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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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붕자골 / 주인석

수필가 주인석의 실험수필 3 만일 골짜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산을 무엇이라 불렀을 것 같소? 한 덩어리가 되어 팽팽하게 솟구친 땅을 두고도 우리는 산이라 불렀겠소? ‘산’이라는 낱말의 탄생은 ‘골’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르오. 나는 골짜기의 고통이 아름다운 산을 만들었다 생각하오. 우리의 삶도 굴곡이 있을 때, 더 인간답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오. 울산의 송정과 대송 그리고 평동은 산으로 둘러싸인 삼형제 마을이라 하오. 이 마을 산신령은 자부심이 대단했소. 커다란 산을 지킨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산짐승들의 충성심이 더 큰 이유였소. 많은 짐승들은 앞을 다투어 산신령에게 좋은 선물을 했소. 그런데 우리 참새족속들은 신령님께 한 번도 선물을 하지 못했소. 나는 다리도 짧고 입도 작아 스스로 먹고 살..

댓글 수필 읽기 2021. 9. 4.

04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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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도독동굴 / 주인석

수필가 주인석의 실험수필 2 나는 지금까지 한이 되는 일이 있다오. 밀고는 절대 아니라오. 나도 무척 속이 상해서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오. 배신이란 것이 무엇이오? 믿었던 사람에게 신의를 저버린다는 것 아니오? 믿는다는 것이 무엇이오? 어떤 사람이 자신의 기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마음이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배신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오. 그래서 무엇이 배신인지 일의 자초지종을 들려주려 하오. 우리 마을에는 도독동굴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오. 입구에는 큰 바위 두 개가 솟을대문처럼 서 있고 한 사람 정도 빠져나갈 수 있다오. 그곳으로 들어가면 작은 동굴 입구가 보일 것이오. 동굴로 들어가려면 1m 정도 높이를 풀썩 뛰어내려야 하오. 입구는 좁으나 들어가면 5-6..

댓글 수필 읽기 2021. 9. 4.

04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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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통싯돌 / 주인석

수필가 주인석의 실험수필 1 나는 바람기 많은 남선비요. 나는 대문을 지키는 신이고, 내 조강지처는 정짓간을 다스리는 ‘조왕각시’올시다. 나는 여자 욕심이 많아 첩실을 두었는데 그녀를 ‘측신각시’라 부른다오. 시샘이 많은 그녀는 자주 정짓간 자리를 탐냈으나 나는 그녀에게 뒷간 자리를 내주었소. 기가 센 두 여자가 날마다 다투니 내 머리가 복잡해졌소. 하는 수 없이 나는 뒷간을 정짓간과 가장 먼 곳으로 옮겼소. 멀리 떨어진 두 각시는 서로 헐뜯는 일이 작아지더니 마침내 서로 관심을 두지 않았소. 두 곳을 오가며 내가 정치를 잘한 덕인지 줄곧 평화가 이어졌소. 그런 까닭으로 나는 두 여자를 두고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거나 후회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소. 두 각시 사이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 남들..

댓글 수필 읽기 2021. 9. 4.

04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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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김용호 시인

주막(酒幕)에서 / 김용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 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集散)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위엄 있는 송덕비(頌德碑)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세월이여!/ 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비낀 길/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내 입술이 닿은 그런 사발에/ 누가 또한 닿으랴/ 이런 무렵에.// 향수(鄕愁) / 김용호 바다 저편에/ 산이 있고// 산 위에/ 구름이 외롭다.// 구름 위에/ 내 향수는 조을고// 향수는 나를/ 잔디밭 위에 재운다.// 고향으로 간다 / 김용호 어느 간절한 사람도 없는..

댓글 시詩 느낌 2021.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