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2021년 10월

08

수필 읽기 유행가, 그 유치하고도 달콤한 유혹 / 나운택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를 어디서 주워듣고 따라 하기를 좋아했다. 반짝이는 별빛 아래 소곤소곤 소곤대던 그날 밤 천년을 두고 변치 말자고 전깃불에 맹세한 님아 사나이 목숨 걸고 바친 순정 무지개도 밟아 놓고… (남인수 노래 중에서) 그 나이에 가사 내용이 무슨 뜻인지 알았을 턱이 없다. 그저 경쾌한 노랫가락이 좋아서 귀에 들리는 대로 흉내 내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었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위 노랫말 중에 “전깃불에 맹세한 님”은 “댕기 풀어 맹세한 님”을, “무지개도 밟아 놓고”는 “모질게도 밟아 놓고”를 그 당시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내 귀에 들리는 대로 노래한 것이다. 지금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같은 첨단매체가 발달되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

댓글 수필 읽기 2021. 10. 8.

08 2021년 10월

08

시詩 느낌 최광임 시인

이름 뒤에 숨은 것들 / 최광임 그러니까 너와의 만남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헤어짐에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오래 전 떠나온 이승의 유목민/ 오던 길 가던 길로 그냥 가면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너와 나 들꽃이 되는 것이다/ 달이 부푼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가면/ 구절초밭 꽃잎들 제 스스로 삭이는 밤은 또 얼마나 깊은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서로 묻지 않으며/ 다만 그곳에 났으므로 그곳에 있을 뿐,/ 가벼운 짐은 먼 길을 간다/ 내가 한 계절 끝머리에 핀 꽃이었다면/ 너 또한 그 모퉁이 핀 꽃이었거늘/ 그러므로 제목 없음은 다행한 일이다/ 사람만이 제목을 붙이고 제목을 쓰고, 죽음 직전까지/ 제목 안에서 필사적이다/ 꽃은 달이 기우는 이유를 묻지 않고/ 달은 꽃이 지는 뜻을 헤아리지 않는..

댓글 시詩 느낌 2021. 10. 8.