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2021년 09월

16

수필 읽기 낙화암을 찾는 길에 / 이병기

백제 왕릉을 보고 얼마쯤 가면 신작로가 나선다. 이 신작로는 공주서 부여로 오는 길이다. 이 길로 들어가노라면, 조그마한 산 하나가 가로놓여 있고, 그 산 밑으로는 초가, 혹은 기와집들이 연해 있고, 집과 집 사이나 그 부근에는 나무들이 수두룩이 서 있어 바야흐로 우거진 녹음이 새롭게도 보인다. 여기를 처음 오는 사람으로도 '저기가 부여 읍내다.' 하는 생각을 얼른 나게 한다. 사람을 볼 때에는 첫눈에 드는 얼굴이 있다. 첫눈에 드는 얼굴은 그 눈이나 코나 입이나 귀를 다 똑똑히 본 것이 아니고, 눈도 코도 입도 귀도 아닌 그러한 얼굴이다. 이와 같이 나의 첫눈에 드는 부여는 저 산도 아니고, 집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다만 그러한 부여만이다. 그리하여, 나는 부여를 처음 볼 때부터 사랑한다. 부여에..

댓글 수필 읽기 2021. 9. 16.

16 2021년 09월

16

수필 읽기 풍란(風蘭) / 이병기

나는 난을 기른 지 20여 년, 20여 종으로 30여 분까지 두었다. 동네 사람들은 나의 집을 화초 집이라기도 하고, 난초 병원이라기도 하였다. 화초 가운데 난이 가장 기르기 어렵다. 난을 달라는 이는 많으나, 잘 기르는 이는 드물다. 난을 나누어 가면 죽이지 않으면 병을 내는 것이다. 난은 모래와 물로 산다. 거름을 잘못하면 죽든지 병이 나든지 한다. 그리고, 볕도 아침저녁 외에는 아니 쬐어야 한다. 적어도 10년 이상 길러 보고야 그 미립이 난다하는 건, 첫째, 물 줄 줄을 알고, 둘째, 거름 줄 줄을 알고, 셋째, 위치를 막아 줄 줄을 알아야 한다. 조금만 촉냉 해도 감기가 들고 뿌리가 얼면 바로 죽는다. 이전 서울 계동 홍술햇골에서 살 때 일이었다. 휘문중학교의 교편을 잡고, 독서, 작시도 하고,..

댓글 수필 읽기 2021. 9. 16.

16 2021년 09월

16

시詩 느낌 이병기 시조 시인

고향 / 이병기 닭이 자주 울고 산머니 달은 잦고/ 푸나무 들 언덕 상긋한 새벽 바람/ 너무도 익은 이 길에 발도 한결 가볍다// 달은 넘어가고 먼동이 밝아온다/ 누른 보리밭 종달새 소리소리/ 마을의 곤한 잠들은 몇몇이나 깼는지// 어제 선거에는 누가 당선하였을까/ 고샅 고샅에 모이어 수군수군/ 말마다 男女老少가 모두 政客이었다// 고향(故鄕)으로 돌아가자 / 이병기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데나 정들면/ 못 살리 없으련 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다//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묶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흙을 새로 걸구어/ 심고 걷고 합시다// 내 한 生 / 이병기 한몸에 지은 짐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 짐을 다 버리고 이리저리 오고가매..

댓글 시詩 느낌 202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