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021년 09월

15

습득 코너 조선판 스펙 위조 / 일성록

번 역 문 이런 방법으로는 군역을 영구히 벗어날 수 없으므로 온 종족이 재물을 모아 족보를 위조하는데, 성(姓)만 같으면 관향(貫鄕)이 어디인지는 구분하지도 않은 채 부조(父祖)를 바꾸고 파계(派系)를 거짓으로 칭하여 향리에서 으스대며 스스로 반족(班族)이라고 일컬어 윤리를 손상하고 풍속을 무너뜨립니다. 그러다가 역을 져야 할 때가 되면 많은 종족이 한꺼번에 일어나 도포를 입고 비단신을 신고서 족보를 안고 관청의 뜰에 들어가는데 족보는 진귀한 비단으로 싸고 장황(粧䌙)이 찬연합니다. 그것을 가져다 살펴보면 모두가 이름난 석학의 후예이거나 훈벌(勳閥)의 후손이므로 수령들은 진위를 구별할 수 없어 일률적으로 면제해 주기 때문에 조금 부유한 백성은 모두 한가로이 놀게 됩니다. 그러나 군액(軍額: 군사의 정원)..

댓글 습득 코너 2021. 9. 15.

15 2021년 09월

15

수필 읽기 사람이 길을 낸다 / 김용옥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기억 속의 풍경입니다. 그 중에서도 길이 있는 풍경은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게, 막막하게 이어져 있는 길. 그 길을 따라 무작정 떠나고 싶게 하는 길이 있는 풍경. 미래이며 꿈이며 걷지 않으면 안 되는 길. 방황이며 귀로인 길. 현재 우리 땅은 사방팔방 거미줄처럼 가락가락 길이 얼크러져 있지만 ― 마치 현대인의 삶처럼 정신없게 ― 기억 속 그 길은 한적하고 외로운 길이었습니다. 대접 같은 야산과 논밭이 하늘과 평행으로 펼쳐진 평야에 강둑 따라 한없이 길게 이어진 신작로. 그 황토색 신작로에 햇빛이 내리면 부웅 떠 보이던 새 길. 마치 줄자를 풀어 주욱 그어놓은 듯하며 길 끝은 늘 하늘 속인지 대지 속인지 알 수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길은 일상생활을 하느라..

댓글 수필 읽기 2021. 9. 15.

15 2021년 09월

15

시詩 느낌 유하 시인

학교에서 배운 것 / 유하 인생의 일할을/ 나는 학교에서 배웠지/ 아마 그랬을 거야/ 매 맞고 침묵하는 법과/ 시기와 질투를 키우는 법/ 그리고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법과/ 경멸하는 자를/ 짐짓 존경하는 법/ 그 중에서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도움을 준 것은/ 그런 많은 법들 앞에 내 상상력을/ 최대한 굴복시키는 법// 농담 / 유하 그대 내 농담에 까르르 웃다/ 그만 차를 엎질렀군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지나온 내 인생은 거의 농담에 가까웠지만/ 여태껏 아무것도 엎지르지 못한 인생이지만/ 이 순간, 그대 재스민 향기 같은 웃음에/ 내 마음 온통 그대쪽으로 엎질러졌으니까요/ 고백하건데 이건 진실이에요// 무력(武歷) 18년에서 20년 사이 -무림일기1 / 유하 경천동지할 무공으로 중원을 휩쓸..

댓글 시詩 느낌 2021.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