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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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상 헤더 이미지

2018년 가을, 2주 동안 규슈올레 8개 코스를 걷고 히코산(1,200m)을 산행하였다. 코스당 걷는 시간은 평균 5시간 정도 소요되었지만, 올레길 코스가 이어지지 않고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느라 일정이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매일 지하철을 타거나 열차,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점심 도시락을 산다. 마트에 여러 종류의 도시락이 구비돼 있다. 매일 400~500엔짜리를 샀는데, 음식이 알맞게 담겨 먹고 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도시락은 빡빡한 종이나 얇은 펄프여서 돌돌 말아 배낭에 넣어왔다. 열차나 버스를 타고 바깥 경치를 바라보면 산이 가물가물할 정도의 평야가 보일 때는 일본이 섬나라 같지 않았다. 규슈올레의 상징물인 간세(조랑말의 제주 방언)와 ..

댓글 그냥 일상 2021. 9. 18.

18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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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읽기 쌀 한 톨의 철학 / 김형진

“맨땅 천 길을 파 봐라, 어디 쌀 한 톨이 나오는가.” 부엌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에는 견고한 믿음이 실려 있다. 또 막내가 밥알 붙은 솥을 그대로 씻고 있었나 보다. 이 근년에 와서 어머니의 관심사는 온통 쌀 한 톨에 집중해 있는 듯싶다. 불편한 거동으로도 끼니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밥솥을 살피고 수시로 쓰레기통을 검사한다. 그러다 밥알 붙은 솥을 그대로 씻어 내거나, 누렇게 식은 밥 한 술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하면 매번 그 끝없는 잔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까짓 밥알 몇 개가 무슨…….” 막내의 불평은 어머니의 할머니답지 않은 큰 소리에 주눅이 들어 버린다. “뭐시 어찌야, 이까짓 밥알이야…….” 거실에서 할머니와 손녀의 말다툼을 듣고 있는 나로서는 난..

댓글 수필 읽기 2021. 9. 18.

18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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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느낌 유자효 시인

가을의 노래 / 유자효 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이/ 떠남인 것을,/ 이 저문 들녘/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 하소서.// 가을 햇볕 / 유자효 가을 햇볕은 여름에 남은 마지막 정情마저도 태워 버린다/ 모든 미련을 끊고 찬바람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그럼으로써 가을 햇볕은 여름이 남긴 수분을/ 알곡이 모두 빨아들이고/ 과육果肉을 더욱 단단하게 여물게 한다/ 아, 다행하게도/ 병든 대지가 서서히 제 몸을 치유한다/ 다친 곳이 많았다/ 아픈 곳이 많았다/ 천천히 천천히 몸을 뒤채이며/ 온몸에 업고 안고 있는/ 잘디잔 ..

댓글 시詩 느낌 2021.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