰딸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다. 갖은 경우의 수를 저울질하며 망설이다 결심한 건 그때 힘겨워했던 딸애 때문이었다. 중간고사 일정이 나온 후부터, 아이는 엄마가 참견하지 않아도 책상 앞에 붙여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였다. 기껏해야 서너 시간 잠을 자면서도 눈꺼풀을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엄마, 나는 왜 이렇게 잠이 많아? 밤새워야 하는데 자꾸 졸리기만 하고.” 몇 날을 잠을 설치더니 급기야 시커먼 코피가 흘러내렸고 수업 중 기절하..

댓글 수필 읽기 2021. 8. 30.

30 2021년 08월

30

시詩 느낌 성찬경 시인

나의 집 / 성찬경 呪文 찍힌 잡동사니가/ 탑처럼 쌓이는 유기질 동굴./ 드러누우면/ 북통만한 방이 슬그머니 늘어나/ 팔 다리 뻗을 자리가 열리고/ 내가 찾는 개미 句節이/ 먼지 덮힌 책 갈피에서 기어나오고/ 구불구불 굴절하는 틈서리로/ 달빛이 스민다./ 빗방울이 천정에 海圖를 그리고/ 어린 것들은/ 유년의 마술로 기적 소리를 내며/ 책상 다리 사이로 만국 유람을 한다./ 별구경이나 할까./ 한밤중에 뜰에 나서면/ 나의 外皮인 식물들이 독 바람 속에서도/ 말 없이 푸른 호흡을 하고 있다./ 다행히 가난이 나의 편을 들어주어/ 집이 좁아질수록/ 깊이 뻗는 뿌리.// 나의 별아 / 성찬경 나의 별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 내가 아무리 찾아도 나타나지 않는/ 나의 별아./ 너 지금 어디에 있니?// 나의..

댓글 시詩 느낌 2021. 8. 30.

28 2021년 08월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