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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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마지막 편지 / 장석창

2019년 한미수필문학상 장려 노인은 말이 없으셨다. 무언가 말을 하려고 애를 쓰시는 것 같았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왠지 낯익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노인이 꼬깃꼬깃 접은 약포지를 내미셨다. 그 약포지에는 ‘부산 탑 클리닉’이라는 병원명과 내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제야 나는 그 노인이 누구인지 생각이 났다. 6개월 전에 지리산 강청 마을에서 만났던 할아버지였다. 개원 1년 차. 의약분업이 시작되어 의료계가 어수선하던 2000년 가을이었다. 소아과를 개원하고 계시던 선배 의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장 원장, 11월 초 주말에 1박2일로 지리산 강청 마을로 의료봉사를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예. 좋아요.” 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이제 막 개원하여 하루하루..

댓글 수필 읽기 2021. 9. 2.

02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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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규동 시인

느릅나무에게 / 김규동 나무/ 너 느릅나무/ 50년 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있느냐/ 아름드리로 자라/ 희멀건 하늘 떠받들고 있느냐/ 8ㆍ15 때 소련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 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 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만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 전에 못 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죽여주옵소서 / 김규동 놀다보니 다 가버렸어/..

댓글 시詩 느낌 2021.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