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2021년 09월

06

수필 읽기 꿈꾸는 카트 / 최지안

마트에 묶인 머슴이었다. 그의 이름은 카트, 정규직이다. 눈 감고도 매장을 훤히 꿰뚫을 만큼 도가 튼 베테랑 직원이지만 임금이 없다. 임금이 없으니 노조도 없다. 노조가 없으면 파업이나 태업도 없다. 고용주 입장에서 인간이 아닌 직원은 더할 나위 없는 환상적인 파트너다. 사각의 프레임과 동그란 바퀴. 카트는 네모와 동그라미의 공존으로 굴러간다. 발 없는 철재 프레임을 바퀴 4개가 이끈다. 프레임이 아무리 견고하고 훌륭해도 바퀴가 있어야 제구실을 한다. 바퀴도 마찬가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동그라미가 없다면 네모는 무용지물이고 네모가 없다면 동그라미도 쓸모없다.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들의 운명이 그러하듯 모든 관계는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네가 없다면 나의 존재 이유가 불투명하듯이. 둥근 바퀴가 프레임..

댓글 수필 읽기 2021. 9. 6.

06 2021년 09월

06

시詩 느낌 신동엽 시인(2-2)

은 실존인물 전봉준과 가공인물 신하늬를 등장시켜 동학혁명을 형상화하였다. 동학농민전쟁을 주제로 백제에서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이 시를 발표한 1967년까지 민중 역사를 다룬 전 3부 26장의 장편서사시다. 1부는 1, 2로, 2부는 제1장부터 26장까지, 3부는 後話, 로 구성 되었다. 1// 우리들의 어렸을 적/ 황토 벗은 고갯마을/ 할머니 등에 업혀/ 누님과 난, 곧잘/ 파랑새 노랠 배웠다.// 울타리마다 담쟁이넌출 익어가고/ 밭머리에 수수모감 보일 때면/ 어디서라 없이 새 보는 소리가 들린다.// 우이여! 훠어이!// 쇠방울소리 뿌리면서/ 순사의 자전거가 아득한 길을 사라지고/ 그럴 때면 우리들은 흙토방 아래/ 가슴 두근거리며/ 노래 배워주던 그 양품장수 할머닐 기다렸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

댓글 시詩 느낌 2021. 9. 6.

06 2021년 09월

06

시詩 느낌 신동엽 시인(2-1)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

댓글 시詩 느낌 2021. 9. 6.

06 2021년 09월

06

수필 읽기 딸에게서 / 이영도

통일호 열차가 부산에 닿자 숱하게 흩어져 내리는 학생들 속에서 나는 검정색 셔츠에 단발머리 모습의 딸아이를 찾느라 눈이 바빴다. 그런데 어느새 내렸는지 ‘엄마’하고 뒤에서 어깨를 껴안는 음성이 바로 갈색 스웨터에 주름을 잔뜩 잡아 세운 폭넓은 스커트를 멋있게 차려입은 딸아이였다. “넌 무슨 옷을 그렇게 입었니?” 나의 핀잔에 “이거 멋있잖아요. 엄마” 하면서 한 바퀴 무용하듯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다음 날 저녁, 모녀가 나란히 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 말고 문득 딸아이는 내게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학교 영문학 시간에 배운 소설 가운데 ‘논리적인 어머니’란 제목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꼭 엄마와 같더라고 한다. 너무나 까다롭고, 매사에 이치로만 따지려 드는 엄마가 슬프다는 것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

댓글 수필 읽기 2021. 9.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